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패밀리> 현장 스케치
EIDF2018의 본격적인 극장 상영이 시작된 8월 21일,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2관에서는 작년 EIDF 대상 수상작인 <버블 패밀리>가 상영되었습니다. 상영과 더불어 마민지 감독님이 직접 참석해 관객 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는데요! '평일 낮시간인데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마민지 감독님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GV가 시작되었습니다.
GV 스케치
이용철 모더레이터. 졸업때 만든 작품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해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게 된 건가?
마민지 감독. 영화를 처음에 제작하게 된 계기는 영화 안에도 등장하는 장면이 있는데, 아버지랑 사이가 안 좋아서 번호도 서로 모르는 정도였다. 부모님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존에 갖고 있던 감정들이 아닌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고 ‘어떤 분들인지 알고싶다’라는 호기심이 생겼고 거기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 리서치과정에서 부모님 인터뷰를 여러 번 진행했는데, 당시에 이야기들이 비단 저희 가족이야기만이 아니고 80년대 한국 개발사와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영화로 제작해야겠다 결심했다. 개인적으로 덧붙이자면 IMF 외환 위기에 대한 오랜 고민이 있었다. 당시 담론이 이미 끝난 담론이거나 오래 지나버린 담론처럼 이야기가 되고 있지만 당시 청소년기, 유소년기를 보낸 10대, 20대 분들은 어떤 시각으로 당시를 기억하고 있을지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용철 모더레이터. 아무리 가족이라도 동의를 얻어야 했을텐데 어떻게 동의를 받았는가?
마민지 감독. 어머님 같은 경우엔 처음에 굉장히 싫어하셔서 촬영중 화장하러 가신 적도 있었고, 옷을 바꿔입으시는 등 개인적인 거부감을 표현하신 적이 있으셨는데 아버님은 그런 거부감이 없으셨다. 어머니에게 촬영과정에서 보도자료나 트레일러도 보여드리고 해서 취지를 설명드리자 차차
설득이 되었다. 나중에는 먼저 장면을 찍으러 가야한다고 하시기도 하실 정도로 적극적으로 변하셨다.
이용철 모더레이터. 처음에 보이는 아버지가 손을 흔드는 장면이 있는데 설정을 하고 찍은 장면인가?
마민지 감독. 그 장면 같은 경우에는 아버지가 출근하는 모습을 찍고 싶어서 팔로우를 하게 되었다. 어떻게 찍어야하나, 재구성을 해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던 씬이다. 기존 촬영 장면 분량 중에 몇 개를 선택해 몽타주로 작업했다.
이용철 모더레이터. 마지막 장면이 인상깊었다. 지금은 가족들과 어떻게 지내고 있나?
마민지 감독. 올해 초에 부모님께서 전세로 나가시겠다고 LH에서 지원을 받으셨다. 지원을 받으려면 제가 세대분리를 해야해서 2년 정도 지내다가 갑자기 쫒겨나듯 자취를 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강동쪽으로 가셨고 저는 은평쪽으로 가서 부모님과 떨어져서 살고 있다. 아무래도 제가 영화작업을 하다 보니까 개인 사업자여서 따로 분리를 하는 게 좋을 거 같다 하셨다(웃음).
Q&A 스케치
Q. 질문이 두 개다. 마지막에 연출하셨던 대사 ‘지금 내가 서있는 이 땅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라는 불안에 대해 말씀하셨고 또 중간에 ‘나는 이런 경제적인 흐름 가운데 쏠릴 수 밖에 없다, 현실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대사들을 남겨주셨는데, 그것들을 느끼시면서 그런 문제에 대해 감독님은 어떻게 투쟁하고 이겨나갈 수 있다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또 감독님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싶으셨지만 결국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셔서 영화를 연출하셨다고 들었다. 저희 세대가 이런 경제적 어려움을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 감독님의 조언이나 의견이 궁금하다.
마민지 감독.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엔딩장면을 비롯해 나레이션에 관한 장면들은 사실 부모님에게 갖고있었던 분노 내지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었다. 그 전에는 아버지 개인에 대한 원망이 컸다면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가족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알게 된 것은 이게 비단 개인의 책임에만 물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고,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고 국가의 책임에 돌아보게 되었다.
