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프랑수아의 낡은 세탁소
A French Laundry
엘리자베스 보글레르 Elisabeth Vogler
전체관람가 45분 프랑스 2014
디뷰어 : 권한마로
우리는 인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일을 한다. 인생과 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다큐는 거의 90%이상이 장 프랑수아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낡은 세탁소를 담고 있다. 곧 일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89세 할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와 함께한 45년의 세월만큼 낡아버린 세탁소. 그 안에서 일하는 할아버지의 모습, 그 이야기를 카메라는 정직하게 담아낸다. 대사가 많은 것도, 러닝타임이 긴 것도 아닌 이 다큐는 할아버지와 낡은 세탁소를 통해서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45년의 세월에 맞춰서 45분으로 편집을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담아냈다.
중간 중간 열심히 일하는 할아버지의 모습과 대비되는 해변에서 여가를 즐기는 노인들의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어딘지 허전하고 쓸쓸해 보인다. 오히려 일을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더 행복해 보인다. 손님을 만나고, 손님의 버릇을 기억하며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낸다. 할아버지는 이 일을 그만두면 지루할거라고 말한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있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결국 후반부에는 할아버지가 일을 그만두신다. 텅 빈 가게에서 쓸쓸하게 앉아 있는 모습에서 알 수 없는 오묘한 감정들이 밀려왔다. 텅빈 가게를 보고 손님들이 들어오면 이제 그만 한다고 하며 담담하게 다른 세탁소를 소개해준다. 45년의 세월을 할아버지는 그렇게 혼자 앉아 정리하고 계셨을 것이다. 손님들에게도 곧 그만둘거라고 말하며 끝을 준비해왔지만 역시 그간의 세월을 정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보다.
그렇게 일을 그만두신 할아버지는 앞서 나온 노인들처럼 일이 아닌 여가시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도 늘 밝던 할아버지의 표정이 어둡다. 어딘지 쓸쓸해 보인다.
중간에 할아버지는 마치 자신은 성공하지 못한 것처럼, 좋은 차들을 보면서 부러운 듯 말한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성공하려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89세의 나이까지 꾸준히 일하는 할아버지가 정말 성공한 삶 아닐까?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충분히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이 다큐가 재밌었냐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답하겠지만, 이 다큐가 어땠냐는 질문에는 참 좋았다고 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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