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2012 : Making Flim
EIDF2012 <투 올드 힙합 키드>의 정대건 감독과의 인터뷰
제9회 EBS 국제다큐영화제에서 처음 도입된 야외 상영의 상영작 <투 올드 힙합 키드>의 제작자인 정대건 감독을 만났습니다.
힙합과 다큐멘터리의 만남을 이끌어 낸 장본인인 정대건 감독의 진솔하고 솔직한 좌충우돌 영화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보시죠!
인터뷰를 시작하며
에디터) 안녕하세요 감독님, 편하게 대답해주시면 되는데요, 가장 먼저 <투 올드 힙합 키드>의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정대건) 시놉시스 얘기가 다인데... (웃음)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되게 많이 관찰하잖아요?
제가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예전에 같은 꿈을 꾸던 친구들은 어떤 선택을 했나 관찰해 보고 싶었고
제가 지금 진로 결정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서... 일단 그런 의미도 있었고,
힙합이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줄어든 상태였는데
오랜만에 모두를 불러 모아서 다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영화 전공자도 아닌데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찍기 시작했고 그게 이렇게 완성된 그런 영화죠.
에디터) 아 그렇다면 처음부터 영화감독을 꿈꾸며 제작하시거나 하신 건 아닌가요?
정대건) 아, 아니요!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부터 영화를 꿈꿨는데, 영화를 꿈꾼다는 게 너무 막연한 길이잖아요?
혼자 할 수 도 없고. 제대 이후에는 이미 힙합과도 좀 멀어져 있었고...
그래서 영화 동아리에 들어가서 방학 때 단편영화도 찍어보면서 경험들을 쌓았죠.
그렇게 하면서 꿈을 키워 가다가 다큐멘터리로 넘어오게 된 거죠.
에디터) 첫 번째 장편영화를 굳이 다큐멘터리로 제작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대건) 딱히 전략적이었다기보다는 여건이 사실 영화를 꿈꾸고 있다고 갑자기 어떤 극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원래부터 어떤 힙합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는 싶었죠.
극영화가 될지 다큐가 될지... 뭐 그런 것 없이 막연한 꿈이었는데
마침 투게더 브라더스 형들이 데뷔 기간이 맞물리기도 했고
저도 이제 영화를 배운다고 캠코더를 사서 만지작만지작거리면서 찍다 보니까 그림이 좀 나오더라고요.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기 시작하다 보니까 그림이 좀 그려지면서 사람들도 더 확장했고
영화를 완성할 수 있겠다 싶어서 기획서 같은 거 써서 지원도 받고 그랬죠.
에디터) 제가 알기로는 약 1년 반 정도 제작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첫 장편이시다보니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아요.
특별히 어려웠던 부분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대건) 다 너무 힘들었어요. 그 힘든 게 다 몰라서 힘든 것들이었어요.
예를 들면 기술적인 부분들은 진짜 제가 그 분야를 잘하는 전문가라면 전혀 문제될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가 전문가가 아니니까... 물론 그만큼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 거니까 제가 감수해야 했던 거지만,
그런 부분들이 많이 어려웠죠.
그리고 주변에 영화 인맥이 별로 없다 보니까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죠. 그게 너무 힘들고 서럽고...
근데 그건 어쩔 수 없어요. 제가 그쪽을 공부한 게 아니니까.
전문가들이면 전혀 일으키지 않을 실수들도 많이 하고 뭐 카메라 조작 미숙으로 소리가 안 들어간다거나...
이런 걸 직접 1년 반 동안 하면서 배웠죠.
에디터) 진짜 거의 독학이나 다름 없으신거네요ㅎㅎㅎㅎ 대단하세요!
정대건) 근데 그게 그렇기 때문에 제가 경험치는 오롯이 제 것이 됐는데 절대로 좋은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정말 아는 사람이었으면 겪지 않아도 될 시행착온데...
에디터) 영화에도 그렇고 감독님의 어머니께서 영화 제작을 반기시지는 않는 것 같은데요, 요즘은 어떠신가요?
정대건) 요새도 별로... 영화제에서도 상영하고 심지어 개봉까지 하고 그러는데
어머니 입장에서는 ‘그게 뭐 대단하냐.’ 영화에서의 대사 그대로 ‘그래봤자 누가 보겠냐.’ 이런 거죠.