엔딩 장면의 경우 고민이 되었는데 단순히 가족이 봉합되어서 행복해 보이는 가정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현실의 문제는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그 사회 안에 속했을 경우에 부모님에게 비난을 쉽게 했기 때문에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을 하니까 시종일관 좋아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 내심 안심이 되기도 하고. 그런 내 스스로의 욕망을 대면하는 시간을 가졌었던 것 같다. 그 과정 속에서 단순히 개인의 욕망을 비난하기는 쉽지만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이것이 비단 욕망을 인정하자, 이거보다는 각자의 현실(경제적인, 사회적인 현실)이 다른데 그 현실에 직면하는 과정이 어렵지만 필요한 과정이다, 라는걸 인정하고 관객 분들과 나누고 싶었다.
Q. 개발이라는 한국 현대사를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잘 풀어낸 거 같아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이란 감독님 부모님께 삶의 불안을 함께한 전부였는데, 감독님이 청년으로서 바라본 부동산은 어떤지 궁금하다.
마민지 감독. 앞 질문과 연결이 되는 거 같은데, 제 세대가 마지막으로 경제성장기를 목도하고 경험한 세대다. 조금만 노력하면 부를 성취할 수 있을거란 희망이나 기대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어렴풋이나마 경험하고 기억하는는 세대인데 IMF를 겪고 구조가 개편이 되면서 저 같은 청년세대는 이제 미래에 대한 성장 내지는 희망 이런걸 갖기 힘든 세대가 되었다. 단순히 개발만 가지고는 될 수 없는, 무언가를 소유하고 있거나 지금의 현실에 문제들을 담보하기에는 어려운 세대다. 마지막 나레이션 같은 경우에는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기존의 청년 문제에 공감을 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되게 나이브하게 보실 수 있으시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문제에 대한 관심이 없는 관객분들 같은 경우에는 그런 현실을 돌아볼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뭔가 희망을 품기에는 저희 같은 청년 세대는 조금 어려운 것이 아닌가, 그럼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이용철 모더레이터. 보험이나 이런 광고를 많이 하는 나라는 좋은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험도 일개 회사인데 그 회사가 무슨 개인의 삶을 보장해주겠나. 근데 그런 개인회사가 개인의 삶을 보장해준다는 거짓말이 팽배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분명 직장을 다니고 하는 방법이 있을텐데 노후에 취업이 필요하다는 강박을 갖고 있고. 8-90년대에 일반 직장인들에게 증권, 주식, 부동산이 대안이었는데 imf를 겪고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부동산과 주식에 뛰어드는 모습들이 참 걱정되고 재미없다고 생각한다.
Q. 영화 장면 중에 옛날 살던 동네에 가셨던 장면이 있었다. 어렸을 때 살던 동네에서 다른 동네로 이사 간다는 것, 부모님과 사는 것과 살다가 떨어진다는 것, 이런 것들 대한 심경변화가 궁금하다. 또 다음 영화에 그런 이야기들을 담아주실 생각 없으신지도 궁금하다.
마민지 감독. 저 같은 경우에 초등학교 중학교가 아파트 단지 안에 있었다. 매일 경험해야하는 일상이 예전에 행복했던 중산층의 일상을 가지고 있는 공간으로 매일 다니게 되면서 ‘언젠가 이곳으로 돌아갈 것이고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내가 속해있는 곳이 아니다’ 하는 갈등, 고민이 있었다. 그런 경험들이 여러가지로 계급, 경제 문제들을 계속해서 저에게 삶의 기본적인 문제 의식으로 가져가게 하는 경험이었던 것 같다. 유년시절 잠실에 있었던 어린시절의 기억은 마주보고 싶지 않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그래서 그 기억과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집을 벗어나고 싶어서 일찍 독립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어린시절의 상처와 세상에 대한 궁금증들이 그 때의 기억에서 출발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인생의 변화를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고 부모님도 답을 주지 않았다. 그게 삶의 근본적인 질문이 되어서 무엇이 나를 그렇게 변화시켰는가에 대한 질문을 얻고자 영화를 만들었다.
그 이후에 부모님에게 돌아온 것은 현실적인 선택이었는데 끔찍했다(웃음). 지금은 분리해서 나왔는데 완전히 다른 터전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 아직은 좀 낯설다. 그곳에 터전을 잡고서 삶의 자리로 정주할 수 있는 곳이 되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도 많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다음 작업으로 이어나갈 생각은 지금은 없다. 활동으로 고민했던 지점을 풀어가려고 한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다. 다음 영화는 아직 고민 중이다.
