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IDF 2014/월드 쇼케이스

[월드 쇼케이스] 전기도둑 로하 (Powerless)

EIDF 에디터가 소개할 열 번째 월드 쇼케이스 상영작은 전기도둑 로하(Powerless)입니다.


  수많은 전자기기 앞에서의 삶이 당연해진 우리에게 전기 없는 세상이 얼마 동안이나 가능할까? 이 영화는 하루 16시간 전기 없이 살아가고 있는 도시의 이야기다. 인도 칸푸르, 인구 3백만이 살고 낮 최고 기온은 47도에 육박한다. 한 때는 동방의 맨체스터라고 불렸던 공업도시지만 지금은 턱없이 부족한 전기 공급과 위태위태하게 돌아가는 작은 변압기들로 연명하는 가난한 곳이 되었다. 



  칸푸르의 청년 로하는 도시의 영웅이자 도둑이다. 마치 로빈훗을 연상시킨다. 다만 그는 울창한 나무 숲 대신 전봇대 위를 누비고, 부자들로부터 재물을 빼앗는 대신 전선에서 전기를 훔쳐낸다. 각 가정에 공급하기에는 전기가 모자라기 때문에 전선을 덧대어 여러 집에 전기를 내어주는 것이다.


  

  이런 일이 전기 회사 입장에서는 반가울리 만무하다. 새로 취임한 회사의 경영자인 리투는 전기세를 제대로 징수하고 불법 사용을 뿌리 뽑으려고 하면서 주민들과 거세게 부딪히기 시작한다. 전기회사에 대한 불신과 공무원들 사이에 만연한 부정부패는 상황을 바꾸지 못한다. 전기 사용은 칸푸르 주민들에게는 생계와 직접 맞닿아있는 문제이며 터무니없는 벌금과 전기세는 감당 못할 현실이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윤리적인 모순에 부딪히게 된다. 도둑을 처벌하려는 일이 과연 잘못된 일인가? 동시에 이 도둑이 진정으로 나쁜 일을 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 영화가 만들어내는 대립은 관객을 불편하고 답답하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심리적 불편함을 넘어서서 더 근본적인 부분을 직시하게 한다.


  <전기도둑 로하>가 보여 주고 있는 것은 단순히 인도의 가난한 마을이 아니고 우리가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모순점이다. 분명한 것은 영화 속에는 암울한 피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끌어나가자는 희망이 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소 무질서할 지는 몰라도 삶에는 흥과 유쾌함이 있다. 부조리에 억눌리지 않을 힘을 찾을 수 있다. 


  

  영화는 직설적이고 때로는 불편한 감정을 들게 한다. 그 불편함은 우리가 생각하게 만들고 그러면 우리는 영화를 보기 전과는 무언가 다른 어떤 힘을 가지게 될 지도 모른다.  


<글: EIDF 자원활동가 전보림>





<D-Box로 놓친 영화 다시보기> - 아래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