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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7/EIDF 2017 상영작

[EIDF 2017 스케치] <꿈, 떠나다 Journey into the Dream> Talk with Guest

 26일 저녁 메가박스 킨텍스에서는 이주 노동자를 다룬 영화 <, 떠나다 Journey into the Dream> 상영과 함께 다큐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이번 다큐 콘서트에는 섹알마문 감독과 주원호 프로듀서가 자리했습니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으로 오려고 하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인터뷰로 이루어진 이주 노동자소재 영화인만큼 제작 뒷이야기부터 이주 노동자의 현실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는데요. 상영이 끝난 뒤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서 흥미로웠던 질문과 답변을 소개합니다.



 

Q. 이주 노동자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었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섹알마문 :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에 들어온 지 벌써 25~30년 되어 갑니다. 물론 저도 이주 노동자 신분으로 한국에 처음 왔고요.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하는 말이 한국에 오기 전에는 꿈을 갖고 오는데, 한국에 도착해 일을 시작하면 노동자라는 딱지를 갖게 된다고 하더군요. 이주 노동자들도 꿈을 꾸고 한국에 오고, 어떤 고충을 갖고 있는지 한국 사회에서 소개하고 싶어서 기획하게 됐습니다.

 

주원호 : 이주자가 힘든 삶을 산다는 내용의 다큐는 이미 많은데, 왜 많은 고충이 알려졌음에도 세상은 바뀌지 않을까를 생각해 본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 떠나다> 기획안을 봤을 때, 흥미로운 점이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이주 노동자가 꿈을 갖고 한국에 온다는 점, 그리고 중간에 나온 자말씨의 이야기였습니다. 자말씨는 한국에 오려고 노력을 하다가 한국에 못 가고 결국 한국어 선생님이 된 사람인데요. 한국에서도 인생역전을 위해 고시를 준비하다가 안 되면 고시학원 선생님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와 비슷해 한국 관객에게도 통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Q. 장편으로는 감독님의 데뷔작입니다. 굉장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 가히 블록버스터급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몇 명의 사람들이 출연했나요?


섹알마문 : 영화 구성은 크게 세 부분입니다. 방글라데시에서 한국행을 준비하는 사람들, 방글라데시에서 경쟁을 뚫고 한국으로 온 사람과 이주 노동자로써 겪는 현실입니다. 다양한 사람을 다루고 있어 출연자는 16명인데 실제로는 그보다 3배 더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습니다.

 

Q. 방글라데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주 노동자로 외국에 나간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나라는 어디이고, 한국은 그 중 몇 번째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섹알마문 : 영주권 때문에 1순위는 유럽 국가입니. 아시아에서 순위를 꼽자면 일본, 그 다음이 한국인데요. 근데 일본은 노동자를 잘 받아주지 않는 편이라서 사실상 한국을 가장 선호합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한국에 가려면 700~800만원을 브로커에게 줘야 했는데, 요새는 고용허가제 때문에 시험에 통과하면 된다는 희망이 있어 인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Q. 희망이 있다고 하셨는데, 영화를 보다보면 한국어 시험까지 모두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자가 취소되어서 한국에 못 간 사람의 인터뷰가 나옵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지,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에 이주 노동자로 오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밟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섹알마문 : 8만 명 정도가 인터넷에 고용허가제(EPS) 비자 발급을 신청합니다. 이 중 통과된 6000명만 한국어 능력시험을 보고 800~900명 정도만 합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모두 한국에 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 서류를 보내 놓고 2년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한국에 현지 고용주들이 9명 중 3명 정도만 골라서 합격을 시켜줍니다. 사장의 선택을 받지 못해 다시 비자를 신청하려면 첫 단계로 돌아가 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합니다.

