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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OX/디뷰어의 시네마천국

북해의 청어잡이 (Raw Herring) 리뷰

북해의 청어잡이 (Raw Herring)
레오나르드 레텔 헴리히 / 헤티 나이켄스-레텔 헴리히 | 75분 | 2013
디뷰어 논픽션라이프




디뷰어를 시작하고 첫 리뷰로 이 다큐멘터리에 손이 간 건 ‘북해’란 단어가 들어와서 인 것 같다.

30대중반 아재라 불리는 우리 세대는 ‘대항해시대2’란 전설의 게임을 공유하고 있다.

칸노 요코의 아스라한 배경음악과 함께 항구를 드나들며 무역을 하고 배에 싣고 새벽에만 파는 칼과 갑옷을 구매하기 위해 주점을 반복해서 드나들던… 강한 이 게임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아재들이 한국 여기저기에 분포하고 있다.

그 게임의 나의 ‘최애’ 캐릭터는 네덜란드의 ‘에르네스트 로페즈’란 지도 제작가!

이 캐릭터의 주 무대가 북해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에겐 북해란 바다는 로망이 적어도 열 스푼 이상은 녹아 있다.








이 다큐를 얘기하려면 감독의 ‘싱글 샷 시네마’ 란 촬영기법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사실 고기잡이를 다룬 다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매우 많다.  험준한 바다와 고기란 수확물, 그리고 새벽 부두로 귀환 등 보여줄 얘기가 풍성하다.

그래서 사실 큰 기대는 안했는데 막상 다큐멘터리를 보고나니 화면이 뭔가 역동적이다란 느낌이 든다.

일반적으로 BBC나 내셔널지오그래피의 돈냄새나는 압도적인 화면도 아니고

우리 국내 다큐에서 많이 보던 익숙한 앵글도 아니고

뭔가 확실히 ‘다르다’란 느낌을 다큐 시작부분 부터 받았다.

검색해보니 이 다큐의 감독인 ‘레오나르드 레텔 헴리히’가 ‘싱글 샷 시네마’란 촬영기법으로 유명한 감독이라고 한다.

유튜브에서 이 촬영 기법을 검색해보니



와 같은 영상이 나오는데, 감독이 직접 설명해주는 정성에 바로 이해가 되버린다.

게다가 이 유튜브 영상은 2년전에 업로드 된건데 감독의 리플마져 바로 달려있다.

이렇게 감독과 근거리에서  소통할 수 있는 건 다큐멘터리란 장르의 매력이라고 하겠다.




사실 EBS 디박스로 이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에 몹시 배가 고픈 상태였다.

예전에 ‘슈퍼 사이즈 미’라는 패스트푸드 먹지말라고 찍은 다큐멘터리 보고 런닝타임 99분 내내 맥도날드 햄버거 먹는 장면만 보고나니 도리어 햄버거가 땡겨 버거킹으로 바로 달려간 나로서는 청어 다큐를 보고나면 청어가 먹고싶어지면 어떡하지

라는 고민을 잠시 했으나

‘청어’와 연관검색어인, 그 악명높은 ‘수르스트뢰밍’을 떠올리고 나자 급히 안심할 수 있었다.(모르시는 분은 이경규의 복불복 쇼를 환기… 생화학무기와도 비견되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음식으로 불린다.)

이 다큐에선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청어를 위로 길게 들고 머리부터 냠냠하고 먹는 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이건 이 네덜란드의 전통으로서, 청어란 생선이 가지는 이 지역의 전통적인 자부심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경제사적으로는 14세기 유럽에서 기독교인이 늘어나면서 금욕기간 중 물고기의 수요량이 폭증하였는데,

이 수요를 북해와 발트에서 엄청난 어획량을 잡히던 청어로 채우기 시작했단다.

1410~1420년대엔 알 수 없는 이유로 청어의 어획량이 줄어서 발트해연안 도시들이 힘을 잃고 그 여파로 한자동맹까지 약화되었다는 설도 있으니

청어란 어류가 지니는 역사적 힘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을 짐작한 한 대목은 2012년 첫 청어 한 통을 경매에 붙이는데 250유로 부터 시작해서 최종 낙찰가가 무려 95000유로이다! 
1억원이 넘는 금액인데 혹시 이게 자막 번역상의 오류가 아닐까 했지만 화면 낙찰판에 떡하니 95000유로라고 써있으니 맞는가보다.

네덜란드에서 상징적 의미가 워낙 커서 그런 듯 한데 이렇게 낙찰되어 그 한 통이 어떻게 쓰이는 지는 잘 모르겠다. 






이 다큐의 흐름은 ‘먹고 사는 삶’을 생동감있게 보여주는 듯 하다.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아오는 ‘아버지’들의 일에 아이들도 상당한 분량을 챙겨주는 부분, 그리고 마지막 다큐를 마무리하는 장면들도, 생업의 터전인 청어 잡이를 두고 아버지와 자식세대들이 바톤을 이어받는 듯한 느낌도 약간은 유도한 연출이 아니었을까 싶다.

 리뷰를 다 적고 보니 이 ‘북해의 청어잡이’ 다큐멘터리의 원제가 ‘Raw Herring’이란걸 알았다.

‘북해’란 단어에 끌려서 골랐는데 지나고보니 미끼를 문 것이었다.

살다보면 그런 과정도 하나의 부분이기에 큰 불만은 없다.




덧.원래 포항 과메기가 원래 청어로 만들었다는 걸 이번 계기로 알았다. 제 철이었다면 먹으러 갔을텐데... 기승전과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