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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OX/디뷰어의 시네마천국

티타임(젊음과 나이듦, 우정, 지나간 것들에 대한 유쾌한 수다)

 

 

 

EBS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대상 수상작.

 

 

 60년 이상 오랜 우정과 함께한 티타임

 

 

내 소중한 추억을 함께 나눌 친구가 있다는 것. 그것 만큼 감사한 일도 없을 것이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디저트를 만드는 장면에서 이 다큐멘터리는 시작한다. 5명의 노부인들은 고등학교 졸업 이래 매 달

티타임을 갖고 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벌써 60년이 넘게 흘렀고 티타임은 계속 이어졌다.

 

 

 

60년 이상 만난 친구들이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는 20대 우리의 일상과 많이 다르지 않다.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고, 남자와 연애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날도 있다. 음식을 먹고 립스틱을 다시 바르는 모습, 이성 이야기를 하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물론 대부분은 별 의미가 없는 내용이지만 대화를 꾸준히 이어간다. 역시 여자는 스트레스를 대화로 푸는 것 같다. 그래서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여자들의 수다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건가보다.

때로는 의견이 달라서 서로 마찰이 생길 때도 있지만 친구들이 없었다면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고, 더 외로웠을 것이다.

 

 

 

 

 

 

 세월이 가면

 

 

과연 그녀들이 말하는 평생우정은 오래갈 수 있을까? 먹음직스러운 케이크와 향기로운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던 친구들은 다큐의 중반이 지나자 하나 둘 씩 사진 속에서 사라져간다. 매번 티타임을 가질 때마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지만, 매 년 찍었던 사진을 보며 세월이 흐른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싶다.

 

 

고등학교 졸업 64년 후...

그 많았던 친구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고 이제 4명의 친구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앉을 곳이 없었던 식탁의 자리는 이제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시끌벅적하고 유난히 유쾌했던 그 옛날의 티타임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다.

 

 

 

티타임을 감상하면서 왜 이렇게 지극히 사적이고 평범한 이 내용을 왜 카메라에 담아냈는지 궁금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늘 특별한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살아서 일상적인 것에 감사함을 잘 느끼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일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정말 행복한건데, 잘 느끼지 못했다. 

친구들과의 우정도 그런 것 같다. 평소에는 친구들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해서 친구와 싸우기도 하고 서로에게 섭섭해하기도 하기도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우정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도 학교 친구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티타임을 갖는다. 사는 곳도 다르고 서로 모이려면 한 달전부터 약속을 잡고 모두의 마음이 일심동체가 되어야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졸업 하고 한 두번만 만나면 흐지부지 될 줄 알았는데, 지금 5년 째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티타임을 갖는다. 지금의 친구들이 없었더라면 참 외롭게 마음을 닫고 살았을 것 같다. 함께 고민하고 인생을 함께 할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감사하다.

먼 미래의 나와 내 친구들도 '티타임'의 주인공들처럼 부디 오랜 우정이 변치 않기를 바란다.

 

 

 

 

티타임 감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