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거 댄 블랫> GV 현장 스케치
8월 21일, 선선해진 저녁의 롯데 시네마 홍대 입구에서 스트롱거 댄 블랫(Stronger than bullet)의 관객과의 대화(GV)가 열렸습니다. 영화 상영 이후, 마리암 에브라히미 감독님이 직접 상영관을 찾아주셨습니다. 이란 혁명에 몸 바친 사에이드 사데지의 이야기를 다룬 <스트롱거 댄 블랫>은 관람객들에게 어떠한 메시지와 잔상을 남겨주었을지, 늦은 시간까지 모두 자리를 지키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GV스케치
(모더레이터 : 이용철 님, 번역가: 김고운 님, 감독 : 마리아 에브라히미 감독님)
이용철 모더레이터님 (이하 이) : 이란에서는 논쟁적인 내용이 될 것 같다. 이란에서 실제로 이 분(사에이드)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 궁금하고, 어떻게 이 분에 대한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마리암 에브라히미 감독님(이하 마) : 사실 영화를 만드는 게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6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이란에서는 아직까지도 신성한 국방 산업이라는 이름하에 이런 체제를 계속 생산해내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도 이런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사진작가인 사에이드가 이런 체제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사람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람이 프로파간다 즉, 선전 자체를 시작했던 파운더였기 때문에 굉장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해서 쉽게 이 사람을 비판하거나 어떻게 하기가 쉽지 않다. 굉장히 많이 연행되거나 체포되었는데, 이유는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이 사람에 대해 또 다른 문제를 생기게 하거나 하는 상황들 때문이다. 굉장히 용감한 사람이라 거리낌 없이 비판을 하고 있다.
이 : 이란은 반정부적인 성격의 영화는 못 찍게 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촬영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도 궁금하다. 또, 예상되는 바로는 이란에서는 상영되지 못할 것 같은데 현재 주인공이 어떤 상황인지 알고 싶다.
마: 이 영화를 찍을 때 어려웠다고 말씀드렸는데, 스웨덴에 거주하면서 스톡홀롬에 있는 학교의 석사과정 리서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프로파간다를 하는 데 있어서 영화나 그림이나 많은 것들이 이용된다. 이런 부분들의 리서치를 하다 시작되었다. 영화가 쉬워 보이고 쉽게 찍은 것 처럼 보이지만 촬영 허가를 받는데 있어서도 굉장히 까다로웠다. 이런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들어가게 해주지 않는 상황들이 만무하고, 기차 안에서 찍은 장면은 캐논 5d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처럼 영화를 만드는 것 같지 않게했다. 항상 반 체제나 비판을 하는 내용이 아닌 촬영 허가를 받기 위한 시나리오로 만들어서 그 시나리오를 주고 촬영을 했다. 난 여성이기도 하고, 유럽에서 왔다는 그런 부분들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었다. 그래서 크루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촬영했다. 암스트레담에서 프리미어를 마치고 두 번의 행사에도 참여했다. 사람들이 ‘왜 유럽사람인데 이걸(제작) 했느냐?’라고 물었다. 난 정직한 사람이고 내가 말하고 싶은 걸 하는 데 있어서 잃을 게 없다고 대답했다. 또, 사에이드는 이란에 있고, 큰 위험에 처하고 있진 않다.
이: 그건 이란에서 상영이 안되어서 그런 게 아닌가.
마: 맞다. 그런데, 사실 정부는 이런 영화 상영을 하지 않고 무시하려 한다. 지금 내가 EIDF에 오게 되고, 또 이 영화가 아시아에 있는 여러 채널을 통해 방영되어 많은 이란 사람들이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난 이란 사람들이 이 다큐를 꼭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관객과의 대화
Q. 이라크 전쟁 당시에 이란이 승리할 수 있는 때가 있었는데, 시아파의 봉기를 기다리다가 승리를 날려버렸다. 이에 대해 이란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또한 이 영화를 보면 이슬람이 굉장히 문제가 있는 종교라고 생각이 드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다.
