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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OX/디뷰어의 시네마천국

시네마 : 퍼블릭 어페어(Cinema : A Public Affair>

리뷰어 김소망



전통적으로 영화를 감상한다는 말에는 스크린이나 tv, 모니터 앞에 앉아 첫 번째 컷이 시작될 때부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시선을 고정하는 일, 좀 더 나아가 오감을 열고 영화에 스며드는 일 이상의 행위는 포함시키지 않는다.

포스터 이미지를 sns에 올리거나 강추”, “별로식의 감상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행동, 영화제나 일부 영화 개봉에서만 볼 수 있는 GV영화 감상이라고 하긴 힘들다. 그건 벌어진 일에 대한 반응에 불과하지, 본질적인 행동(스크린을 쳐다보며 귀를 열어두는 일)은 쏙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이 모든 일들이 당연히 영화 감상안에 포함된다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특이함을 내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가치를 누리기 위해 그만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영화에는 인간을 더욱 인간되게 만드는 가치가 존재하며 이를 누리고/무시하는 관객과 이를 저지하려는 세력이 영화 역사상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다. 한 나라의 국민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의 수준은 그 개인에게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시스템-특히 정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지금의 한국 상황 때문일까, 영화가 이야기하는 퍼블릭 어페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기가 전혀 어렵지 않았다최근에 내가 본 영화들은 퍼블릭 어페어와 거의 상관없는 오락영화들이였다고 생각했는데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바그다드의 도적>이나 동화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어떤 영화도 사회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모스크바의 영화박물관 무세이 키노의 관장인 나움 클레이만은 영화란 영화를 다 본 이후에 시작한다는, 익숙한 이야기를 꺼낸다. 이는 곧 영화란 예술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 나아가야한다는 얘기이며, 더 나아가 본인은 영화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의 길을 찾고 있고 모든 관객이 영화 앞에서 동일한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객 입장에서 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의무인가. 이미 오락성만으로도 영화가 인류에게 주는 유익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나.

클레이만과 박물관의 직원들은 관객들이 살아가는 시대와 사회가 어떤 풍경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영화가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폭도 그 너비와 깊이가 달라질 수 있으며, 어떤 영화들은 사람들의 삶에 깊이 각인되고 삶의 길을 제시하기에 정부는 이를 두려워한다고 주장한다.

서울 시내에서 차례대로 사라져간 몇몇의 시네마테크 건물들이 떠올랐다. 이젠 정확한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예술영화전용관’. 클레이만은 그 이름이 얼마나 나쁜 이름이냐며 분개한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지점이다. 정말 사람들은 그 말 자체가 지루하고 올드하다고 느낄까? 적어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단어인 건 확실하다. 

영화박물관을 시대적 희생물로 삼아 문화정책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묶어두려는 러시아 정부의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이야기와 다른 점이 거의 없다. 박물관 건물주를 둘러싼 부동산 이야기는 한국에서 들어본 적이 없어 조금 더 솔깃했지만.

이 작품은 영화가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각각의 삶의 방향성 때문에 위대하다고 예찬하지만, 나는 그것이 굳이 영화에만 국한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문학이, 연극이, 음악이 인류에 미친 영향이 영화만 못하다고 얘기할 순 없다. 따라서 영화가 자유그 자체이며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고 개봉하고 토론하고 생각하는 그 모든 과정에 자유를 허락해야 한다면 다른 예술도 마찬가지여야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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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네마 : 퍼블릭 어페어> 보러 가기

<시네마 : 퍼블릭 어페어> 감독 : 타티아나 브란트루프/100분/독일/2015 


나움 클레이만은 1989년부터 모스크바의 영화박물관 무세이 키노의 관장으로 일해왔다. 무세이 키노는 금지됐던 세계고전영화들과 소련영화들을 상영해왔고 모스크바에서 가장 중요한 지적 토론의 장을 제공했다. 그러나 시 정부는 무세이 키노 건물을 매각하고 나움을 해고했다. 상징적인 영화 장면들과 모스크바인들의 인터뷰를 모아 오늘날 러시아의 현실을 투영하는 다큐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