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기차(Last Train Home)
디뷰어 : 권한마로
처음에 이번 달 쓸 리뷰 작품으로 이 다큐를 고를 이유는 단순했다. 이제 곧 설 연휴이기 때문에. 주인공 부부가 1년에 단 한번 음력 설에 고향을 방문한다는 시놉시스를 읽고 선택했다.
다큐는 한 중국 농촌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함께 사는 가족은 아니고 부모와 자식이 멀리 떨어져 지내는 가족의 모습이다. 부부는 어머니께 한 살 난 아이를 맡기고 돈을 벌기 위해 멀리 도시로 떠났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 아이는 어느덧 17살의 소녀가 되었다. 그 동안 아이가 부모와 만날 수 있는 날은 음력 설, 부모님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기간뿐이었다. 그만큼 음력 설은 이 가족에는 일년 중 가장 중요한 날이다.
한국과 다르지 않은, 어쩌면 더 심한 귀향 기차 예매전쟁이 펼쳐진다. 며칠을 발품을 팔아 겨우 구한 기차표. 1년만에 만난 가족들과의 단란한 시간. 그리고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함을 전한다. 그러다 어느 날, 공부해서 성공하길 바랐던 딸이 생활 전선에 뛰어든다. 그러면서 겪게 되는 부모와 딸의 갈등.
부모는 자식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생이별을 한 채로 가족을 위해, 자식을 위해 일을 한다. 그러나 부모는 일년에 한번 보고,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자녀들은 부모들과의 교감이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리고 할머니도, 부모님도 어렸을 적 그랬듯이 촌동네인 고향을 떠나고 싶어한다. 부모들도 아이들이 더 큰 세상에서 살았으면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이 아닌 공부를 해서 세상에 나왔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부모는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집으로 가는 기차 Last Train Home>를 통해 설이 다가온 오늘 가족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자신들도 어렸을 적 똑같이 꿈꿨던 도시에서의 생활, 그리고 그것을 꿈꾸는 딸. 부모들도 딸의 생각을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편한 딸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은 아니라고 말한다. 더 공부를 하고 성공해서 나오길 바란다. 그 것 하나만 바라며 힘든 타지 생활을 견딘다. 지옥 같은 귀향 전쟁과 기차도 견뎌낸다. 하지만 부모와의 관계가 온전하지 못한 딸은 부모를 이해하지 못한다. 공부는 하기 싫고, 빨리 이 곳을 탈출해 돈을 벌고 독립하고 싶다. 그리고 결국 부모는 고향에 남아있는 둘째 아들을 위해 큰 결심을 한다.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부모와의 갈등. 이제 우리는 그 갈등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우리가 딸의 나이쯤에는 이해할 수 없던 부모의 생각을, 혹은 부모의 마음을 몰라주는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입장을 다큐를 통해 멀찍이서 바라본다. 그 것이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던, 이제는 이해 할 수 있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 가족의 모습을 통해 한번쯤 부모의 입장, 자식의 입장을 한번쯤 더 생각해볼 수 있는 1시간 26분의 이 순간, 가족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이 시간이 <집으로 가는 기차>에 의미를 부여한다. 집-가족이 있는 그 곳으로 기차-다큐를 타고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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