A. 지금 말씀하신 것이 맞다. 사실 18개월 만에 전쟁을 끝낼 수 있었고 이란이 자유를 찾게 된 순간이 있었지만, 호메이니와 같은 이슬람 광신도들에게 전쟁을 계속하고 싶어하는 핑계가 필요했던 것 같다. 이라크에 있는 시아 이슬람의 본지가 이런 공격을 받았으니, 이를 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 같고 결국 이슬람의 혁명적인 것을 뻗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한 부분 때문에 전쟁을 오래 하고, 불필요하게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이후 이런 이라크를 재건하는 데에 있어서도 책임과 노력이 따랐다. 물론 이란정부는 그것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 이슬람 종교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종교라는 것은 자신의 개인적인 믿음인 것이고 그런 것은 충분히 다른 사람들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슬람이나 크리스천이나 불교 일지라도 그것이 정치적인 도구로서 이용이 되었을 때, 사람들이 자신의 권력을 잡기 위해 그것을 가지고 이데올로기를 만들고 사람들을 세뇌할 때 문제를 생긴 거라고 생각하지, 종교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Q. 첫 번째 질문에서 이란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A. 사실 전쟁이라는 것 자체가 둘다 비극 일수 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란 사람들도 유감스럽고 슬프게 생각하고 큰 비극이라고 생각하지만, 지나간 일이고 신세대들과 비교해서 전에 겪었던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이야기를 지나간 대로, 흘러가는 대로 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때문에 이런 영화를 보고, 트라우마인 이야기들을 사람들이 알게 되고 젊은 세대들이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다큐멘터리가 리얼리티를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소통의 도구라고 생각하는데, 감독님께서는 아프간에 있는 여인을 통해서 리얼리티를 통한 발걸음을 하셨고 또, 이번에는 전쟁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셨는데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리얼리티를 향해 나아갈 것인지가 궁금하다.
A. 아주 시작 단계이긴 하지만, 이란 여성들의 몸에 대한 대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저는 이란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인데 이란이 중동 국가 중에선 처음으로 베일을 벗게 했다. 왜냐하면 그때 당시 왕이 모던화를 하기 위해 베일을 벗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시대를 지나고 나서도 다시 베일을 해야 한다는 의무를 지워지게 됐고 그런 것에 대해 반대하고 싸우면서 고문당하기도 하고 싸우는 과정들을 보여주는 하나의 여정이 될 텐데, 저의 개인적인 여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Q. 영화를 만들 때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이 영화에서도 비판적인 내용이었지만 사람들의 표정들이 자랑스러워 보이고, 전쟁 참가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추억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것 같아 인상 깊었다. 반대로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 거부한 분들이 있었다던가 이 영상을 찍은 다음에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는 정말 이때의 기억이 너무 참혹했고 끔찍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었는가. 사진을 찍은 밝은 표정 뒤에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 알고 싶다.
A. 사실 이 사진을 이 영화에 나온 사람들을 사진을 찍고 허락한 사람들이지만 그런 사람들 이외에도 거부하는 사람도 많이 있었다. 트라우마고 비참한 기억이고 모두가 그런 전쟁은 아무것도 없는 의미 없는 것에 목숨을 바쳤어야 하는 비극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들이 굉장히 어렸기 때문에 향수가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젊은 시절의 자신들의 전부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끔찍한 기억이지만 그들의 젊은에 대해서 기억과 향수는 여전히 있다. 하지만 지금도 그때 그 전쟁을 겪고 나서 이분들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Q.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데 있어서 이란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셨을 것 같다. 현재 이란에서 이슬람 호메이니 혁명이 일어난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사에이드 처럼 과거의 프로파간다에 대해 후회를 한다거나, 젊은 세대에서 호메이니의 신정정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하다. 궁극적으로 이란 사회가 호메이니의 영향력이 큰 신정정치의 사회인데, 다시 세속국가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A. 사실은 현재 이란의 상태는 완전히 붕괴된 상태라고 볼수 있을 것 같다. 중산층이라는 개념 자체도 좁아지고 있고 사람들은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다. 많은 것들이 차단되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호메이니의 신정정치로 인한 이데올로기, 그리고 그 유토피아를 보여줬지만 그것이 없고 실패라는 것은 다들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2500년 자체의 monarchy(군주제)가 끝나고 지금의 정권이 된 것이기 때문에 다시 monarchy로 돌아가기보다는 세속주의 정권을 기다리고 있다.