Q. <모래>라는 작품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형 밀레니엄 세대들의 서사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저의 경우엔 부모님이 원치 않던 도시 서민노동자로 살아간게 게 나와 동생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이 었었다. ‘부모님이 놓치 못했던 욕망이 결국은 나 때문이 아니었나? 아님 이미 갖고 있는 욕망이 자식을 통해 투영된것인가? 하는 생각들 말이다. 감독님은 어떤 것 같나. 여기서 좀 더 나아가 구세대들과 우리세대들이 구분되는 지점들, 여기에 개발담론을 더해서 가족주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결말부에 가서는 가족주의에 가까운 결말이 핀세대로써의 한계였을지 아니면 가족을 벗어날 수 없다는 체념과 같은건지 궁금하다.
마민지 감독. 영화 제작하는 과정에서 모래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차별성을 갖고자 부단히 애를 썼다. 어려운 질문을 해주셔서 머리가 멍하다(웃음). 사실 마지막 엔딩 같은 경우에는 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족주의로 귀결되어 ‘가족끼리 뭉치면 현실을 버틸 수 있을 거 같다’는 느낌이 싫어서 편집자와 편집할 때 절대로 가족이 뭉치는 씬이 절대로 마지막 씬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끼인세대의 고민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거부하고 싶지만 끊임없이 가족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고 현실적으로도 경험들을 하고 있다. 예를들면 나는 엄마아빠를 책임지지 않고 나 혼자 살거야, 라는 선언을 할 지언정 현실 안에서는 부모님이 도움을 요청하시면 그것을 거부하지 못하고 자식으로서 역할을 다 해 나아가려는 하는 ‘효녀 콤플렉스’에 걸린 제 모습에 씁쓸하기도 하다.
Q. 제일 돋보이는게 연출이었다. 자체가 가족들하고 인터뷰하고 자연스럽더라. 가족을 찍을 때 연출하는 방식이 있었는지? 특히 야간에 어머니께 카메라를 주던 씬도 있었는데 그건 무슨 의미인가.
마민지 감독. 부모님에 대해 어떻게 윤리적으로 감독으로서 촬영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었다. 어머니와 저만의 룰이 있었다. 어머니가 사회생활을 하시는 부분에 있어서는 어머니의 회사 장면이나 디테일을 제거하기로 정했다. 집 안에서는 특별한 규칙보다는 ‘집에 가는 날이 촬영하는 날이다’ 하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인터뷰를 하거나 외부 촬영을 할 경우에는 사전에 약속을 하고 나가거나 그랬다.
어머니와 촬영하러 나갔던 야간씬은 저도 예상 못한 부분이긴한데 어머니가 찍으셨던 홈비디오가 많이 남겨져 있었다. 어머니의 소원이 제가 자랄 때 까지 그 카메라로 1년에 하나씩 찍어서 선물해 주고 싶으셨다고 하시더라. 마지막으로 찍은게 IMF년도에서 끝이 나있어서 모녀관계 안에서 안타까움이 컸다. 그래서 공원에 나가서 어머니께 다시 촬영을 부탁 드렸다. 사실 IMF 시절 안에 그 시절을 짊어지고 갔던 어머니들의 뒷 이야기, 비정규직으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이야기 그런 서사들을 뭔가 주체적으로 기록하길 바라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홈비디오 장면을 넣었고 그래서 어머니께 카메라를 드렸다.
마민지 감독님의 마지막 말씀
제가 작년에 이맘때쯤에 상을 받았는데 사실 시상식전에 응급실에 갔다가 갔다. 그게 포스터에 실려서 개인적으로 좀 부끄러웠다. <버블 패밀리>가 올해 12월 중순쯤에 개봉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때 지인분들과 같이 오셔서 관람해주시길 바란다.
이렇게 약 1시간정도의 GV가 끝이 났습니다. 관람해주신 관객 분들이 열정적으로 질문을 해주셔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던 자리였습니다. 과거 IMF를 겪었던 세대의 삶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의 삶과 자리에 대해 깊은 성찰이 돋보였던 Q&A 시간이었습니다. '희망을 품기에는 저희 같은 청년 세대는 조금 어려운 것이 아닌가, 그럼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가'라는 감독님의 말씀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데, 이 영화와 앞으로 이어질 EIDF의 다큐멘터리들을 통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아가길 바라봅니다.
원고 | 자원활동가 기록팀 문선우
사진 | 자원활동가 기록팀 이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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