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DF 독 캠퍼스<Doc Campus> 일반과정 둘째날이 지난 27일 상명대학교 밀레니엄관에서 열렸어요. 9시부터 6시라는 긴 강의시간동안 이어지는 독 캠퍼스. 수강생 여러분들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오늘도 열정 넘치는 태도로 강의에 임해줬습니다.
첫 시간의 강사님이 들어선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기자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한겨례 보도 팀장 안수찬 기자님이 바로 첫 번재 강사님이셨기 때문입니다!
<다큐멘터리의 원형: 내러티브 저널리즘>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강의는 다큐멘터리 클래스에 신문 기자가 강연하는 게 이상하게 생각 되었지만 강사님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강의가 시작 되고 나니 그 의문이 싹 가셨습니다.
안수찬 기자님은 저널리즘과 다큐멘터리가 공유해야 할 것에 있어서 ‘내러티브’를 강조하여 말씀하셨습니다. 기자는 글로 말하고 다큐멘터리 감독은 영상으로 말하지만 감독과 기자 모두 내러티브를 담아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특히 그 메시지가 현실과 어떤 관련성을 가지고 어떤 관점으로 전해지는가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기자님은 “완전한 객관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과연 현실은 어떠한 시각으로 전할 때 그것이 가장 올바른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공부하기 이전에 저널리즘을 통해 ‘내가 무엇을 이야기할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것을 주문하셨습니다.
다큐멘터리와 신문 역시 현실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질뿐더러 저널리즘이 다큐멘터리의 원형이자 미래라는 말과 함께 아직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본적이 없지만 수강생 분들과 선의의 경쟁자가 되어 미래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꼭 하고 싶다는 열정을 보여주셨는데요.
강의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안 기자님께서 보여주신 뉴욕타임즈의 스노우 폴을 보면 한 결 더 이해가 가기 쉬울 것 같습니다. 저널리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선상에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스노폴 보러 가기> - 아래 클릭
두 번째 시간은 김민철 PD님께서 <나의 첫 다큐멘터리, 어디서부터 시작할까?>라는 제목의 강의를 진행해주셨습니다.
처음부터 마이크를 여러 대 요청하셨던 PD님은, 일방적인 강의를 하기 보다는 학생들의 질문을 듣고 그 질문에 상세하게 대답해주는 상호 소통하는 방식으로 강의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덕분에 단순히 다큐멘터리 제작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시장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특히,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데 있어 필요한 예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진솔한 이야기들은 독 캠퍼스에서만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였습니다.
김 PD님께서 제작에 참여하신 <달팽이의 별>만 해도 해외 공공 기관부터 EIDF까지 6개의 기관에서 후원을 받아 제작되었는데요, PD님께서는 그 비결을 이렇게 말하십니다.
“한 줄로 너의 다큐멘터리를 설명해라.”
“트레일러를 보고 싶게 흥미롭게 만들어라.”
실제로 PD님은 간결하면서도 인상적인 피칭을 위해 가끔은 파워포인트를 과감하게 생략한 채 관계자들을 만나 자신의 다큐멘터리를 홍보하신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다큐멘터리 제작뿐만 아니라 제작 배급 홍보 등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서도 많이 말씀해주셨습니다. 이 모든 게 열띤 수강생들의 질문 덕분이었지요! :)
이번 둘째 날은 정말 각각 강사님만의 독특한 강의가 진행되었는데요. 세 번째 시간에는
‘영화의 발전으로 보는 다큐멘터리’ 란 이름 아래 다큐멘터리의 형제이자 혹은 라이벌과도 같은 영화와 다큐의 관계에 관해 설명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의를 진행하신 이상용 프로그래머님은 뤼미에르 형제의 <가까운 이웃 나라들> 이라는 최초의 영화에서부터 다큐멘터리의 기원을 찾으셨습니다.
<인류 최초의 영화를 제작한 뤼미에르 형제>
이 프로그래머님은 이미 1895년 첫 영화에 다큐멘터리적 요소와 함께 조작도, 감독의 사적인 의도도, 모두 이미 존재했다고 말씀하시며 오늘날 다큐멘터리가 복잡하게 분화되는 건 태생적인 것이었다고 말씀하시면서 오히려 이것을 다양한 장르를 껴안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영화적인 것도 같이 고민하면서 이야기 해주어야 하고 그것이야 말로 다큐의 현대적 의의로 리얼 순수 100% 현실만은 담은 다큐멘터리란 존재할 수 없다며 다큐에 대해 보다 열린 시각을 갖게 만들어 주는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저 화면을 담아내는 것에 의의를 두었던 최초의 필름 안에도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서 조작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와 마찬가지로 다큐멘터리 필름 역시 현실을 그대로 담으려 노력하지만 분명 사람들의 시선과 흥미를 끌기 위해 분명히 조작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감독님은 힘주어 말씀하셨습니다.
마지막 수업을 진행해 주신 이승준 감독님께서는 이번 EIDF에 <달에 부는 바람>이란 작품을 출품해주셨는데요. 감독님의 작품을 함께 보며 어떤 소재를 선택할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다큐로 담아내는지 감독님만의 기준과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특히 감독님께서는 이론적인 건 책으로 배우고, 자신은 현장에서 느낀 점을 위주로 강의를 진행해 주시겠다고 말씀해주셔서 이전과는 또 다른 의미에 새로운 강의가 진행됐습니다.
먼저 소재 선택에 있어서 존재하는 어떤 것 중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고 스토리가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또한, 1교시 안수찬 기자님이 뉴스와 다큐의 공통점을 말했던 것과 달리 감독님은 다른 점을 말씀해주셨는데요 똑같은 소재를 다루지만 마음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점에서 극영화나, 연극, 그리고 소설과 마찬가지로 다큐멘터리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다큐멘터리는 소설 등과 달리 사실만을 가지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생긴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실제로 감독님께서 보여주신 감독님의 작품을 보며 저 또한 가슴이 막막했는데요
그 사연의 주인공이 나와 같은 현실이 살고 있기에 다큐가 끝나면 끝나버리는 게 아니라, ‘과연 그 아이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지금 내가 이곳에 있을 때 과연 그 아이는 어떠한 삶을 살고 있을까?’ ‘내게 이런 세상이 그 아이에겐 어떤 세상일까?’ 등 여러 질문과 생각들이 끊임없이 제 머릿속을 맴돌아서였어요. 이게 바로 이승준 감독님이 강조하신 ‘마음의 움직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이틀 째 독캠퍼스가 마무리되고 3일차 강의들만이 남았는데요! 마지막 날에는 또 어떤 강의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글: EIDF 자원활동가 김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