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DF 에디터가 소개할 네 번째 한국 다큐멘터리 파노라마 상영작은 초원 HIALEAH: People on the Prairie입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미 해군은 부산진구 범전동 일대에 군사 기지를 설치했다. 부대는 2006년에 공식적으로 폐쇄되었지만, 근처 본동마을은 시민공원 부지로 선정되면서 철거될 위기에 놓인다. <초원>은 아름다운 초원이라는 뜻인 ‘하이얼리아(Hialeah)’라고 불리던 부대 일대를 삶의 터전으로 삼던 사람들이 더 이상은 머무르지 못하게 되어 떠나야만 하는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초원>에는 아주 정적이고 제한적인 카메라 움직임이 있을 뿐이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방식도 감독의 개입이 거의 없는 관찰다큐의 느낌이 나도록 한다. 가끔은 이것이 영상인지 사진인지 헷갈릴 정도로 움직임이 없는 인서트 컷이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인터뷰는 꼭 그 인물에게 한정되어 있지 않고 싱크가 뒤틀려 풍경이나 그림과 어울리곤 해서 인터뷰의 내용을 더욱 부각시킨다.
이곳에 살던 한 사람은 이 상황을 ‘쫓겨나간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렇게 직접적인 언급을 통해 말해주는 것은 이 경우 한 번뿐 <초원>에서는 단지 황폐해진 마을의 모습, 떠난 사람들의 흔적, 불 꺼진 풍경 등을 통해 담담히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떠나가야만 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격정적이 아니라 섬세한 안타까움으로 다가오고, 그래야만 하는 현실 또한 안쓰럽게 느껴진다.
삶의 터전으로써 남아있던 사람들의 ‘초원’은 더 이상 ‘초원’이 아닌 채 기억 속으로 매몰되었을 뿐이다. 현대사회에서 사라지고 다시 생성되는 일들은 사실 그렇게 드문 것이 아니지만 우리는 그런 것들에게 진심으로 세밀히 관심을 주지 못한다. 만약 이런 것들에 조금 더 관심을 주고 귀 기울여 주고자 한다면 <초원>은 그것에 합당한 답을 줄 것이다.
<글: EIDF 자원활동가 김남주>
초원 HIALEAH: People on the Prairie는 8월 28일 오후 4시 30분 KU시네마테크에서 상영됩니다. EBS TV로는 8월 30일 오전 12시 10분에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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