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더스 (Brothers)
아슬레우 홀름|전체 관람가|106분|노르웨이|2015
디뷰어 김나정
영화 <보이후드>의 실사판 다큐멘터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노르웨이의 다큐멘터리 감독 아슬레우 홀름이 그녀의 두 아들을 찍은 <브라더스>가 그것.
노르웨이에서 인정받는 다큐멘터리 감독 아슬레우 홀름은 그녀의 두 아들 마르쿠스와 루카스가 자라나는 모습을 카메라로 8년간 담았다. 두 아들이 어릴 적 카메라를 신경 쓰지 않고 천진난만하게 노는 모습에서부터 어느 덧 남자로서의 모습이 완연해진 마르쿠스와 루카스가 ‘이제 카메라 좀 그만 찍으면 안돼요?’라고 자신들의 의견을 분명히 표하는 순간까지, 그녀는 두 아들을 찍었다.
모르긴 몰라도 엄마이자 감독인 아슬레우 홀름은 그녀의 아들의 성장과정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처음 카메라를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가 이대로 조금만 더 머물러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은 영상으로 마르쿠스와 루카스를 만나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축구 경기 전 날 축구공이 그려진 팬티를 입으며 ‘엄마, 나 응원해주실거죠?’라고 사랑스럽게 묻는 아들이 다 커버린 후 여자 친구에게 잘 보이는 일에만 신경 쓰는 장면이 나오자 어쩐지 내가 다 섭섭하기도 하고 서운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엄마는 오죽할까.
이 영화의 정말 좋았던 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 아이들의 자라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아이들의 깊은 생각까지도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이 다큐멘터리는 한 개인의 8년의 가정사이지만, 보는 사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삶과 가족,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인생사를 담고 있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내내 아이와 엄마가 나누는 대화들이 낮은 목소리로 깔리고는 하는데, 나중에 감독의 인터뷰를 읽어보니 이는 아이들이 잠들기 전 나누던 대화들을 녹음한 음성파일에서 따왔다고 한다.
둘, 노르웨이의 자연과 그보다 더 꾸밈없는 아이들이 한데 어우러진 진정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노르웨이의 아이들 모두가 그렇게 다 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르쿠스와 루카스는 잔디밭에서 뛰어놀기도 하고, 강 위에 떠있는 폐허에서 다이빙을 즐기기도 한다. 아주 큰 나무를 베기도 하고 말이다. 그 풍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한 쪽 마음이 따스해진다.
사실 그런 것들을 모두 제하더라도, 이 다큐멘터리를 봐야만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얼마나 뭉클하고 따스해지는 일인가. 관심이 엄마에서 여자친구로, 가장 싫어하던 것을 가장 좋아하는 일로 만들고, 두려워했던 것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이 모든 일을 가능케 하는 시간이란, 세월이란, 얼마나 무심하고도 대단한 것인가. 그 시간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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