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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8/EIDF 2018 상영작

[EIDF2018] <전쟁전야> GV 현장 스케치

 <전쟁전야> GV 현장 스케치 




 태풍이 오기 전, 후덥지근했던 여름의 막바지. 8월 22일, 롯데시네마 홍대 입구에서 <전쟁 전야>감독님과의 대화(GV)가 열렸습니다. 프라하에서 직접 한국까지 오신 얀 게베르트 감독님과 영화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슬로바키아 의용대의 이야기를 다룬 <전쟁 전야>는 ‘피터’라는 젊은 사람을 조명합니다. 이 인물에 대한 관객들의 생각이 다양했는데요, GV를 통해 직접 서로의 의견을 나눠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GV 스케치

(감독: 얀 게베르트, 모터레이터: 이용철, 번역: 김고운)






이용철 모더레이터(이하 이): 피터는 논쟁적인 인물 같다. 극 중에서는 그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은데 본인이 그것에 대해 알면서 임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런 인물을 따라다니며 영화를 찍어주신 건지 궁금하다.


얀 게레르트 감독님(이하 얀): 이런 준 군사 단체가 십 대로 이루어져 있고 리더도 십 대라는 사실이 굉장히 놀라웠다. 유럽지역 즉 비교적 안전한 곳에 그런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가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갔을 때 놀랐던 것은 훈련을 받는 청소년들이 너무나 평범하고 일반적인 내 친구들 같았다는 점이다.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소외되어있거나 아주 편향되어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악의 평범성’이라는 느낌으로 이런 사람들이 주변부에 있다가 사회의 한가운데에서 평범한 모습으로 활동하는 것 자체가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난 이것이 인간의 얼굴을 한 파시즘이라고 생각했다. 또 이런 현상들이 체코나 슬로바키아 뿐 만 아니라 전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 비판적인 인물인 줄 알면서도 임했는지 궁금하다.


: 사실이 친구가 실용적이고 똑똑한 친구다. 이미 자기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찍는 내내 전혀 충돌이 별로 없었고 정치 얘기는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했다. 본인 스스로도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지만, 자의식이 크다 보니까 자신이 이야기를 오히려 컨트롤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나와 이 친구와의 파워 게임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 유럽은 대표적인 선진 국가들이 모여있는 곳이고, 파시즘의 아픔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곳인데 곳곳에서 어떻게 21세기에 파시즘들이 더 강렬하게 나타날 수 있는지, 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사실은 굉장히 이 아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한다. 가시적으로 보이는사람들이 비단 이런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경향’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고, 영국은 브랙 시트가 통과되었다. 한쪽에서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하지만 그것에 반하는 덜 민주적이고 덜 자유적인, ‘컨트롤을 원하는 부분’이 충돌한다.

 이렇게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변두리에서 있다가 포퓰리즘을 지향하는 정치인들과 만나 굉장히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 세계적인 경향을 보면서 자신들도 메인스트림으로 갈 수 있다는 용기를 갖게 된 것 같다. 이런 친구들도 정치를 하면 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어떻게 보면 태풍의 눈 같은 느낌이다.




관객과의 대화




Q.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액트 오브 킬링>이 많이 떠올랐다. 현지에서 개봉을 했었는지 반응은 어땠는지 피터의 반응은 어땠는지, 정당 창단을 한 이후에 의석을 차지했는지 궁금하다.


A. <액트 오브 킬링>은 학살에 대한 것을 보여준 것이고, <전쟁 전야>는 위험한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두 영화가 관통하는 지점이 있다면 ‘우리가 침묵하게 된다면 악은 어떻게서 든지 발현된다’라는 점이다. 이 영화는 상영을 했었고 논쟁적인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게 되었다. ‘이런 일이 있어’라고 설명해도 이 사람이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좀 더 강하게 비판적인 모습을 더 보여줘야 된다는 말이 있었지만,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감정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각자의 생각들을 스스로 해석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숲에 있었던 사람들이 자신감을 얻고 대중들 앞에서 자신 있게 나타나는, ‘사회의 메인스트림이 되고자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관객들이 그걸 보고서 ‘저 사람들이 살아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었다. 영화가 끝난 이후, 피터는 대선후보 중 한 명과 굉장히 가까워지고 굉장히 여러 군데에서 정치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Q. 숨어낸 것들을 드러냄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확산시키고 선전하는 쪽으로 연결된 것 같다. 오히려 인물(피터)의 정치적인 측면을 도와준 것이 아닌가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감독님의 의도가 우리 마음속의 파시즘을 비판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겠지만, 주인공을 도왔다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A.  어떤 다큐멘터리 메이커라도 이런 주제에 있어 리스크가 있고, 논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모든 제작물에 대해서 각자의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고 해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위험한 생각을 가질 수 있는지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피터가 홍보를 이용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어떤 식으로의 경로를 통해서 이런 문제들이 드러나게 되는가, 숲에서 메인스트림으로, 기자를 만나서 정치를 안 한다고 했다가 뒤에서는 조롱하고, 가식적이고 거짓말하는 모습들도 보여주지 않는가. 여러 가지 측면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보여지지 않았던 것이 보여지는 것’과 사람들이 이걸 보고 논쟁하고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환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Q. 이번 영화를 통해 슬로바키아의 의용대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돼서 감사하다. 영화 촬영은 얼마나 걸렸는지, 편집하고 촬영하는 데에 있어서 주인공의 개입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A.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하는 것에는 3년, 마지막 장면은 올해 1월에 촬영했다. 처음 만날 때부터 정치적인 열망이 있어 보였는데 본인이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육감으로 느껴서, 이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독일 방송 저널리스트가 왔을 때 정치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봐달라고 했다. 그런데 없다고 했다. 처음에 접근할 때부터 나레이션을 깐다거나 어떤 이야기 전체적으로 지배하거나 컨트롤할 수 있는 선입견이나 편향된 시각을 전혀 넣지 않고 그 자체를 보여주겠다고 했었고, 피터도 동의한 부분이었다. 촬영을 찍을 때마다 어느 정도 보여줬고, 마지막 편집을 할 때는 피터 쪽에서 전혀 개입을 할 수 없었고 타협 또한 없었다. 선전 영화가 될 수 있는 상황들이나, 내 스스로 개입이 되지 않기 위해서 컨트롤을 하면서 작업을 했다. 




소감 및 마무리


Q. 한국에서 관객들을 만난 소감에 대해 듣고 싶다.


A. 사실 한국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여줬기 떄문에, 내가 더 질문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오늘은 질문을 받게 되어서 흥미로웠다. 











 ‘우리가 침묵하면 악은 어디에서든지 발현된다’. 더는 침묵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던 우리나라의 여러 이슈들과도 맞닿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범한 ‘악’이 점차 메인스트림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전쟁 전야>. 지금 우리가 사는 이 곳에서, 잠재된 악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악이 마치 태풍의 눈 처럼 다가오는 것을 모르고 지나가고 있진 않을까요.




글/자원활동가 기록팀 김아현

사진/자원활동가 기록팀 송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