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천국 – 죽음 이후의 불확실성이 아닌
감독 : 스테판 고엘
작성자 : 김민범
아직 죽음에 가까웠던 적이 없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지금을 살아가는데 왠지 모르게 불경스러워서 자꾸 멀리 두게 된다. 하물며 천국은 더 멀리 있어서 생각하게 되지 않는다. 착하고 올바르게만 살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 나름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데 죽음 이후에 아무것도 없으면 조금 섭섭할 거 같기도 하다. <낯선 천국>은 죽음 이후에 천국이 있는지 깊은 정적만이 존재하는지 단정 짓지 않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천국에 질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 감독 아들과 삶의 마지막에 대해 생각하는 아버지의 산행으로 다큐멘터리는 시작한다. 어쩌면 마지막 산행이 될지도 모르는 그 여정 사이에 아버지와 닮은 노인들의 인터뷰가 등장한다. 천국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갖고서 기대 아닌 기대를 갖는 이부터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들, 이 생이 충분히 괴로웠기에 죽음 이후에 삶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까지 저마다의 이유와 사연을 풀어낸다.
천국이 있다면 어떤 곳일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채 영원을 살아가는 곳일지, 아니면 죽은 상태의 모습 그대로 노후한 몸을 이끌고 살아갈지 모르겠다. 젊은 모습이 영속한다면 고조할머니에게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지도 고민스럽다. 만약 천국에 반대되는 지옥이 있다면 무슨 기준으로 지옥에 가게 될까? 아니면 죽음 이후에는 영원한 정적이 이어지는데 괜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큐멘터리는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는다. 죽음에 가까워졌던 적이 있거나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에게 죽음 이후에 세계에 대한 해답을 구하거나 두려움을 심어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 죽음이 삶의 연장선에 있음을 생각하고자 한다. 자신의 아들을 살인사건으로 잃은 어머니에게는 충분히 지옥 같은 삶이었고, 평온한 삶은 이어온 노인에게는 죽음이 두렵기만 하다. 개인이 천국을 생각하는 것 역시 삶의 한 부분이고 우리는 불확실한 천국을 위해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의 현실에 집중하게 된다.
아버지와 아들은 긴 등반을 마친다. 그들은 둘이 다시 이렇게 여행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는 듯하다. 영원히 낯선 천국이 둘을 떨어트려 놓게 된다고 해도 아버지는 아들과의 마지막 추억을 가져갈 것이고, 아들은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삶과 죽음은 이분법적으로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 과정으로 죽음이 마지막에 위치해있음을 <낯선 천국>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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