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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4/페스티벌 초이스

[페스티벌 초이스] 달에 부는 바람

 이번 EIDF 에디터가 소개할 첫 페스티벌 초이스 작품은 페스티벌 이승준 감독의 달에 부는 바람입니다. 


  시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예지는 천천히 빙글빙글 돈다.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공간의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는 것처럼. 때때로 예지는 경쾌한 몸짓을 더한다. 캄캄할 것 같은 예지의 세상에 사실은 흥겨운 노래가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달에 부는 바람>은 예지와 예지 어머니의 모습을 담아 보편적인 수단 어느 것으로도 소통할 수 없는 두 모녀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시청각 장애를 가진 남자와 척추 장애를 가진 여자의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IDFA)에서 <달팽이의 꿈>으로 대상을 수상한 이승준 감독의 신작이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서 경험할 수 없는 예지의 공간을 잠시라도 들여다보거나, 혹은 깊고 어두운 굴 앞에 서서 계속 혼자 이야기하는 듯한 예지 어머니의 삶을 느껴볼 수 있을까?


 

 한 번도 보고 들은 적이 없는 예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뭔가를 표현하고 말하고 있다. 엄마는 그런 예지의 행동을 하나하나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가르치려고 노력하지만 버거움을 감출 수는 없다. 하지만 예지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  ‘희망’이라고 하기는 어려워도 스스로 말하려고 하는 예지의 모습은 엄마에게 분명히 위로가 된다. 엄마의 일기는 하루 동안 예지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무엇 때문에 기분이 좋거나 나쁜지 알기 위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언뜻 보면 불가능해 보이는 이 모녀간의 대화는 예지와 엄마가 서로의 허리에 두른 팔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주보고 숨을 느끼고 체온을 느끼고 함께 발 맞춰 움직이면서 불완전한 그들의 소통은 완성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지는 꼭 식물을 닮았다. 예지 엄마가 거실 가득 들여놓은 화단의 식물들 같다. 보고 듣지 않는 것 같아도 자라고, 눈부시지는 않아도 햇빛을 쬐러 창문으로 다가간다. 이번 겨울에 필 꽃은 죽어도 뿌리줄기가 단단하면 다음 해를 기다릴 수 있다. 조그마한 기대라도 한 해를 버티는 데는 충분하리라. 


<글: EIDF 자원활동가 전보림>

달에 부는 바람은 8월 25일 KU시네마테크에서 오후 7시 30분, 30일 오후 3시 30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같은날 오후 5시에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