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파는 소년 (Poem of the Day)
요우디드 카베지 Youdid Kahveci
디뷰어 : 신택수
1. 남미의 어느 듣도 보도 못한 시팔이 이야기..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시를 파는 소년 케빈이다. 그래서 제목도 시를 파는 소년이다. 다큐멘터리 제목답게 제목은 이 소년의 모습 이상 보여주려는 시도가 없는 절제를 보여준다. 하지만 사람이란 항상 의미를 찾는 존재가 아닌가? 한 문장으로 리뷰를 마치라고 한다면
Poem of the day가 나에게는 “오늘의 시”다.
정도로 줄여볼 수 있겠다. 그 왜, 영화 검색하면 평론가들이 그럴듯하게 한 줄로 2시간짜리 영화를 평하던데 뭐 그런 맥락이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난 말하는 걸 좋아해서 이 영화에 대해 더 이야기 해보고 싶다.
영화의 첫 머리에서 수 많은 질문들이 스쳐갔다.
150페소가 우리 돈으로 얼마지?
그 돈으로 무엇을 대신 할 수 있지?
그래서 그 돈이 아까운가 안 아까운가?
케빈은 사람들에게 정말로 <오늘의 시>를 파는 것일까?
폐지가 되어버릴 뻔 한, 사실은 폐지가 되어버린, 여러 활자모음들을 돈 받고 그저 소리 내는 것에 불과한 건 아닐까? .
두 사람이 노를 젓는다
한 척의 배를
한 사람은
별을 알고
한 사람은
폭풍을 안다
한 사람은 별을 통과해
배를 안내할 것이고
한 사람은 폭풍을 통과해
배를 안내할 것이다
마침내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기억 속 바다는
언제나 파란색이리라
케빈이 자신의 거처에서 곧 퇴거 당할 예정인 아멜리에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150페소 짜리 글 읽기뿐이다. 그리고 12살짜리 시팔이 케빈을 위해 아멜리아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웃으며 그 옆을 지키는 것뿐이다. 그 둘은 서로의 환경을 바꾸어 줄 수는 없지만, 그 둘은 서로의 삶을 지탱해준다. 그리나 한 축은 곧 떨어져 나가게 된다.
4. 상실과 시
벌레야, 내 곁에 있어 줘
지금 내가 아주 힘들거든
나에게 말해 주렴
내가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어느 문으로 나가서
어디로 누구에게 가야 하는지
-시어도어 레트키 <잃어버린 아들> 중에서 (류시화 옮김)
홀로 남은 케빈에 대한 배려일까? 아멜리에는 말도 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이제 케빈은 자신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케빈은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아멜리에 없이 어느 문으로 나가서 누구에게 가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벌레 없이도 케빈은 곧 또 다른 아멜리에들을 만날 수도 있다.
사실 우리의 인생은 다른 인생들과의 만남 그리고 헤어짐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5. 그리고 우리
한때 네가 사랑했던 어떤 것들은
영원히 너의 것이 된다
만약 네가 그것들을 떠나보낸다 해도
그것들은 원을 그리며
너에게 돌아온다
그것들은 너 자신의 일부가 된다
- 앨런 긴즈버그 <어떤 것들>
케빈과 아멜리에가 보여주는 삶은 그 자체로 “그 날의 시” 였고 이 영화는 우리에게 “오늘의 시”다. 우리가 주목 해야 할 것은 시를 끼고 사는 가난한 콜롬비아 어린이가 보여줄 미래의 모습이고, 이 영화를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며 가질 만남과 헤어짐에 관한 질문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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