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현장 스케치: EIDF 2012 사전제작지원 프로젝트 장편 피칭 현장
두 시 부터 두 번째 세션인 장편 사전제작 피칭이 시작되었는데요.
이전의 단편 부문에서 젊은 다큐인들의 패기를 느낄 수 있었다면,
장편 부문에서는 쟁쟁한 다큐 실력자들의 작품 철학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심사위원 소개
쟁쟁한 장편 부문 작품들을 심사하기 위해 총 다섯 명의 심사위원이 EBS 스페이스를 찾아주셨는데요.
(왼쪽부터) 한국 최초로 암스테르담 영화제에 진출한 박봉남 다큐멘터리 감독,
<아마존의 눈물>, <아프리카의 눈물>의 김진만 MBC 다큐멘터리 PD,
장편 심사위원단의 홍일점인 권혁미 EBS 글로벌콘텐츠부 차장,
영국 모자이크 필름의 대표이자 DFG의 설립자인 앤디 글린 감독,
핀란드 공영방송 YLE 다큐멘터리의 이카 베칼라히티 커미셔닝 에디터가
공정한 심사를 위해 자리를 빛내 주었습니다.
장편부문 피칭은 감독들이 자신의 작품을 PR하는 자리인 동시에
걸출한 감독들이 자신의 색깔을 담은 작품 세계를 심사위원 및 청중과 공유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피칭 현장에서 공유된 5인 5색의 감독들과 그들의 작품, 한번 만나 볼까요?
확고한 작품 세계를 가진 신지승 감독
“누구를 찍을 것이고 무엇을 찍을 것인가는 준비되지 않았고, 시나리오도 없습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지닌 신지승 감독은 10여 년간 80개 마을을 돌며 마을 영화를 찍어왔는데요.
이번 장편 작업을 통해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사이의 평등한 창작자의 관계를 구성하고자 하였다고 해요.
‘모두의 다큐, 모두의 극장’을 지향하는 그의 작품이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베칼라히티 심사위원은 그의 작품에 대해
개인의 특별한 스토리를 어떻게 발견해낼 것인가 혹은 표출하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이며
작품의 의도가 매우 좋다는 심사평을 해 주었습니다.
EIDF와의 인연 이승준 감독
이어진 순서는 EIDF 2009 사전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되었던 <달팽이의 별>의 이승준 감독이었는데요.
이번에는 태어난 이후로 자신의 언어를 가져본 적이 없는 열여덟 살 소녀와 그녀의 엄마가 언어를 넘어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
<바람처럼, 예지와 나>를 가지고 EIDF를 찾았습니다.
이승준 감독은 유독 심사위원들로부터 전작 <달팽이의 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이에 대해 감독은 “전작은 기존의 언어와는 다른, 새로운 언어를 다룬 것이라면 이번 작품은 언어의 부재 상태에서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하지만 관객 분들이 비슷하다고 보신다면 그럴 수도 있겠죠.(웃음)” 라고 답했습니다.
<달팽이의 별>에 이어 또 하나의 아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탁월한 영상미 안재민 감독
세 번째 순서로 안재민 감독은 종갓집의 노모와 70대 아들이 써 나가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오백 년의 약속>을 소개했는데요.
이 작품은 긴 호흡과 잔잔한 영상미로 느림의 미학을 추구한다고 해요.
감독은 최초로 DSLR만을 이용해 제작한 장편 다큐멘터리 <오래된 인력거 My Barefoot Friend>의 촬영 감독을 맡기도 했는데요.
이 날(사전제작 피칭 당일) 함께 무대에 선 제작자에 따르면, 핫독스(Hot Docs)에 초청되었을 때 감독보다 촬영 감독에게 더 시선이 주목되어 감독님이 서운해 했다는 일화가 있다고 하네요.^^
그만큼 안재민 감독의 탁월한 영상미를 인정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라포 형성의 달인 박혁지 감독
네 번째로 발표를 한 박혁지 감독은 한 남자의 아내와 첩으로 만나 남은 인생을 반려자로 살아가는 두 여자의 우정에 관한 영화
<춘희막이>를 소개했는데요. 한국판 <델마와 루이스>라고 두 할머니를 소개하여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감독은 일상적인 유머와 예측불가능한 두 할머니의 캐릭터, 주인공들과의 친밀감을 영화의 장점으로 꼽았는데요.
