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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OX/디뷰어의 시네마천국

당신이 있는 곳이 바로 집이다 <Microtopia>

 

당신이 있는 곳이 바로 집이다 

<Microtopia>

 

 

디뷰어: 김현정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스퍼 워시메이스터 Jesper WACHTMEISTER52분 | 스웨덴2013

 

 

 

  

우리에게 집이란

 

 

우리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특히나 '내 집 마련'을 인생에서 꼭 이뤄야 할 목표로 생각하고 있는 한국에서 집은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모두들 '다른 사람의 집을 빌려서 그곳에서 사는' 것보다는 본인의 명의로 된 집을 사고 싶어하고, 더욱 아이러니 한 것은 그것이 목표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의 별 따기 처럼 어려운 것이라는 점이다.  

 

예전에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면서 동시에 씁쓸함이 먼저 다가왔지만, 정말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본주의에 물들대로 물들어서 집을 소유해야지만 그것이 행복이며, 그곳에서 사는 것 또한 행복이고, 나아가 집이 세상 사람들 눈에 좋아 보이면 보일수록 -혹은 값이 더 나가거나 더 넓을수록- 강박적으로 행복한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이는 비단 한국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세상 사람들은 더 넓은 집을 소유하고 싶어하고, 그것을 자랑하고 싶어한다. 그것이 행복이라 믿으며.

 

 

 

물론 어느 정도의 생활공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아무리 자본주의에 비판적인 시각을 던지는 사람이라고 해도, 분명 본인의 몸 하나 누일 공간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여러 공간들이 덧붙여지면서, 그 생활 공간은 점차 넓어져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행복이라고 여기는 것은 사회관습에 물든 생각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 것은 바로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였다. 따지고 보면, 배낭여행을 하던 시절 나는 내 한 몸 누일 수 있는 공간만 있어도 행복했고,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노숙도 서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했고 즐거웠다. 생활공간이 없다는 것에서 오는 불행은 내 행복을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혹자는 '그것은 여행중이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 역시 이를 완전히 부정할 수 없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무엇이 답인지는 철저히 개인이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 다큐멘터리 속의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집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출발점으로 그들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과연 집은 넓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 그들의 최우선 가치는 다들 조금씩 달랐지만, 그들의 삶의 방식, 가치 등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의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로 필요한 것

 

 

누군가 정리의 시작은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던가.

물건 하나하나에 소중한 추억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잘 버리지 못하는 나는, 이 세상에 불필요한 것은 없다며 외치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넘쳐나는 물건들 사이에 둘러싸여서 허영심에 가득찬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며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점점 더 작은 집에서 살게 된 그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집에 정말 필요한 것들만 있으면 삶 자체도 중요하게 느껴진다"

 

 

 

 

현대인이 잃어버린, "고요함"

 

 

도시의 현대인들에게 없는 것 중 하나는 아마도, '고요함'일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소리에 둘러싸여서 살아간다. 소음공해라는 말은 이미 흔한 것이 되었고, 간혹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경우가 생기면 오히려 불안해하기도 한다. 우리는 시시각각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가고, 어쩌면 고요함은 그와 반대되는, 있어서는 안될 존재라고 여기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요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리고 그 고요함 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의 상상력에 자극을

 

 

다큐멘터리가 전하고자 하는 중요 메시지를 제하고 나면, <Microtopia>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아이디어들로 넘쳐난다. 쳇바퀴 돌 듯 갑갑한 삶에 눌려서 어느샌가 사라져버린 듯한 느낌이 드는 나의 창의력, 그리고 상상력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Microtopia>는 아름다운 영상, 그리고 인터뷰로만 구성되어있다. 웅장한 음악도 없으며, 내레이션도 없다. 감독이 전하는 바를 우리는 정말 순수히 화면으로만 느껴야 한다. 아주 담백하고 깔끔한 구성이지만, 끝까지 다 보고 나면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것이지?' 라는 의문도 든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여러분들에게 달려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집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당신이 있는 곳이 바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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