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DF 에디터가 두 번째로 소개할 가족과 교육 섹션 영화는 바로 채식주의자의 고기 굽는 법(Cesar's Grill)입니다.
<채식주의자의 고기 굽는 법>. 영화의 제목을 선뜻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영화감독 다리오는 채식주의자다. 그가 다루고 있는 것은 어떤 고기, 어떤 이야기일까?
영화감독인 다리오는 가족들이 있는 에콰도르를 떠나 10년이 넘도록 독일에서 생활하고 있는 채식주의자 예술인이다. 감독의 아버지는 에콰도르에서 그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지만 데면데면한 둘 사이는 특별한 연락도 한 적이 없다.
그런 중에 아버지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집안 사정이 매우 어렵고 빚이 많아 돈이 필요하다는 연락이다. 다리오는 에콰도르로 돌아가지만 소원해진 아버지와의 관계와 가계는 막막하기만 하다.
우리가 이 에콰도르 부자의 모습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은 먼 이국 어느 가정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삶의 한 부분에 대한 조언이다. <채식주의자의 고기 굽는 법>은 `에콰도르 부모에게 자식은 하나의 보험이다.`는 말과 함께 시작한다. 레스토랑을 물려받지 않고 독일로 훌쩍 떠나버린 아들을 보며 아버지는 실망한다. 이 장면은 우리가 이제껏 겪어온 일들과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마음 한 켠에 있는 불편함을 자극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것이 이 영화에 빠져들 수 있는 좋은 촉매재가 될는지도 모른다.
다리오는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다. 아버지와 소원해진 지 오래된 만큼 그를 이해하는 것이 까마득한 일처럼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실망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리오는 불안해한다. 그는 아버지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흔하지만 거대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 계속해서 생긴다. 영화는 감독의 복잡한 심경, 부모님, 그리고 문제에 대해서 담담하고 때론 유쾌하게 노래를 통해서 이야기한다.
두 부자가 서로를 이해하게 될지, 그리고 채식주의자인 감독이 어떤 식으로 고기를 구웠는지 영화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글: EIDF 자원활동가 전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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