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스의 뒷마당 서커스
(Jonas and the Backyard Circus)
파울라 고메스|전체 관람가|82분|브라질|2015
디뷰어 김나정
조나스의 뒷마당 서커스, 제목이 매우 끌리는 다큐멘터리였다. ‘조나스’라는 장난기 가득한 이름과 ‘뒷마당’이라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공간, 듣기만 해도 흥이 나는 ‘서커스’까지.
2016년의 마지막 날 방에 틀어박혀 혼자 감상할 다큐멘터리로 아주 딱 이었다. 기대 가득 안고 D-BOX로 <조나스의 뒷마당 서커스>를 시청했다.
조나스는 브라질의 어느 시골 마을에 사는 13살 남자아이다. 그는 지금보다 더 어릴 적부터 언제나 서커스와 함께였다. 외할머니도 서커스를 했었고, 외삼촌은 현재까지도 서커스를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외삼촌은 조나스의 우상이다) 조나스의 부모 역시 서커스를 했었지만, 이 생활을 통해서는 가족의 미래를 찾지 못할 것 같다며 그만두고, 한 마을에 정착해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조나스는 그 평범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서커스를 그리워한다.
엄마는 말한다.
“공부해야지, 서커스는 미래가 없어. 계속 이동 생활을 해야 해.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른다고. 서커스가 하고 싶어도 우선은 공부부터 열심히 하자. 공부를 잘해야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어. 엄마가 다 경험해보고 너에게 하는 말이란다.”
조나스는 말한다.
“엄마는 서커스 실컷 해봤잖아!! 실컷 해봐서 별로라고 하는 거지만, 나는 아니라고!”
급기야 조나스는 집 뒷마당에서 서커스를 하기에 이른다. 서커스 동작은 혼자서 연구하기도 하고, 조나스의 열렬한 지원자! 외할머니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서커스를 함께 할 친구들을 모으고, 그 친구들과 서커스 동작을 연습하고, 공연에 필요한 노래를 찾는다. 종이에 1, 2, 3 순번을 달아 무대 순서를 구성하고, 서커스 공연장도 휘황찬란하게 꾸며둔다. 서커스의 중요한 요소! 피에로 분장도 셀프로! 급기야는 친구들과 상의해 공연 입장료도 정하고, 공연 전에는 마을을 돌며 호객 행위도 한다. ‘이 멘트는 진부해~’라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면서.
그렇게 조나스는 ‘조나스의 뒷마당 서커스’의 총감독이 되어 모든 것을 능수능란하게 지휘한다. 공연 중에 생기는 갑작스러운 문제에도 당황하지 않고 척척 해결한다.
나는 대학생이 되어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겨우 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을 아우르고, 하나의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큰 숲을 바라보는 일을 조나스는 뒷마당 서커스를 통해 자연스레 배운다.
그렇게 즐거웠던 뒷마당 서커스도 잠시, 조나스에게 위기가 닥친다.
1. 친구들이 떠난다.
처음에는 서커스에 적극적이었던 친구들이 하나, 둘 떠난다. 학업을 위해 옆 동네로 이사를 가서, 집안일을 도와야 하기에, 서커스 연습에 나오지 못한다. 조나스가 친구들을 데리러 직접 집으로 찾아가지만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그 때문에 우울해하는 조나스를 보고 학교 단짝이 서커스 단원으로 나서기도 하지만, 그 친구 역시 얼마 못 가 서커스 연습을 포기한다.
서커스는 혼자서 할 수 있는 1인극이 아니기에, 조나스는 좌절하고 슬퍼한다. “이런 나를 왜 다큐멘터리 주인공으로 정했나요?”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고민 상담도 한다.
2. 엄마와 학교라는 큰 벽에 가로막힌다.
다큐멘터리 시청자 입장에서는 조나스가 너무나 대견하고 멋지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는 답답하기만 하다. 아들이 서커스를 하게 된다면, 속옷 장사를 하는 본인과 똑같은 처지가 될까 봐 미안하고 두려워하는 것 같아 보인다. 브라질 TV 속에서는 계속해서 끔찍한 사건 사고가 보도되고, 아마 엄마는 그런 브라질 사회에서 조나스가 공부를 통해 훨훨 날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것 같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조나스는 그야말로 문제아다. 공부에 관심이 없을 뿐인데, 선생님 눈에는 이 아이가 세상 모든 것에 관심 없는 아이로 보인다. 급기야 다큐멘터리 감독을 따로 불러내 이 아이 말고 다른 모범생 아이로 다큐멘터리를 촬영해주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까지 한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조나스는 외삼촌에게 전화도 걸어보지만, 엄마에게 차단당한다. 엄마는 외할머니와 외삼촌에게 조나스를 꼬드기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없어 뒷마당에서도 서커스를 못하게 된 조나스,
외삼촌의 서커스팀으로 들어가는 것도 가로막히게 된 조나스.
슬픔에 가득 찬 조나스와, 그런 조나스를 마음 깊이 응원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의 마지막 대화가 인상적이다.
- “창피해요.”
- “뭐가 창피한해?”
- “서커스도, 나도, 실패했잖아요. 제 영화는 이렇게 끝나는 건가요?”
- “어떻게?”
- “슬프게요.”
- “네 영화는 계속될 거야. 다큐멘터리는 끝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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