트레일러를 보는 내내 관객들로 하여금 솔직한 웃음을 자아냈던 이유가 바로 이런 요소들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곧 춘희, 막이 유쾌한 두 할머니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그들의 친구 이창준 감독
마지막 순서로 이창준 감독이 <영등포 역전을 돌아서면... 그 동네, 안동네>라는 작품과 함께 자리를 빛내 주었습니다.
영등포역 근처 쪽방촌 마을을 담은 이 작품에는 세 사람,
노숙자들 앞에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현, 돈키호테처럼 호탕한 복수, 자기연민적인 정선이 등장합니다.
감독은 촬영 중 이들과 친구가 되었다며, 피칭 내내 마치 친한 친구 이야기를 하듯 세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요.
노숙자들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 주기보다는 그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 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가
매우 돋보이는 피칭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다섯 명의 감독과 그 작품들을 살펴 보았는데요.
다섯 작품 모두 너무나도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기에 사전제작지원 당선 여부를 떠나 관객의 입장에서는 모든 작품의 완성된 모습이 매우 궁금하기도 합니다. 사전제작지원 피칭 과정을 통해 감독들은 심사위원의 날카로운 조언을 얻고, 함께한 관객들은 감독의 작품 세계를 직접 들어볼 수 있어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 사전제작지원 피칭을 마치며
올해 사전제작지원 피칭에는 장편 35편 단편 37편이 출품되면서 매우 높은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높은 경쟁률과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본선에 진출한 작품들은 정말 훌륭한 기획안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겠지요?
장편, 단편부문에서 각 두 편씩 사전제작지원작으로 당선되는데요, 과연 EIDF 2012 사전지원제작 당선작은 어떤 작품이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당선작은 8월 24일 시상식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답니다!
장편 부문 심사위원 앤디 글린 감독이 했던 “피칭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작품을 꺼내어 관객과 청중에게 꺼내어 보이는 일이다. 때문에 매우 중요하고, 매우 어렵다.” 라는 말처럼 경쟁에 참여한 감독들뿐 아니라 앞으로 영화계에 종사하기를 꿈꾸는 모든 이들이 진정한 피칭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심사위원 인터뷰: 이카 베칼라히티
EIDF 사전 제작 지원 프로젝트 피칭이 끝난 후 심사위원 중의 한 분인 이카 베칼라히티(핀란드 공영방송 YLE 다큐멘터리 커미셔닝 에디터)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이번 프로젝트 피칭과 관련된 질문에 대한 그의 답과, 앞으로 성장해나갈 신인 감독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에디터) 방금 EIDF 사전제작지원 프로젝트 피칭에 장편 출품작들을 확인하셨는데요.
이번 심사 시에 주안점을 두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카) 첫 번째로는 주제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고, 두 번째는 스타일이 흥미로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는 관객들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느끼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과, 네 번째로는 영화를 감상한 뒤 관객들에게
남는 무언가를 전해 주어야 한다는 면에서 관객과의 소통을 말하고 싶네요. 물론 기본적으로 영화의 포토그래픽적인
퀄리티 또한 빼 놓을 수 없을 것 같네요.
에디터) 이번 사전제작지원 프로젝트 피칭에서는 경험 있는 감독들의 장편 출품작들에 대해 심사를 맡으셨는데요,
앞으로 성장해 나갈 신인 감독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 주실 수 있으신가요.
이카)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로부터 영화의 특별함이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관객들 중
누구도 똑같은 영화를 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심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감독들이 각자 갖고
있는 철학적인 생각을 복잡하게 풀지 말고 영화 속에 심플하게 나타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들의 생각을 확실하게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가능성(Possibility)에 따라서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정해야 하는데요, 현실적이지
않은 요소들을 작품으로 끌어들이지 않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이 영화를 만들고
있다라는 사실을 잊도록 노력하라’ 는 것입니다. 감독은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지, 자신이
영화를 찍고 있다고 생각해선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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