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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2/EIDF 2012와 사람들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삶, EIDF 2012 설경숙 프로그래머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삶, EIDF 2012 설경숙 프로그래머 인터뷰

 

 

안녕하세요. EIDF 에디터입니다.

제9회 EBS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이유는 

무대 뒤에서 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기 때문일텐데요.

이번엔 영화제 시작 전부터 세계 각국을 다니며 EIDF에 적합한 영화를 발굴하고,

선정하는 역할을 했던 설경숙 프로그래머를 만나보았습니다.

 

 

경숙 프로그래머는 서강대학교에서 종교학을 공부하고, 영국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컬리지에서 다큐멘터리 이론과 제작, 스크린다큐멘터리를 전공하였습니다. 현재 EIDF 2012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설경숙 프로그래머와의 만남

 

 

개인적인 질문. 

 

 

 

종교학을 전공하셨다고 들었는데...

 

영화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탐구잖아요. 종교학도 그런 점에서 영화와 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종교는 인간의 본성에 내재하는 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거잖아요. 그런 것들의 뿌리를 공부해보고 싶었어요. 영화, 특히 다큐가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층위를 드러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에 대한 관심이 종교인류학을 공부하면서 다큐멘터리라는 구체적인 분야로 옮겨가게 된 거죠. 즉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만나는 지점이 다큐멘터리였다고 생각해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현실의 느낌들을 작품화해서 보여주는 것이 다큐라고 생각해요.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을 포착해내는 힘이 있기 때문에 더 큰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EIDF에 관하여.

 

EIDF 2012 작품들을 선정할 때의 기준은?

 

일단 작품성을 주로 보죠. 다큐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랐던 부분을 알려줄 수 있을 정도로 소재가 의미 있는지를 보지만 선정 기준이 극영화와 크게 다르진 않아요. 그리고 대중적인 영화제이다 보니 흥미도 배제할 수 없겠죠. 여기에 짜임새 있는 구성, 미학적인 부분들 까지 다양하게 보고 선정하였습니다.”

 

 

프로그램 선정 중 기억에 남는 영화감독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감독을 한 명 꼽기는 어렵지만 감독들의 특이한 점이 있는 것 같긴 해요. 작품 스타일과 실제 감독의 스타일이 대조적이라는 점이 재미있어요. 굉장히 엽기적인 작품을 찍은 감독을 실제로 만나보면 젠틀한 경우가 있고, 반듯한 영화를 만든 감독은 히피스러울 때가 있거든요. 이건 아마도 감독들이 영화를 만들 때 평소에 표출하지 않는 자신의 다른 면,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자신을 반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애정이 가는 작품은?

 

모든 작품에 애정이 가지만 친구에게 재밌게 볼 수 있도록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는 <성모마리아, 콥트교도, 그리고 나> 예. 다큐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백 퍼센트 갖고 있는 다큐적인 다큐라고 할 수 있어요. 영화 만들기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내었죠. 감독이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지는데 그 과정 속에서 생기는 어려움과 과정 자체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잘 그려내는 작품이에요.”

 

▲성모마리아, 콥트교도, 그리고 나                                             ▲모들린 가족 이야기

 

단편 작품으로는 <모들린 가족 이야기>를 꼽고 싶어요. 콘퍼런스 주제중 하나인 자료를 이용해 이야기를 구성하는 아카이브 스토리텔링 방법을 활용한 영환데요. 일단 영화가 너무 귀여워요. 영화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 바라는 점

 

"‘영화는 이래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으면 절대 영화를 보고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고 봐요. 비교 기준을 없애고 그 작품 자체의 재미를 찾으려고 하다보면 기대치 못한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방적인 마음으로 보았으면 좋겠어요."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길.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갖추어야 할 것은?

 

주로 하는 일이 해외 영화제에서 영화를 선정하고, 섭외하나는 일이기 때문에 갖추어야 할 것은 크게 영화에 대한 관심과 지식. 영화를 가져올 때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언어능력이 아닐까 싶은데요?”

 

 

프로그래머로서 뿌듯함과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는?

 

"프로그래머로서 자기 색깔을 보여 주어야 하면서도 그 영화제의 취지에 부합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려운 부분 같아요. 또 선정 시 만드는 사람의 입장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경향이 있어요.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훌륭하지 않은 작품이 없거든요. 애정도 중요하지만 적당히 안배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거죠. 뽑아놓은 작품을 사람들이 보고 재밌을 것 같다고 할 때 혹은 즐거워 할 때 간접적으로 만족감을 느끼죠."

 

 

미래의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영화를 정말 많이 봐야 해요. 프로그래머로서 자신이 가져온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위해서 물론 이론적인 공부가 뒷받침되어야 하겠죠 ^^  이론적 공부에서 나아가 많이 보고, 자신의 식견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하지만 영화를 좋아한다면 누구라도 해 볼 만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꿈

 

"제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러나 먼 미래를 계획하고 살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알지는 못하고요. 아마 현장과 현재의 일을 왔다 갔다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작자는 제작만, 이론가는 이론만 하는 것보다는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저의 삶의 방식과 부합하기 때문에 아마 멀지 않은 미래에 두 가지 일 모두 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 인터뷰를 마치며

 

 

영화를 좋아했던 나에게 현상의 이면을 바라보게 하는 종교학이라는 학문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 저에게는 조금 낯설지만 멋지게 느껴지는 이름이었는데요.

기대와 긴장이 공존하는 마음으로 EIDF 2012 설경숙 프로그래머를 처음 만난 순간, 이 두 감정은 친숙한 옆집 언니를 대하는 편안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철학을 전공한 인터뷰어로서 가장 공감이 갔던 말은 영화를 좋아했던 나에게 현상의 이면을 바라보게 하는 종교학이라는 학문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라는 한 마디였는데요.

내색하지는 못했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지니고 살아오신 인생 선배님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고, 이 때부터 준비했던 인터뷰 문항지를 접고 진심으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 나갔습니다.

누군가를 공식적(?)으로 인터뷰해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딱딱하고 어렵기 보다는 유연하고 편안한 느낌이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시끄러운 믹서 소리에도 조근조근 소중한 말들을 꺼내 주신 설경숙 프로그래머에게 감사하단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설경숙 프로그래머가 추천한 영화 성모마리아, 콥트교도 그리고 나 모들린 가족 이야기의 작품 및 상영 정보를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