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사랑하겠습니다 - 우리가 다음에 다시 만난다면
감독 : 끄리스다 띱차이메따 Krisda Tipchaimeta
작성자 : 김민범
참깨밭에서 놀기를 좋아하던 소년과 두 살인지 혹 세 살인지 많은 동네 누나는 커서 결혼을 한다. 학창 시절 같은 학교에 다녔지만, 잘 알지 못했다. 참깨밭 소년은 자라서 군대에 다녀왔고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동네 누나와 친해졌지만, 어디까지 친한 누나였다. 그때는 그랬다. 요즘처럼 스마트폰으로 순식간에 내 마음을 고백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원 행사가 있을 때나 몰래 만날 수 있는 시절. 어느 날, 부모님이 짝을 지어주면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아야 했다. 내 감정보다는 부모님의 의사가 중요했다. 부모님은 동네 누나와 살라고 했다. 그렇게 둘은 45년을 살았다.
부인이 된 누나는 몇 년 전부터 자꾸 검게 죽어갔다. 만성 심부전증을 앓고 있고, 오른쪽 가슴은 유방암으로 절개했다. 의사의 위염이니 천식이니 하는 엉뚱한 진단에 부인은 59살에 신장을 제거했다. 그때부터 남편은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부인의 신장을 청소한다. 하루 네 번 해야 하는 세척을 한 번도 거른 적 없다. 부인의 신장을 세척하는 동안, 침대, 식탁, 마룻바닥까지 모두 알코올로 소독한다. 끼니를 챙기고, 부인을 씻기다 보면 하루가 짧다. 부인은 온몸이 퉁퉁 부어 남편 없이는 제대로 거동도 하지 못한다. 어디 하나 손 가지 않는 데가 없다. 남편은 묵묵히 부인을 보살핀다.
비가 왔다. 기록적인 폭우로 고속도로가 잠기고, 사람들은 길에서도 보트를 타고 다닌다. 남편과 부인은 꼼짝없이 집에 갇혔다. 조카딸이 음식이며, 물을 배에 실어 가져다줬다. 비가 왔어도 신장 세척과 살균을 멈출 수는 없다. 다만 부인의 건강이 걱정될 뿐이다. 깊은 밤, 남편은 자꾸 묻는다. 병원에 가겠느냐고. 부인은 한사코 거절한다. 부인의 윗배가 자꾸 부풀어 오른다.
머리를 곱게 빗고, 제일 좋은 검은 색 옷을 입는다. 옷이 젖을세라 배에서 물을 퍼낸다. 노를 저어 마을로 향한다. 자식들과 친척들이 모여 있다. 울고 있다. 남편의 눈물도 멈추지 않는다. 긴 장례가 끝나고, 기도를 올린다. 자꾸 기도가 길어진다. 집에 돌아올 때는 바지를 걷고 걸어 돌아온다. 이제 잘 보여야 할 사람이 없다.
시간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이 없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몸을 씻고 나면 할 일이 없다. 멍하니 앉아 있는 일이 늘어났다. 뜨거웠던 사랑은 아니었다. 그대가 없으면 죽을 거 같았던 적도 없는 거 같다. 당신이 없는 지금 나는 그대가 앉아 있던 마루에 앉아있다. 우리가 다음에 다시 만난다면 그 때도 부부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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