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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OX/디뷰어의 시네마천국

무엇을 위해 끊임없이 달리는가, D‒BOX 다큐멘터리 <집으로 가는 기차>

무엇을 위해 끊임없이 달리는가, 

D‒BOX 다큐멘터리 <집으로 가는 기차>


디뷰어 : 김나정



작년 말, 중국의 한 농촌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에 나도 몇 번이고 눈길이 갔었다. 


‘중국 어린이 3명, 여교사 무참히 살해해…살인자가 된 농촌의 남겨진 아이들’ 


나에게 중국이란 나라는 해외여행 가서 수천만 원을 우습게 소비하는 부의 상징과 다름없는 나라였다. 그러나 그 기사 속 중국은 돈 때문에 가족이 해체되고 부모의 빈자리가 너무나 큰 아이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마는, 가난과 범죄가 반복되는 처참한 나라였다.


그러다 얼마 전, 2009년에 제작 된 다큐멘터리 <집으로 가는 기차>를 D‒BOX를 통해 관람했고 나는 몇 개월 전 봤던 그 뉴스가 7년 전, 아니 어쩌면 그 보다 더 오래전부터 이어져오던 중국의 고질적이고 잔인한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시골을 떠나 도시로 온 사람들이 중국의 설, 춘절을 맞아 집으로 가기위해 기차역에 모여 든 모습에서 시작된다. 이 빽빽하고 무질서한 모습이 그들의 퍽퍽하고 숨 쉴 틈 없는 인생을 압축한 장면이 아닐까싶다. 그 틈에는 <집으로 가는 기차> 주인공 친의 가족도 있다.




친과 양의 부모님은 고향에서 2000km나 떨어져있는 도시에서 재봉틀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다. 친과 양은 늙은 할머니의 보살핌 아래 시골에 남아 아침에는 학교에 다니고 낮에는 농사일을 하며 지낸다.


그들의 부모는 춘절을 맞아 어렵게 기차표를 구해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향하며 이러한 생각을 한다. ‘아이들을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데, 어색하면 어쩌지, 할 말이 있으려나.’ 





그리고 드디어 만난 아이들 앞에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엄마·아빠가 돈을 버는 이유는 딱 하나 너희들을 위해서다, 너희들은 공부만 잘하면 돼, 우리처럼만 살지 않으면 돼.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 해.’


그러고 얼마 후, 부모는 믿고 싶지 않은 소식을 접한다. 친이 학교를 중퇴하고 도시의 공장에 들어갔다는 것. 부모가 가족을 떠나 쪽잠을 자면서도 간절히 바래왔던 하나, 부디 자녀들만은 부모의 삶을 닮지 않고 공부하여 성공한 삶을 살면 좋겠다는 것, 그 하나만 바래왔던 부모의 희망이 산산이 찢겨진다. 







친은 공장에서 번 돈으로 새로운 옷을 사고, 예쁜 도시 머리를 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아빠가 그런 친을 찾아가 설득하려하지만 친은 ‘시간’을 내어 자신을 찾아온 아빠가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친에게 아빠란 돈을 위해서만 시간을 쓰는 존재였으니까. 비록 그것이 자신을 위한 것일지라도 친은 그 사실을 외면하고 싶다. 남이 아닌 가족이기에 아빠가 더 밉고 원망스럽다.


엄마와 아빠의 끊임없는 설득으로 결국 다음 춘절에 친은 다시 시골로 돌아오게 되고 지금껏 쌓아왔던 모든 감정이 한 순간 폭발한다.






‘엄마·아빠가 나에게 해준 게 뭐 하나라도 있어? 우리를 키운 건 할아버지였고 할머니였어.’ 그런데 그런 부모가 자신의 인생을 컨트롤하려하자 친은 억울하고 짜증이 난다. 그리고 그런 친을 아빠는 때린다. 자식은 부모를 이해하기 싫고 부모는 자식을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친은 다시 시골을 떠나 유흥업소에서 일하게 된다. 하나 남은 자식, 양만큼은 그리 만들지 않겠다는 희망으로 엄마는 아빠를 도시에 남겨두고 시골로 돌아가며 다큐멘터리는 끝이 난다.


2016년 현재, 도시로 돈을 벌러 간 부모와 떨어져 시골에 남겨진 중국 아이들은 약 1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1만 명의 친이 있고 또 그만큼의 부모가 있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가족은 어떤 의미이며, 돈은 무엇인지.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살아가며,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말이다.

그리고 나는 또 생각해보게 되었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드는지, 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문제가 변함없이 여전한지를. 





집으로 가는 기차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