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수요일 인디스페이스에서는 EIDF 2014 두 번째 패션 다큐 콘서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날의 주제가 된 다큐멘터리는 <패션 여제, 다이애나 브릴랜드(Diana Vreeland: The Eye Has to Travel)>로, 하퍼스 바자와 보그의 에디터와 편집장으로 활약하며 패션계의 여제로 군림했던 다이애나 브릴랜드의 삶과 역사를 다룬 작품입니다. 영화는 그녀 본인의 목소리로 패션과 패션 저널리즘의 역사를 따라가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이 날의 토크 콘서트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정혜윤 CBS PD님의 진행으로 코스모폴리탄의 백지수 부편집장님과 ‘대한민국 최초 남자 에디터’이자 겟잇뷰티 MC로 유명하신 황민영 에디터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의 패널 중 한 분이신 백지수 부편집장님은 패션잡지에서 14년을 일하신 분으로 다이애나 브릴랜드라는 오늘의 주인공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봐도 될만한 분이셨는데요, 백 부편집장님께서는 다이애나 브릴랜드는 지금 봐도 멋있는 분이라며 나이가 들어도 세련되고 촌스럽지 않다는 극찬을 하셨습니다.
황민영 에디터님은 다이애나 브릴랜드의 패션을 창조하고 만든다는 점에 대해 그녀는 ‘누가 봐도 아름다운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을 만든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시며 열정을 꿈틀거리게 하는 계기가 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진행을 하시는 정혜윤 PD님은 1920년대의 개츠비나 가브리엘 마르케스를 연결 지으며 그녀를 꿈과 환상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살았던 인물로 평가했습니다.
패널분들과 영화에 대한 간단한 소감을 나눈 후에는 “두 분을 (질문으로) 고문”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Q 패션계에서 일하고 싶은 꿈을 키워오던 대학생입니다. 그러나 사실 패션과는 전혀 다른 전공을 하게 되었는데 계속 패션에서 일을 하고 싶어서 취업을 앞둔 입장에서 고민이 됩니다. 일단은 잡지 어시스턴트로라도 시작을 해보고자 하는데, 주변에서 많은 회의를 표해서 두려움이 생깁니다. 사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고 패션 에디터의 꿈을 키워왔는데 어시스턴트 일 만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일까요?
백지수 부편집장님(이하 백): “저는 사실 공채로 들어왔기 때문에 어시스턴트 기간이 없었어요. 그러나 어시스턴트 기간을 거쳐 들어왔다면 훨씬 더 좋았을 거라 생각했어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특히 요즘에는 공채를 뽑지 않고 TO가 생기면 어시스턴트 기간을 거친 경력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이 자리가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화려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아요. ”
황민영 에디터(이하 황): “어시스턴트가 기자가 되는 길은 맞는데, (질문하신 분이) 왜 패션 에디터가 되고 싶으신 건지 알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이 ‘너 저기 가서 힘들면 어떡할래?’라고 해도 하고 싶으면 힘들어도 밀어붙이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렇게 일을 시작을 했어요. 말씀하신 영화도 그렇고, <스타일>같은 드라마도 있었지만 현실은 생각한 것과 많이 달라요. 자기가 어떤걸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왜 하고 싶은지 먼저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의 이 자리에 올 것이라고는 저 자신도, 제게 처음 이 일을 소개해준 선배도 몰랐어요.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지금 내가 왜 이 고민을 하고 있는가를 먼저 고민을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Q 의류학과에 다니는 21살 학생입니다. 다들 제 입장에서는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이신데, 그 분들(패널 분들)이 제 나이 때는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입장에서 어떤 것들을 하면 좋을지, 지금 돌아보고 생각했을 때 후회하시는 점들이 있다면 그런 것들에 대해 어떻게 준비를 하면 좋을지 알고 싶습니다. 또, 에디터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는데 기사들을 보면 화장품, 옷, 연예인 가십 등 많은 것들을 다루고 알고 계신데 그런 것들은 또 어떻게 공부하고 준비하면 좋을까요?
