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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6/EIDF 2016 상영작

[EIDF2016 스케치] <천에 오십 반지하> Talk with Guest

27일 오후 12 30,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강민지감독의 <천에 오십 반지하>가 상영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스물네 살, 영화의 주연이기도 한 강민지감독은 졸업을 하는 순간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해야만 합니다. 물론 그 경제적 독립에는 의식주, 그 중에서도 가장 목돈이 많이 드는 가 포함된 개념이었죠. 졸업을 7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부터 시작된 기나긴 여정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에서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한 20만 원으로 과연 서울에서 살 만한 집을 구할 수 있을까 의문을 던지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유쾌하고 밝은 목소리로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감독의 내레이션은 전적으로 유쾌한 전개를 예상하게 했지만 영화의 후반부,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함께 씁쓸함을 느끼며 우울하기도 했습니다.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가자 관객석에서는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마치 청춘의 앞날을 응원하기라도 하는 듯이요. 이렇게 따뜻한 분위기 속에 감독님과의 인터뷰 시간이 이어졌는데요, 유쾌하고 웃음 가득한 질문 답변으로 그 시간을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상영이 끝나고 이어진 TG(Talk with Guest)에는 강민지감독이 직접 자리하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중 몇 가지의 Q&A를 공유합니다

 



-사회자와의 대담

 

Q. 최근 청년들의 구직문제나 그들의 경제적 자립에 대한 고민 등 다양한 문제들이 결합되어 여러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제게는 항상 서울에서 자취를 하며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에 대한 불편함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생각해서 소재로 삼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이 없어요. (웃음) 편집을 할 때도 제대로 제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 지금 이렇게 영화관에서 스크린으로 보니 좀 덜 완성된 것 같기도 하고 신기하네요.

 

 

Q. 영화를 전공했다고 하셨는데, 만들어 놓은 작품들이 꽤 될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 영화 전의 작품도 영화제에 소개된 적이 있나요?

 

A. 그 어디에도 공개하지 않고 소중하게 개인 소장하고 있습니다. 제 외장하드에요. (관객들 웃음 터짐)

 


-관객과의 대화

 


Q. 저도 지방에서 올라와서인지 영화 속의 상황을 다 겪어본 것 같아요. 그만큼 공감의 웃음도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울적해 지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을 겪어야만 할 지금 세대에게 전하고 싶었던 특별한 메시지가 있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그냥 이 주제를 같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마음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제 상황은 이런데, 주변의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똑같았거든요.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더 나아질 것은 없겠지만 앞으로 이렇게 똑같은 상황을 마주해야 하는데 이런 고민을 나눠보기나 하자싶었어요. 고민의 장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Q. 작품이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어쩌면 좀 무겁게 다가갈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감독님은 상당히 유쾌하게 전개시켜나가더라고요. 이런 방향성은 기존에 의도 되었던 것인지요?

 

A. 영화 제작에 앞서 정했던 점은 두 가지가 전부였어요. 우선 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또 재미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주제가 무겁게 가자고 하면 한없이 무거울 수 있었지만, 저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 할 수 있는 고민의 장을 만들어보고자 했기에 유쾌한 톤을 지속했어요. 그런데 또 편집을 할 때 컨디션에 따라 감정이 많이 좌우되어 기획의도와는 달리 좀 우울해지기도 했었던 것 같아요. 우울하기만 한 현재 상황과는 역설적으로 영화는 유쾌한 분위기로 이어가려고 노력했습니다.

 

Q. 총 제작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A. 대략 1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지난 여름에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하고, 겨울에 촬영을 이어가는 식으로요. 촬영은 생각보다 빨리 했는데, 편집을 하는데 시간을 많이 소요했습니다.



 

Q. 영화 뒷이야기가 궁금하네요.

 

A. 영화 중에 나온 쉐어하우스에서 4달 정도 거주했습니다. 그런데 월세 23만원이 적어 보여도, 매일 그렇게 일하고, 작업하며 생활하니 벅차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4개월 전 충동적으로 낙향을 하고 현재는 부모님의 집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웃음) 한 달에 60만원을 목표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그렇게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고요, 있던 돈을 조금씩 더 쓰면서 생활했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작품 하나에만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제작과 돈은 뗄 수 없는 관계니까요. 그래서 계속 아르바이트를 이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이 영화가 그래서 이게 끝이야? 라는 말을 자주해요. 그런데 사실의도 된 상황이에요. 지금처럼 영화 자체를 끝까지 불안한 상태로 두고 싶었죠. 마치 지금 처한 제 입장처럼요. 예를 들어 지금 대구에 있긴 하지만, 항상 상경을 꿈꾸고 있듯 참 불안정적이죠.

