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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OX/디뷰어의 시네마천국

사랑의 서커스 (Circus Dynasty)


사랑의 서커스 (Circus Dynasty)


아네르스 리스 한센(Anders RIIS-HANSEN) | 12세관람가 | 91분 | 덴마크 | 2014       


디뷰어 : 한유리





유럽 최대의 서커스 가문 중 하나인 베르디노 가족과 곡예로 세계 최다 수상 기록이 있는 카셀리 가족, 이 두 가문의 이야기를 동화처럼 그린 영화이다.


환상적인 영상미 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사진작가가 영화를 찍은 것 처럼 매 순간이 아름답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장면은 여러가지 있다. 가령 서커스 쇼를 빠른 장면 전환으로 이어붙인 부분, 도약판이 안전한지 점검하는 아버지의 표정, 빨래를 하는 엄마 앞으로 나부끼는 레이스 커튼과, 코끼리와 함께 연습을 하는 레네의 모습 같은 것들이다. 감독은 비상하리만치 찰나를 잘 포착했다. 잠깐 스쳐가는 장면 하나에도 서사와 구도를 담아 예술적으로 표현했다.


레네가 발판을 뛰어올라 공중제비를 돌고 메릴루의 어깨 위에 올라서는 공연을 하는 장면은 몇 번이고 다시 돌려봤다. 메릴루를 비롯한 가족들이 쇼를 성공시키고자 하는 긴장과 호흡을 잘 담아냈다. 그들의 감정에 깊이 동화되어서 쇼를 성공했을 때 함께 쾌감이 든다. 배우가 아닌 실제 곡예사이기 때문에 감정이 연기가 아니다. 이 유일무이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순수하게 감독의 역량이고, 이 감독은 참으로 뛰어난 역량을 지녔다.






영화의 주요 플롯은 두 가문의 아들, 딸인 패트릭 베르디노와 메릴루 카셀리의 사랑 이야기이다. 서로가 최고라고 이야기 하며 서로의 옷 매무새를 만져주고 패트릭의 첫 공연을 위해 메릴루는 구두를 닦아 주기도 한다한 달 차이로 태어나 평생 같이 자라온 그 둘이 커플이 되는 것은 유럽 최대의 서커스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가족들은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젊은 청춘들의 사랑은 곡예처럼 아슬아슬 하다. 서로 최고의 사람이라며 애정이 넘치던 그들 사이에도 갈등은 있고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은 조마조마해 한다.


어른들은 말한다.

"아직 철이 없어서 그래요. 자존심이 문제에요"

"진짜 서커스를 하는 아이들은 다른 서커스 단원들만 보죠. 자기가 가는 길을 똑같이 걷는 사람들만 말이에요.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요? 진짜 서커스 곡예사들은 제빵사나 정비사는 안 봐요. 곡예사만 보고 관심을 두죠."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조금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다른 것에는 통하는 법칙이 사랑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원래 철없는 어린 시절의 사랑은 아슬아슬 한 법이다.


서커스를 가업으로 이어가는 두 가문을 보고 있노라면 으레 최고의 예술가에게나 느낄 법한 경외심이 생긴다. 정신적ㆍ신체적 강인함과 가문에 대한 자부심, 공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무대에서는 요정처럼 날아다니지만 헛간에서 연습하며 많은 실패를 하는 그들을 보니 '아, 곡예사 역시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구나. 날개가 달린 것이 아니구나!' 하고 새삼 깨닫게 된다. 코끼리의 똥을 치우고 샤워를 시키며 형제처럼 대하는 모습은 농경사회의 우리나라에서 사람보다도 대접받던 소의 모습과도 오버랩되며 슬며시 웃음이 난다. 아름답고 멋진 그들의 삶을 응원한다.


TIP. 영화 내내 음악이 깔리는데, 이 음악이 한 몫 한다. 때론 재치있게 때론 웅장하게 영화를 끌어가는 보이지 않는 사회자의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