그리고 어머니 입장에서는 아무리 언론에 나오고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은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아직도 여전히 별로 안 좋아하시면서도 당신 자식이라서 어쩔 수 없어 하시는 거 같아요.
어머니께서 검색도 해보시고(웃음) 다 똑같은 거 같아요. 음악하고 있는 형들 부모님들도 다 그렇다고 하시고...
에디터) 극영화와 비교한 다큐멘터리의 매력과 특징은 무엇일까요?
정대건) 다큐멘터리를 찍다 보니까 진짜 다큐멘터리의 매력이 있어요!!!
원래 극영화를 꿈꿨었는데, 극영화만큼 극적인 사건이 있는 건 아니지만 다큐의 매력이 정말 있고...
사실 극영화는 현실의 모방이잖아요? 근데 다큐를 찍으면서 그걸 새삼스럽게 느끼는 거 같아요.
툭툭 들어가는 말들이나 이런 게 오히려 극영화보다 더 생동감 있어요!
극영화는 어쨌든 통제된 상황에서 연기를 하는 거니까 제어할 수 있는 부분도 많고
그래서 무게나 분위기 이런 것도 매우 중요하고 그렇죠.
물론 화면 구성이나 이런 부분을 중요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제 작품이 엉망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우선은 상황이 통제되지 않는다는 다큐의 특징 때문에 여러 가지로 용인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고요.
작가의 계획 속에 모든을 다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극영화의 쾌감과는 또 다른 쾌감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그렇겠지’하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제가 분명히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인데,
츨연자들이 그들의 감정에 대해 정말로 그런 대사들을 할 때 정말 찍는 사람 입장에서는 짜릿하죠!
에디터) 영화에서 어떤 장면이 그랬나요?
정대건) 거의 뭐 그런 장면들만 모아서 편집을 한거라... 예를 들어서 저는 출연자들과 굉장히 오래 알고 지낸 사이잖아요?
다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처음 찍는 작품임에도 잘 된 것 같아요,
인물과 친해지고 거리를 없애는 게 다큐 영화에서 어떻게 보면 전부일 수 있고 해서
사실 다른 감독님들은 그 작업만 굉장히 오랫동안 하시고 그런데, 저는 주변 분들에게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은 거죠.
예를 들면 '지조'라는 주인공이 나오잖아요?
제가 속내를 대충 알고 있으니까 대화하다가 카메라를 그쪽으로 돌리는 거죠. 어떤 반응 같은 것을 잡아내기 위해.
그리고 촬영하면서 가장 보람 찼을 때는 마지막에 공연 피날레 멘트를 할 때인데, JJK라는 친구가 일장연설을 해요.
감동적일 수도 있고 조금 지루할 수도 있는데, 아무튼 그 다음에 지조가 바로 ‘교수의 힘합 개론’이었다고 코믹하게
받아쳤을 때에요! 이게 제가 제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전혀 의도한 상황도 아니자나요?
제가 그들을 위해 이렇게 무대를 꾸몄는데 그들이 이렇게 하모니를 이뤄줬을 때 그때 가장 큰 쾌감을 느꼈죠.
에디터) 힙합에 대한 영화를 찍으신 결정적 계기 같은 것이 혹시 있을까요?
정대건) 계기 같은 건 잘 모르겠지만... 제가 가장 필요로 해서 한 거에요. 그러니까 제대 이후로 제 자신에게 불만이 컸어요.
자기를 되게 미워했는데,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면서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죠.
어릴 때는 ‘힙합할 거야.’ 이렇게 떠들고 다녔는데 현재 못하고 있고 물론 열심히 안한 것도 있고 하지만
자책하며 시간을 허비했죠. 또 저는 계속 음악을 하고 있는 형들에게도 좀 부끄러웠어요. 나를 변절자로 보진 않을까...
그런데 카메라를 들고 막상 찾아가 보니 그런 게 전혀 없더라고요.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었고요.
저 스스로의 고민이 컸죠. 좀 벗어나고 싶다. 이제 힙합을 더 이상 어떤 나의 힘든 부분으로 남겨두기 싫다. 뭐 이런?