Q. 촬영 중에 여성으로서 힘든 점을 말씀해주셨는데, 한국 사회가 미투 운동으로 들끓는 와중에 대부분 감독님들이 남자고, 상하관계 때문에 일을 막 시작한 사람들이 떠나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감독님처럼 이 일을 해나갈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A. 물론 남자도 쉽지 않겠지만, 사실 여성으로서 특히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것이 굉장히 많은 노력 필요하다. 여러 가지 촬영하는데 있어서 여성으로서 당면하는 많은 도전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서 두려워하거나 하면 더 이상 작업이 진행되지 않는다. 2007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촬영할 때도, 여러 많은 도시들을 다니면서 촬영했는데, 스스로 이것이 정말 안전한가에 대해 나를 납득시키는 과정들이 필요했다. 마냥 두렵기 때문에, 어렵기 때문에, 여성이기 때문에 이 다큐멘터리 산업들을 떠나게 되면 다른 남자들이 들어와서 이야기를 하게 된다. 필요한 부분에 있어 싸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저를 납득시키고 나서는, 영화를 만들 때 내가 여자라는 생각보다 다큐멘터리 메이커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탈레반 체제의 정권에서는 베일을 쓰고 싶지 않았지만 써야 하는 상황이있었다. 하지만 나의 목적 자체가 영화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베일을 쓰고 촬영했다. 결국 믿음을 갖고 끝까지 버텨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섭외할 때는 제안서와 설득하는 것에 대한 반복인데, 촬영 현장 섭외가 힘들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런데도 결국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노하우가 궁금하다.
A. 섭외에 대해서는, 케이스에 따라 다른 거라 말씀을 드리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이런 영화를 찍었을 때는 그 안에서 ‘전쟁의 상처’를 촬영한다면 허가를 안 하니 ‘이란의 모습을 보여주겠다, 풍경을 보여주겠다’는 식으로 그때의 상태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편이었다. 이란은 민주주의를 갖는 나라라고 자신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고 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다들 민주적으로 보여주려고 허가를 해주는 경우들이 있다. 허가 자체를 페이퍼로 하는 것이 어렵다기보다는 거기 있는 사람들과의 접촉이 어렵다. 카메라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태도가 그때그때마다 너무 다르기 때문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소감 및 마무리
이 : 감독님도 이란에 사시다가 떠난 분이신데, 떠난 나라에 대해 비극과 슬픔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옆에서 보니까 슬픔이 느껴지시는 듯했는데, 한국 관객들과 만나서 자리를 가진 소감을 묻고 싶다.
마: 사실 난 이란에서 자랐고 이란의 전쟁을 겪었던 사람이다. 이 영화를 만드는 것 차체가 인생의 큰 프로젝트였고, 특히 이란에 살다가 스웨덴에 살면서 밖에서 봤을 때는 비극적인 것을 보는 것이 힘들면서도 객관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를 찍고 나서는 가족들이 이란에 있지만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인데, 돌아가더라도 언제쯤이야 안전하게 갈수 있는지 모르겠다. 원하는 인생의 프로젝트에 대가에 대한 것은 잘 생각을 하고 있고, 어렸을 때 굉장히 많은 것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현재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고 여러분들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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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열정적이고, 수준 높은 관객들의 질문을 통해서 이 영화 자체뿐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이란의 체제 및 문제들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이었습니다. GV가 끝난 이후,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감독님과의 대화를 위해 기다리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족이 있는 자신의 나라에 돌아가지 못할 각오를 하고 제작한 다큐멘터리, <스트롱거 댄 블랫>. 영화의 제목처럼, 총알보다 센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리얼리티를 위해 카메라를 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면서 현실을 담고자 했던 감독님과 이 영화도, 총알보다 강한 것이진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글/ 자원활동가 기록팀 김아현
사진/ 자원활동가 기록팀 송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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