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다녔던 피아노 학원엔 큰 그랜드 피아노가 있었다. 대부분 레슨을 받을 때는 일반 피아노를 썼고, 아주 가끔 자리가 없을 때만 그랜드피아노로 연습을 했다. 일반 피아노로 연습하다가 그랜드 피아노로 연습하면 건반이 무거워 잘 눌리지 않았지만 소리만큼은 아주 좋았다.
평소에 그랜드 피아노는 잠겨있었고, 콩쿨이나 피아노 급수를 준비하는 친구들에게만 개방되곤 했다. 어릴 때는 '왜 이 피아노만 열쇠로 잠궈놓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다큐를 보니 왜 그랜드피아노가 대접을 받는 지 알 것 같다.
피아노 콩쿨이나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연주회에서 피아노를 자세히 살펴본 적이 있는가? 클래식을 좋아해서 연주회를 찾아보는 편인데 10개의 공연이 있다고 하면 그 중에 9개의 공연에서 Steinway & Sons 라는 로고를 볼 수 있다. Steinway & Sons는 세계 1위의 피아노 제조사다.
100년 넘게 지켜온 제조 방법으로 피아노를 만든다. 피아노 연주 영상은 많이 보았지만, 피아노를 제작 영상은 처음봐서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실제로 피아노를 만드는데 수많은 공정을 거친다. Steinway & Sons는 고가의 피아노로도 유명한데, 일반 피아노가 100만원 선이라면 Steinway & Sons 피아노는 중고만 몇 천만원이고, 새 피아노의 가격은 1억이 넘는다. 이렇게 고가의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세계1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의 장신정신이 깃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Steinway & Sons 피아노 말고는 전통방식으로 피아노를 만드는 제조사가 없다고 한다. 사실 피아노는 한번 사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그리 않아 많은 제조사가 문을 닫았던 것 같다. 그리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저렴한 값의 전자 피아노의 등장으로 대부분 가정에서는 전자피아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면 일반 피아노는 소음이 발생해서 민원이 들어오는데, 전자 피아노는 소리를 조절할 수도 있고 시끄러우면 이어폰을 하고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전자피아노는 건반이 확실히 많이 가볍다. 우리집에 있는 전자피아노도 건반이 가벼운 편이라서 피아노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그랜드피아노 건반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전자피아노도 개발되었던데 아마 실제 피아노의 무게만큼 느껴질 지는 잘 모르겠다.
그들의 장인정신은 놀라울 정도다. 작은 건반 조각을 만들고 칠하는 과정에서도 그들만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다수의 장인들이 하나의 예술을 창조하는 마음가짐으로 피아노를 제작하고 있다. 이들의 마음가짐이 정말 멋지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더 발전하게 된다면 로봇이 피아노를 연주하게 되거나, 피아노에 인공지능을 넣어 스스로 연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되면 피아노 제조하는 장인들이 사라지고, 앞으로는 피아노 기계음만 듣게 될 지도 모른다. 편하게 살기 위해 모든 것을 전자화시키면서 컴퓨터와 로봇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지만 정작 인간의 역사는 점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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