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Discipline)>
-감독: 김이창 (Kim Lee Chang)
-상영날짜 및 장소: 2014년 8월 29일 19:30 서울역사박물관
-시놉시스: 변변한 직장도 없이 고시원에서 기거하며 버려진 체육관에서 홀로 수련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가난한 무술 사범 김이창. 가난과 외로움의 풍경 뒤로 현재의 그를 가두고 있는 과거의 슬픔이 아주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에 서 있는 이 영화는 강렬한 이미지와 다층적인 내러티브를 결합한다. 정통 다큐멘터리 문법에서 벗어나있어 거슬리는 부분이 없지는 않으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감독의 진정성이 애잔한 슬픔과 함께 깊이 각인된다.
8월 29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이종환 모더레이터의 진행과 함께 <수련>을 제작하신 김이창 감독님과 TG(Talk with Guest)가 이루어졌습니다. <수련>은 작년 무주산골영화제 뉴 비전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김이창 감독님 스스로 연출과 촬영, 편집을 맡아 제작된 다큐멘터리입니다. 먼저 다큐멘터리 상영이 있은 후, 관객분들과 감독님간의 질문과 답변이 오갔습니다.
Q) ‘수련’이라는 제목에 대한 의미를 알고 싶습니다.
“수련은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해온 저한테 있어서는 익숙한 단어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를 확장하여 인생 자체가 긴 수련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찍는 동안의 저는 하고 싶은 무술도 하고 영상도 찍는 동시에 골방에서 생각도 많이 하여 마음이 안정이 되었었지만 백수이자 사회의 루저로 지내왔는데요, 이 과정은 동시에 제가 이겨내 감으로서 제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었던 수련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Q) 처음에 12분 정도 역기를 드는 장면을 오랫동안 지속되어서 촬영하신 걸 넣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조금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영화의 전체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하여서 넣게 되었습니다. 역기를 들며 몸을 수련하는 한 장면에도 흐름이 있거든요. 수련을 하면서 몸에는 땀이 나기 시작하고 숨은 거칠어지고… 수련 자체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수련을 하면서 상처도 나고 피도 나서 자극적인 장면을 넣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체의 흐름에 따라 되도록이면 부드러운 장면을 넣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역기를 활용한 운동 장면을 넣게 되었습니다.”
Q) 인천 선인체육관이 붕괴되는 장면을 마지막에 배치하신 이유가 있나요?
“건물이 붕괴될 때까지 다큐멘터리를 찍을 것이라 예상을 하지 못했었던 터라 원래 의도한 엔딩 장면은 아니었지만, 이 다큐멘터리의 끝은 건물이 부서지면서 완성된 것도 같습니다. 인천 선인체육관은 원래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제가 몰래 넘어 들며 운동을 한 곳이라 동질감을 느끼고 애착감이 크게 느껴지는 곳이었거든요. 작년 초에 가운데 건물이 허물어져서 큰 상실감을 느끼긴 했지만 이 작품을 담을 만큼 담았다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가 도약해서 나가는 기회가 되었고 덕분에 깔끔하게 편집이 되기도 했고요.”
Q) 비록 평소 모습을 촬영하셨다 하더라도 어떤 장면을 찍어야겠다라는 의도를 하셨을 것 같습니다. 특히 연출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작년 1회 무주산골영화제에 상을 받을 때 심사위원이셨던 김동원 감독님이 다큐멘터리로 정의하셨지만 약간의 연출도 있기에 극영화의 느낌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옥상에서 친구한테 전화 거는 장면을 연출하여 장면과 장면 사이를 부드럽게 이을 수 있도록 하였고, 옆방에 사는 사람과 담배 냄새, 고기 냄새로 트러블이 있었던 장면은 그 때 당시 너무 흥분해서 찍지 못했기 때문에 재현해 내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저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고 싶었기 때문에 아침에 눈을 뜸과 동시에 카메라를 켰고 눈을 붙일 때 다시 끄곤 하였습니다.
Q) 전에 체육을 전공하셨었는데, 촬영하는 감독이 되신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98년도에 IMF가 터지자 운동하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어져서 갈 데가 없었어요. 체육관을 내기는 쉽지 않고… 그 때 당시 디지털 편집이 처음 도입되던 때였는데 저는 용산에서 일을 구해 웨딩 촬영, 돌잔치 촬영 등 행사 촬영을 다니며 자연스럽게 촬영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삼십 대 중반에 내가 하고 싶은걸 해보자는 마음에 모든 일을 접고 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제작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Q) 작년 무주산골영화제에서 수상하신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일상생활은 똑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감독’이 되었죠. 엄청난 것을 얻은 거죠.”
Q) 차기작에 대한 계획이 있나요?
“고시원에 있는 동안 차기작을 위한 시놉을 많이 써놓았었습니다. 하지만 먼저 수련을 마무리 짓기에 애썼고, 이후에는 다른 일을 하는 동시에 3개월간 시나리오 작업을 완성하였습니다. 이번 년도 말에 편집까지 끝낼 생각으로 조만간 찾아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년에 <수련>을 처음 접하고 다시 다큐멘터리를 감상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김이창 감독님의 열렬한 팬 분들도 오셨는데요, <수련>이라는 다큐멘터리와 감독님에 대해 자세히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
<글: EIDF 자원활동가 서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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