황: “일단 저는 21살 때, 군대에 있었습니다. 이제 막 입대를 했었던 참이었어요. 당시 GQ라는 잡지가 창간을 했었는데, 그때까지 제가 보지 못했던, 생각하지도 못했던 표현들을 보고 자극을 받았어요. 당시에는 저를 가르쳐 줄 사람도 없었고,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잡지를 보고 배우는 것이었기 때문에 저는 그렇게 공부를 했어요. 처음에는 다른 기자 분들의 글을 따라 써보고 했었는데 맞춤법이나 띄어 쓰기 등 한글 공부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한글공부를 추천해주고 싶어요. 저는 이후에는 잡지에 어울리는 글을 써서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어시스트가 되고 싶단 어필을 했는데 그 중 두 명에게 연락이 와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사실 제가 일을 시작했던 잡지는 지금은 망했어요. 저는 유명 잡지사 채용에 학력 학벌이 중요한 서류에서 실패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그곳들에서 스카우트가 와서 제 자신에 대한 대견함을 느껴요.“
백: “저는 사실 정말 게으른 편이었어요. 그 때 사실 여유롭게 살면서 그림을 많이 그렸었는데, 그게 나중에 화보 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색을 많이 쓰는 게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사실 다이애나 같이 스타가 된 경우는 다르지만, 에디터의 직업은 내가 모은 스텝들이 120% 유용성 있게 일하게 만드는 것으로 비유를 맞추는 게 중요한 요소에요. 물론 트랜드를 아는 건 중요하지만, 잡지를 보면서 ‘이건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디테일은 자료를 찾아보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는 요소고, ‘이게 정말 좋아하는 일인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좋아하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어요. 저는 많이 보고 관심을 두는 것, 그리고 애티튜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14년 차이기에 지원자들 포트폴리오를 보면 미안하지만, 허접해요. 하지만 얼마나 관심이 있고 노력했는지는 드러나요. 선배가 가르쳐주고 싶게 만드는 애티튜드가 더 중요해요. 모르는 것은 (선배들이) 얼마든지 채워줄 수 있어요. 그리고 꼭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이불 속에서 생각하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아요. 고민하지 말고 뭐라도 시작하세요. 기회는 어디서 올 지 몰라요. 작은 일이라도 열심히 하다 보면 누군가 한 명은 보고 있어요.”
Q 영화에서 다이애나가 편집장 일을 하다가 잡지사가 새로운 색깔을 원한다고 바로 물러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에디터라는 위치가 누가 그런다고 쉽게 흔들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니고, 다이애나도 영화에서 굉장히 창조적이고 혁신적으로 비춰졌는데 색깔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쉽게 무너진다는 데서 배신감까지 느꼈어요. 그래서 그게 정말 색깔이 안 맞아서였는지 다른 영향이 있었던 건지 알고 싶어요.
백: “그건 잡지의 색깔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광고주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아까 굉장히 광활한 대지에서 옷이 아주 작게 보이는 컷이 나왔는데, 과연 (독자가 그 컷을 보고) 그 옷이 사고 싶을까요? 그것은 항상 동전의 앞면과 뒷면 같은 잡지의 생리에요. 잡지는 상업예술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보지 않는 잡지는 의미가 없어요. 잡지는 상업예술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보지 않는 잡지는 의미가 없어요. 잡지는 기획이에요. 하늘 아래 새로운 주제는 없어요. 새로운 기획을 해야 해요. 어떻게 해서 양쪽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획을 할 것이냐가 관건인데, 다이애나는 (미안하지만) 그런 관점에서는 실패한 사람이에요.”
황: “사실 독자 엽서에 한동안 굉장히 많이 왔던 내용이 ‘왜 이렇게 광고가 많은가요?’ 였어요. 광고가 없으면 잡지는 망해요. 잡지는 분명 독자에게 읽히기 위해 만들어지는 책이지만 그 잡지가 만들어지기 까지는 광고주들이 너무나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에디터가 말씀하신 것처럼 그렇게 힘을 갖고 있는 존재는 아니에요. 에디터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나 독자들한테는 그렇게 보일 수 있겠지만, 에디터도 결국은 회사를 위해서 일하는 회사원이에요. 다이애나도 분명 그 자리에서 나오고 싶진 않았을 테지만, 외부 압력에 의해서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밖에 없었을 거에요.”
이번 토크 콘서트는 원래 예정되어 있던 시간보다 더 연장해서 진행하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단답형 질문답변 형식으로 신속한 진행을 했는데도 질문이 이어질 정도로 정말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그러한 열띤 질문답변을 통해 다큐의 주인공인 1920년대의 다이애나 브릴랜드부터 2014년 현재 한국의 다이애나 브릴랜드 백지수 부편집장님과 황민영 에디터님의 깊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던 뜻 깊은 자리였습니다.
<글: EIDF 자원활동가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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