 

 

Q. 제목이 왜 천에 오십 반지하인지 궁금합니다.

 

A.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이 영화가 무슨 말을 할 것인지 관객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짓게 되었습니다.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건데 특히 어느 세대의 이야기를 할 것인지 암시하는 거죠. ‘천에 오십하면 딱 학생, 청년들이 떠오르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상징적인 의미로 이름을 지어보았습니다.

 

Q. 감독과 촬영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데 특별한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하고요, 또 결말이 주인공의 최악에서 끝나는데 그렇게 결말을 낸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A. 사실 제가 출연할 생각이 없었어요.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주변에서 집에 관한 어려움을 겪은 당사자로서 직접 출연이 어떻겠냐며 권유했어요. 스스로도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나오면 재미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자기애가 많거든요 (웃음) 그리고 저희 엄마를 꼭 출연시키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나오게 되었죠.

결말에 관해서는 영화를 편집할 때 이 장면을 마지막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제가 어떤집에 언제다시 살겠다는 걸로 결말을 내는 것이 의미가 없었거든요. 어딜 가든 간에 저는 언제나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그 불안함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그렇게 마무리 짓게 되었습니다.

 

 


Q. 어머니를 카메라 앞에 세우는데 어떻게 설득하게 되었습니까?

 

A. 사실 가족들은 제가 카메라로 찍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요. 심지어 아버지는 그때 찍혀서 지금 이렇게 영화에 나오는지도 모르세요. 스스로가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카메라에 나오는지도 모르시죠. 이미 너무 익숙한 상황이라서요. 특히 어머니에 관해 말씀 드리자면 저는 사실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그런 캐릭터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찍고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흔한 어머니는 아니셨더라구요. (웃음)

 

Q. 지금 대구에서는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A. 현재는 그냥 놀고 있어요. 편집 마무리를 대구에서 진행하다가 현재 편집이 끝나고 한 달 정도 되었는데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요즘 한창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지인들과 시사회나 모니터를 했을 때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시사회보다는 모니터를 같이 했는데, 대부분의 반응이 웃프다라는 것이었어요. 생각이 많아진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정도 반응이면 만족스럽다고 생각했어요. .. 이번 행사가 끝나고 장소만 허락된다면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영화 초반에 만들었던 스티로폼 집이 점점 무너지는데, 지금 꿈꾸는 집은 무슨 형태인지 궁금합니다.

 

A. 드라마가 저를 망쳐놓은 것 같아요. (웃음) 음 항상 이상향은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죠. 그냥 꿈으로만 남겨두려고요. 30년 뒤에 다시 물어봐 주세요.


Q.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요?

 

A. 사실 항상 위기이긴 했는데, 그 중에 가장 분노에 찼던 순간은 제가 찾았던 옥탑이 문자 하나로 날아갔을 때였어요. 사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보면 이렇게 큰 사건 하나가 터졌기 때문에 희열을 느끼기도 했는데, 동시에 집을 구하는 사람으로서는 참 어이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 양가적 감정이 느껴져서 묘하기도 하고,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Q. 구상 단계에서 영화 속 연출적인 부분이나 구성 측면에서 혹시 다른 곳에서 영감 받은 지점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A. 항상 이런 질문을 받기는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그냥 주변 사람들에게서 받았다고 이야기해요. 그냥 제가 항상 생각하고 있던 것을 이 영화 속에 모두 구현시켰던 것 같아요. 그냥 한 줄로 말씀 드리면, ‘확실하게 하나를 꼽을 순 없지만 분명 어떤 미디어에서는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 인사

 

말주변이 없어서 제대로 말을 못한 것 같아요. 이른 시간에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하고요, 다음 작업은 아직 제대로 생각은 못해보았지만 다시 가족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어요. 현재 상황으론 아버지는 귀농하시고, 어머니는 또 새로운 세상을 꿈꾸시며 장남은 사업에 실패하는 등 다큐멘터리 시점에서 완벽해요.(웃음) 모두 자신만의 독립을 꿈꾸고 있죠. 이런 이야기들을 다뤄보고 싶습니다.

 

 

: 자원활동가 기록팀 최다미/ 사진: 자원활동가 기록팀 조이수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