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뷰어 정송희
할머니들로 구성된 배구단 <옵티미스트:낙천주의자>는 매일 배구연습을 게을리하지않고 열심히 하고 있지만단 한 번도 정식 경기를 가져본 적이 없는 아마츄어 배구단입니다
경기할 상대를 찾다가 스웬덴의 할아버지 배구단과 경기를 갖기로 하고 맹렬하게 연습에 들어가는데요,
그녀들은 과연, 첫경기이자 국가간 남녀간 원정경기를 어떻게 치루게 될까요?
노르웨이의 군힐 베스타겐 망노르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내나이가 어때서>는
'황혼세대들의 스포츠를 통한 자아실현', '실버들의 꿈찾기 프로젝트' 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기 싫은 영화입니다
모이면 배구연습을 함께 하면서도 각자 개개인의 생활로 돌아가면 뜨개질, 쿠키만들기, 통원치료, 이사준비 같은 소소한 일상을 영위하는 할머니들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드는 영화예요
가장 나이가 많은 98세 맏언니 할머니부터 젊은 60대 동생할머니들까지 그녀들은 만나면 배구연습을 하는데요,
연습만 하지말고 다른 팀과 경기를 해보자는 의견에 따라 상대팀을 물색하다가 스웨덴의 할아버지팀과 경기를 갖기로 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팀이름을 듣고 웃음과 함께 행복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멋지고 근사한 노르웨이 할머니의 <낙천주의자>팀과 스웨덴 할아버지의 <화약같은 사내들>팀은 서로에 대한 탐색전도 벌이고 평소보다 연습을 더 열심히 하면서 친선경기전에 대비합니다
팀로고와 운동복도 맞추고,
팀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은행으로부터 협찬 받고,
코치님을 모셔서 기본연습부터 다시 시작해서 연습에 연습을 계속 하고
컴퓨터로 경기규칙에 대한 검색도 해가면서 전열을 가다듬는 낙천주의자팀!
팀 결성 이후 처음으로 체육관에서 연습을 해봅니다만 넓은 장소와 높아진 네트가 어색하기만 하네요
명색이 A매치- 국가간 경기이니만큼 자존심도 걸려있어서 다들 연습을 열심히 하지만 흐르는 세월 앞에선 무너지는 것들이 자꾸 생깁니다
병마와 싸우느라 병원에 다녀야 하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 앞에 놓여서 힘이 들고
적지 않은 나이에 이사를 해야하고 후유증을 앓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이름처럼 그녀들은 좀처럼 낙담하지않는데요,
저렇게 둥글게 원을 그리고선 화이팅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자꾸 코끝이 시큰해집니다
슬퍼서가 아니라 존경스럽고.. 사랑스럽고.. 영화를 보는 제가 그녀들 앞에서 작아진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습한 보람이 있는 듯, 스스로 생각해도 동료들의 실력이 많이 향상된 것 같아서 흐뭇해하는 할머니들의 뒷모습이 귀엽습니다
드디어, 여행가방을 꾸리고 원정경기를 하러 스웨덴으로 향하는 낙천주의자 그녀들,
버스 안에서 자신의 나이가 바로 등번호인 운동복에 국기와 꽃을 달면서 행복해합니다
경기가 시작되고 첫득점에 성공하지만 연속실점으로 1세트를 상대팀에게 내주고 2세트 공격을 시작하는데요,
끈질긴 공격을 한 끝에 낙천주의자들의 승리로 2세트를 끝맺고,
마지막 3세트 경기에 98세의 고로 언니가 등장하자 관중들은 박수갈채를 보냅니다
제 3세트는 아쉽게도 스웨덴 할아버지 <화약같은 사내들>이 승리를 가져가고 세트스코어 2:1로 경기는 종료됐어요
하지만 이미 누가 승리자이고 패배자인지 경계선이 모호해진 상황이예요
경기에 참가한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승리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날 경기의 MVP는 98세로 최고령이신 고로 언니에게 주어졌는데요, 놀라는 모습에서 진심으로 가득 차오르는 환희가 느껴집니다
축하공연을 보며 즐거워하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모습에 인생의 희노애락이 다 녹아져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낙천주의자 그녀들은
해변가에서 배구를 즐기기도 하고 운동도 하고 요리를 하며 텃밭을 가꾸기도 하는 등 평온한 일상을 누립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이 몇살인지 당신이 어디에 사는지가 아니라
마음을 따르느냐는 것이다
당신을 진정 빛나게 하는 것은 바로 그 마음이므로
언제나,
어디에서나...
by 이케다 다이사쿠
D-Viewer디뷰어로서 <내나이가 어때서>를 첫 영화로 선택한 이유는 마치 저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영화 제목 때문입니다
저도 작은아들이 대학진학을 마친 2015년부터 "내나이가 어때서, 일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라고 외치며 사회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우선 제목에서 마음을 빼앗겼고 영화를 보면서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할머니 언니들을 응원하며 지켜봤습니다
노르웨이의 다큐영화 <내나이가 어때서>의 매력은
할머니들의 일상과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성실하게 잡아서 교차적으로 보여주면서
OST음악도 화면에 맞게끔 잘 구성했다는 점입니다
할머니들의 행동과 감정을 따라 느린 음악, 빠른 음악, 기타 솔로곡, 살사음악, 현악중주까지 충실하게 잘 받혀줘서
화면구성에 큰무리없이 무료함없이 흘러간 것 같아요
세상이 힘들거나 괴로울 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려고 합니다
나이라든가, 어디에 사는지,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이 빛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잊고 살지 않도록 말입니다
<내나이가 어때서> 영화가 주는 감동이 따뜻하게 오래오래 갈 듯 합니다
잘 봤습니다
<내 나이가 어때서> 감상하기 http://www.eidf.co.kr/dbox/movie/view/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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