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백살부터> 다큐리뷰
디뷰어: 논픽션라이프
신체적 전성기가 지나가고 조금씩 몸의 이상을 감지하거나 불안감, 신체능력이 꺾여간다는 사실을 마주할 때의 우울함은 흔히 찾을 수 있는 감정이다.
고작 서른 혹은 마흔 쯤 부터 안고 살아야하는, 그저 내겐 멀리 있을 것만 같았던 죽음, 생의 마지막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불현듯 찾아온 병마와 싸우는 케이스가 점점 나의 또래들에게 가까워지고, 가까운 친지 가족 친구에게 닥치기 시작하면 그 상실감과 내 삶의 태도를 준비하는 과정은 버겁기 마련이다.
게다가 여러 미디어에서 다뤄주는 노후의 모습은 아름다운 씬이 그리 많지 않다.
질병의 터미널에서 사투하는 모습, 혹은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며 준비되지 않는 노후, 혹은 외로움과 쓸쓸함과 마주앉아있거나 인지기능이 저하되기라도 한다면 차마 생각하고 싶지않은 경우의 수가 대부분인 것 같다.
이에 여러 다큐멘터리에서 좀 더 희망적인 모습의 노후를 조명하고자 하는 것은 환영할만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맞이해야 할 노후의 모습이 그리 괴롭기만 해서야 되겠는가, 아니 꼭 그렇게 어둡기만 할까. 다큐멘터리의 시선이 나서볼 법한 영역이다.
이애란 선생님의 노래 제목도 백세인생인데 그 백세인생에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는
스웨덴의 다그니 카르손 할머니의 얘기는 제목부터 흥미를 끈다.
이미 인기 블로거이자 유명 TV쇼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스웨덴의 셀럽인 이 할머니의 비결은 어떤 것일까, 탐나기 마련이다.
기실 현대의 IT 문명이란게 젊은 사람들도 따라가기에 멀미를 느끼는 부분이기도 한데,
다그니 카르손 할머니의 비결은 이 IT의 문턱을 뛰어넘은 왕성한 학구열로 보인다.
말이 쉽지 평생 익숙하지 않았던 랩탑과 온라인의 세계에 발들이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돋보기 안경과, 커다란 확대경을 들여다보며 못다 피운 탐구열로 블로그의 세계에 발을 들인 후의 사람들의 환영 인파는 대단했다.
백년을 살아온 할머니의 컨텐츠도 컨텐츠지만, 새로운 걸 이루기보다 그저 갈 날을 준비하는, 그것이 나의 미래일 것 같은 지점에서의 반전같은 할머니의 열정이,
그 자체로 멋지기도 했을 것이다.
게다가 다그니 카르손 할머니의 캐릭터 또한 매력이 넘친다.
머리는 영석했지만 바느질을 잘 못했던, 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던,
하지만 때를 탓하지 않으고 배우고 활용하는, 스스로 백세부터 인생을 시작한다는 할머니의 행보를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는
러닝타임을 투자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할머니의 살아온 인생을 도란도란 듣기만해도,
무려 스웨덴에서 여성참정권이 없었을 때부터 시작해, 이제는 한참 어린 동생 노인들에게 까지 컴퓨터 교육을 권하며, 온라인으로 데이트 상대까지 검색하는 이야기는 그 시차가 대단하다.
노후엔 마치 손자 손녀들만 보고, 자신의 삶보단 후세의 삶만을 바라보고 살아야하는 노후가 아니라
노인 나름의 삶을 즐기는 모습이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보일 것 같다.
이 다큐는 시종일관 따뜻하고 재밌으며, 흐뭇하게 즐긴 다큐이다.
매력적인 백세할머니, 스웨덴의 인기 블로거 다그니 카르손의 컨텐츠가 궁금한 분에게는
반드시 시청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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