나는 여전히 힙합을 좋아하고 그래서 이것을 용기 내서 다시 한 번 힙합과 마주한 건데.
그러다 보니 무대에 대한 이루지 못한 미련도 많이 사라졌어요. 찍는 기간이 길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오랜만에 형들이 랩하는 걸 보니 저도 막 꿈틀대고 아쉽고 그런 게 있었는데
찍으면서 기간이 워낙 길다 보니까 그런 미련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리고 정확히 제가 원하는 게 뭔지 알게 되었죠.
에디터) <투 올드 힙합 키드>에서 힙합을 아픔, 트라우마 등으로 표현하셨는데,
그렇다면 이 다큐멘터리는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이라고 봐도 될까요?
정대건) 제가 아는 형이 이 영화를 보고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이거는 뭐 그냥 되게 다양한 사람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지만
자기가 생각하기에 이건 그냥 '정대건 힐링무비'라고. 네, 그런 게 있죠. 사실 없진 않죠.
근데 그게 그걸로 영화를 완성해서 그런 거라기보다 제가 혼자 가지고 있던 아까 말한 오해들 있잖아요?
주변에서는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데, 찍고 보니 어떻게 뭐 먹고 사나 그런 걱정만 하고 있는데,
형들이 랩한다고 했다가 안한다고 나를 변절자로 보진 않을까 했었던 생각들이 오해에 불과했고,
오히려 형들이 제가 영화하는 걸 너도 힙합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인정해줄 때 그런 말들이 굉장히 저에게 치유가 됐죠.
요즘 치유라는 말이 너무 거창하게 쓰여서(웃음).
어쨌든 이 영화가 저의 어떤 미련이나 오해를 사라지게 만들어 준 거 같아요.
에디터) 이번 EIDF의 캐치프라이즈가 'play the world 다큐, 세상을 움직이다'인데 다큐멘터리라는 장르/(혹은) 본인의 작품이
이 캐치 프라이즈를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혹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다고 생각하시는지?
정대건) 개인적인 의도나 이런 것을 말했지만 어쨌든 편집하면서는 당연히 보시는 분들을 생각하죠.
어쨌든 다큐는 편집이 연출이기 때문에 저만의 어떤 그걸 위해서 이 영화를 만든 건 아니에요.
당연히 관객들에게도 제가 원하는 것들이 있었고 저는 편집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어쨌든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걸 보고 ‘에이 한번 용기 내보자.’ 라고 생각하길 바랐어요.
저도 진로에 대한 고민이 해결된 나이도 아니고 고민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에서 무슨 거창한 답을 내릴 순 없는데,
단지 같은 고민하는 또래들과 함께 ‘쟤도 하는데 나도 한번 용기 내보자!’ 이런 걸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식으로 편집을 한 것 같아요.
저와 같이, 꿈을 꾸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서 용기를 내서 뭔가를 시도해 본다면, 굉장한 일일 거 같아요!
인터뷰를 마치며
에디터) 영화에서의 투 올드 힙합 키드들(혹은 감독님)처럼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
특히 신예 영화인들에게 해 주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정대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개인적으로 저는 다들 어떤 꿈을 꾸고 있을 때
‘쟤도 하는데 나는 왜 못해?’ 라는 태도를 갖는 게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멘토니 뭐니 많고, 자기계발 서적이라고 하는 것들도 많은데 백 날 조언을 듣고 책을 읽는 것보다
오히려 ‘쟤도 하는데 나는 왜 못해?’ 이런 마음을 먹는 게 진짜 변하게 하는 거 같거든요.
저도 그래서 사실 이 영화를 찍을 수 있었어요. 이게 정말 핵심이에요! 저 보면, 대단한 전공자도 아니고 그렇잖아요?
근데 저도 어쨌든 한 거니까! 사람들이 저를 보면서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진지하게 진심을 담아 솔직하게 답해 준 정대건 감독. 그의 꿈을 향한 열정이 모두에게 전해졌기를 바랍니다.
또 그의 바람대로 그의 영화가 고민하고 방황하는 아픈 청춘들에게 용기가 될 수 있길 기원합니다.
앞으로도 정대건 감독님의 활발한 작품 활동을 저희 EIDF에서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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