가마우지: 소년의 여름 The Cormorants 후기
디뷰어 정송희
감독: 파비오 보비오 Fabio BOBBIO
시놉시스:
열두 살의 여름, 마테오와 사무엘레는 여느 때처럼 강과 숲, 쇼핑센터를 돌아다니며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예전과 비교해보면 무언가 변하고 있다. 게임은 지겨워진다.
상상력은 그들에게 발견할 거리를 제공하고, 모험은 삶의 경험으로 변화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 시간이라는 거침없는 통과 의례 속에 변하지 않을 수 없는 우정과 삶 그리고 공간에 대한 이야기.
정말 끝없이 더웠던 여름이 마무리되고 가을로 접어들기 시작한 9월 하순에 EIDF2016 출품작 영화 <가마우지: 소년의 여름>을 봤는데요, 보는 내내 우리나라 단편소설이 떠올랐습니다.
오영수님의 요람기, 1967년 현대문학에 발표한 향토적 서정이 가득한 단편소설입니다.
문명의 혜택이라고는 없는 산간 마을의 '소년'은 아이들과 즐겁게 지냅니다.
봄에는 들불놀이, 너구리 잡기를 하고
아이들이 잡아온 물까마귀를 그들의 대장인 '춘돌'이가 꾀를 써서 다 먹기도 하지요.
여름에는 밤밭골에서 소꼴을 먹이고 멱을 감다가 참외 서리를 하고,
밤에는 평상에 누워 누나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들기도 했습니다.
가을이면 아이들과 콩 서리를 해서 춘돌이가 하라는 대로 "범버꾸범버꾸" 하면서 먹기도 하고,
결혼해 마을을 떠난 '이대롱'과 '득이'를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겨울이 되면 연날리기를 즐겼는데요, 연싸움이 재미있었지만 정월 보름에 그 연을 날려 보냅니다.
그러면서 '소년'은 어느새 인생이 무엇인지를 아는 어른이 되었답니다.
<가마우지: 소년의 여름>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소년들의 성장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하는 일 없이 게임만 하기도 하고,
개울가에서 멱을 감고 놀다가 양지 바른 곳으로 나와서 햇볕에 몸을 말리고
자신들의 아지트에 들어가서 이러저런 쓰잘데없는 잡담이나 나누고
바자회가 열리는 마을광장에서 범퍼카로 여자친구들에게 부딪히며 좋아라 하고,
어른들의 세계를 동경하기도 하면서 하루하루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두 소년.. 마테오와 사무엘레..
그들에게 여름은 지겨운 일상의 나날이면서 동시에 (그들은 알지 못하지만..) 성장의 나날이 되는 시간이예요.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며 위협하는 다른 패거리 친구들에게 쫓기면서도 떨지 않는 그들은 호숫가에서 가마우지 두 마리를 만납니다.
물속에 들어가면 다시 날아오르지 않을지도 모를 가마우지... 두 소년을 상징하는 것은 아닌지.. 싶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로데오 게임을 즐기며 떨어지지 않으려고 손잡이를 꽉 잡고 모의(模擬)소가 흔드는 대로 타는 모습은
성장기를 맞이하는 두 소년의 초상인 듯합니다.
연출인 듯 다큐인 듯, 경계가 애매모호하고 일상의 나열이라서 지루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사실은 가장 현실적인 장면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물과 바람, 일렁이는 초록색 숲.. 멋진 여름의 풍광을 배경으로 하는 이탈리아 판 <요람기>를 본 느낌입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고 겨울과 봄이 이어지면 소년들은 얼마나 성장해 있을 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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