 

Q. 방글라데시 촬영 분을 보면, 한국에 오려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대학생이고 경영학, 언론학 등을 전공한 고학력자가 많은데요. 하지만 한국에 오면 공장에서 일을 하는 소위 블루 칼라노동을 하게 됩니다. 이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섹알마문 : 실제로 지금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으로 오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학사, 석사 등의 학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이 한국에 오는 이유는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것도 있지만, 정체된 경제에 심각한 부정부패라는 방글라데시 현지 상황도 있습니다. 물론 이주 노동자가 아니라 유학을 가는 방법도 있어요. 실제로 많은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유학을 떠나 있고요. 하지만 방글라데시는 여행을 가고 싶어도 비자를 발급받기 쉽지 않은 나라입니다. 장학금을 받기도 어렵고 비자 발급도 어려워 고학력자라고 하더라도 해외 유학을 가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힘들더라도 이주 노동자로 떠나기를 택하는 이유죠.

 

Q. 이주 노동자를 간접적으로 겪어보았을 때, 이주 노동자의 근무 환경이 열악하긴 하지만 복지 혜택을 주는 등 회사의 대우가 실망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제작되지 않았나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예비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주원호 : <, 떠나다>는 세상이 좀 더 바뀌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영화입니다. 좋은 사장이나 일과 봉급에 만족하는 노동자도 있는 건 사실이지만 다수의 노동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몇몇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 생활에 만족하는 모습을 조명하기보다는,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게 이주 노동자 문제를 조금씩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방글라데시에서는 한국에 오려면 한국어 시험을 봐야 하는 만큼, 현지 한국어 학원에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취재차 한국어 학원을 방문했을 때, 강사들 가운데 한국을 이상적인 국가로 묘사하는 사람들을 보고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주 노동자로써 한국에서 일을 하게 될 때 부정적인 모습을 알려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감독님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한국에 있는 관객과 이주 노동자에게만 보여주고 싶으신가요?


섹알마문 :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 오려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한국에 오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거에요. 왜냐면 실제로 코리안 드림을 갖고 한국에 와서 실망을 했다는 이야기는 현지에도 많이 돕니다.


주원호 : 그래도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나한테 저런 상황이 닥치지 않을거야” “설마 내가 힘들겠어등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제 생각엔 100명 중 99명은 한국으로 올 것 같습니다.

 

Q. 이번 영화에 나온 이주 노동자들은 대부분 고용허가제(EPS)를 통과해 한국에 왔습니다. 이들 외에도 불법 체류자라서 노동부에 신고하지 못하고, 기타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 더 다양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영화를 만들 계획은 있으신가요?


섹알마문 : 2013년부터 이주 노동자와 관련한 영화를 만들어 온 만큼, 이주 노동자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 생각은 항상 있습니다. 아울러 다문화에 관한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 계획도 있습니다. 한국에 와서 다문화 가정을 이룬 사람들과 관련해 영화 내용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아직도 이주노동자들을 바라보는 대다수 한국인의 시선은 매우 단편적이다. 무관심하거나, 한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성토하거나, 불쌍하다고 동정하거나, 때로는 합법적으로 노동비자를 받아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이주 노동자들까지도 미등록 체류자로 매도하고 멸시한다” 

 

감독 섹알마문이 한 말입니다영화 속에는 수많은 이주 노동자와 한국으로 오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목적과 목표의식을 갖고 한국에 오거나 오길 원합니다. 하지만 한국에 도착한 이후, 그들은 불쌍한 사람 등의 단편적인 이미지의 노동자로 인식됩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들도 사람이라는 기본적인 생각은 자연스럽게 뒷전이 되고 마는 것이죠. 하지만 이주 노동자가 한국인에게, 한국에 대해 생각하는 바는 모두 다르고, 그들이 건네는 수많은 말에도 차이는 분명 존재합니다. 영화는 수많은 이주 노동자의 인터뷰를 통해 관객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외국인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다문화시대에 우리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은 단 하나 그들도 사람이다라는 사실입니다.

 

/ EIDF 이정윤 자원활동가

사진/ EIDF 고은주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