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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7/EIDF 2017 상영작

[EIDF 2017 스케치] <소라지는 선율들 / 당산 Ephemeral Melody / Dangsan> Talk with Guest


 24일 저녁 7, 메가박스 킨텍스에서 <소라지는 선율들>, <당산> 두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연이어 상영되었습니다. 이후에는 <소라지는 선율들>의 이태호 감독, <당산>의 김건희 감독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두 영화 모두 젊은 감독의 작품이자 일정한 공간의 변화와 사라짐에 대한 정서가 드러난다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관객의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는데요. 상영이 끝난 뒤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서 흥미로웠던 질문과 답변을 소개합니다.

 



<소라지는 선율들>


 소라지는 선율들은 제주의 사라져가는 풍경과 소리를 채집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조각조각 담아내면서 사라져가는 제주의 풍경과 소리를 담담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Q. 졸업 작품으로 만든 영화라고 들었는데, 작품의 소재를 왜 제주도로 하신지 궁금합니다.

A. 공간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해녀, 말 태우는 걸 도와주는 아저씨 등 사람들이 5-년 뒷면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기록으로 담고 싶었습니다. 제작 기간 총 2년 반 중에 촬영에만 방학 때마다 나와서 촬영하느라 7개월 동안 찍었네요.

 

Q. 제주도에서 생업을 이어가시는 분들이 영화 내내 등장하는데요. 이 분들을 섭외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A. 제 주변에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기보다는 외부의 사람들을 다뤄보고 싶었어요. 이 영화는 방학 때마다 나와서 촬영만 7개월이 걸렸는데, 그러다보니 제주도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정서도 나누고 마지막에는 아주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카메라에 담긴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친근해지는 것도 볼 수 있고요.

 

Q. 작품에서 이미지와 사운드가 완전히 불일치되는데 감독님의 의도가 반영되었나요?

A. 16mm필름으로 촬영해서 사운드와 영상이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운드 싱크를 맞출 수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사운드와 영상의 불일치도 밀어 붙여보고도 싶었습니다.

 

Q. 멀리서 두 사람이 걸어가는 모습은 어떤 의도에서 찍어셨나요?

A. 대부분 연인들이 걸어가는 장면들을 찍은 사진이에요. 영화 엔딩 크레딧에 사랑에 관한 시가 나오는데 그 시와 연관이 되는데요. 제가 촬영하는 기간이었던 2016년에 제주도에서 살고 계시는 한 어머님이 제주도 한 성당에서 기도를 드리다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칼에 찔리는 사건이 있었어요. 그 분이 시를 쓰시던 분인데 생전에 쓰신 시를 모아 돌아가신 후에 유고시집이 나왔어요. 그 시가 알게 모르게 영상에 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연인들이 계절마다 걷는 장면을 찍었던 것 같습니다.

 

Q. 중간에 소리 없이 자막만 나오는 구간이 있는데요. 왜 나왔는지 궁금했습니다.

A. 통화내용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생각하기엔 제주도는 과거 부모님 세대에는 허니문의 상징이었고, 지금 우리에겐 너무 친숙하고 익숙한 공간이지만 근래에 자주 개발되면서 제주만의 아름다움이 파괴되는 면이 없지 않잖아요. 아름다움이 사라진다는 점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게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전화 통화의 형식을 빌려 영화에 삽입했습니다. 





<당산> 


 당산은 김건희 감독의 익숙함이자 낯섦의 공간입니다. 당산을 개인이 어떻게 기억하는지에 대해 말하면서 동시에 우리가 공간을 어떻게 접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 보며 감독님이 어린 시절 맡았던 은행냄새를 맡았는지, 지금은 사라져버린 건물들을 목격한 것인지 구수하면서도 삭막한 공간을 다녀온 느낌입니다.

 

Q. 고향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셨고, 개인적인 일에서 시작하여 역사적인 특별한 사연도 담겨있는데 기획하면서 구상한 것인지, 그곳에 살면서 기억했던 기록의 조각인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어렸을 때 학교를 가는 길에 공장들이 있었어요. 그 당시에 회색 가림판이 쳐져있어서 뭐하는 곳이지? 라는 궁금증을 가진 적이 있었어요. 이제 그 공장들은 아예 사라졌고, 다큐를 만들기 시작하고 자료조사를 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된 것이 많습니다.

 

Q. 이 작품을 만들고 인생의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당산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어요. 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 같아 싫었었고 도망치듯 끝내고 싶기도 하였는데, 작업을 다 하고나서 이제는 제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이며 돌아올 수밖에 없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Q. 다큐 두 편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고 한 편은 자연과 사람에 대한, 그리고 다른 한 편은 도시적인 외형에 대한 내용이네요. 특히 당산은 실험적인 방식이었는데 계속해서 나온 눈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고,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눈, 그 외의 눈은 어떤 눈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사진을 많이 쓰셨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어렸을 때 학교 가다가 공장 주위를 둘러보다가 마주친 눈이 있었어요. 그게 저에게는 무서운 기억이었고 강렬했었어요. 그 눈을 모티브로 삼아 공장 아저씨, 그리고 제가 마주쳤지만 기억하지 못했던 수많은 눈을 담고 싶었어요. 그 중 군인들의 눈을 찾아보기 제일 어려웠는데 그만큼 기록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질문의 답으로는 기억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가면서 파편적 이미지로 남아 있잖아요, 가까운 기억들은 동적인 영상처럼 기억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간 기억들은 정지된 기억으로 남기도 하더라고요, 기억되는 방식을 두 가지 방식으로 선택을 했던 것 같습니다.

 

Q. 눈의 사진들은 어떤 사진들인가요?

A. 신문에서 찾은 눈이었고, 그 당시 거의 사진이 남아있지 않아서 그것을 재현하기 위해서 신문의 아무개들을 사용한 것입니다.

 

Q. 어색하게 카메라를 보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있었는데 그 영상을 어떻게 고르셨고 사용하신건지 궁금합니다.

A. 그 당시 할머니가 암투병이셔서 당시 가족끼리 만나서 기록을 남긴 영상이었어요. 동시에 카메라를 바라보는 눈이 인상적이어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Q. 다큐멘터리에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증언은 보통 역사 사실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데 그것을 개인의 기억과 정서로 접근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다큐를 만들게 된 구체적인 목적이 있었는지, 단순히 당산의 이야기만 담으려고 했는지 궁금합니다.

A. 틀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상실감을 가지고 시작을 하였어요. 공간의 변화 그 자체를 보여주려 하다가 역사적인 이야기들을 만나게 되어 살을 조금씩 조금씩 더 붙여나간 것 같습니다.





 사라지는 것을 기록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몇 번이고 찾아가고,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애정이 있어야만합니다. 그래서 사라짐을 기록하는 감독님들에게 늘 고마움을 느낍니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하지만 막상 하기엔 꽤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기록을 마친 감독님들의 표정은 너무나 행복해보였습니다. 저 역시 소리와 이미지와 냄새를 기억할 수 있도록 감각을 깨워준 두 영화의 대담의 기록을 행복한 마음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글 / 자원활동가 기록팀 김연주, 이정윤

사진 / 명의정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