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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4/EIDF 2014 현장 스케치

[EIDF 현장 스케치] <Talk with Guest> 아무도 모른다(Nobody Knows)/어메이징 데이(Amazing Day)


아무도 모른다(Nobody Knows)

일시: 2014년 8월 27일 17:00~18:27

참석자: 원해수 감독, 진양 작가 

장소: 인디스페이스

시놉시스: 언제부턴가 교실은 살아남기 위한 학생들의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폭력의 한가운데서 치열하게 싸워내는 피해자들의 불안, 욕망, 시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어메이징 데이(Amazing Day)

일시: 2014년 8월 27일 17:00~18:27

참석자: 정성욱 감독 외 다큐 제작에 참여한 대학생들

장소: 인디스페이스

시놉시스: 지금까지의‘ 청춘’은 진실이 아니다. 진짜 청춘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대학생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 학비, 자취, 스펙 쌓기 등 2014년 오늘을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유쾌하게, 혹은 쓰리게 스크린 안에 담겼다. EBS<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시리즈 중 화제작.


27일 인디스페이스에서 <아무도 모른다>와 <어메이징 데이>가 연달아 상영된 후 TG(Talk with Guest)가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아무도 모른다>의 원해수 감독님과 진양 작가님 그리고 <어메이징 데이>의 정성욱 감독님이 찾아주셨는데요, 



이야기가 시작되기에 앞서 정성욱 감독님은 <어메이징 데이>를 직접 촬영하고 제작한 대학생들을 같이 무대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자고 요청하셨습니다. 그런 덕에 감독님들과 여러 학생 분들은 의자가 아닌 바닥에 앉아서(?!) 하는 희귀한 현상이 일어났죠. 이 때문인지 오히려 현장 분위기는 더 화기애애해졌습니다.



<아무도 모른다>에 대한 질문


Q. 여백이 많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피해자들의 경험을 조금이나마 상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커밍아웃 한다는 게 일상적으로도 어려운데 카메라 앞에서 한다는 것은 더 힘들었을 거고, 개인한테는 일생일대의 결심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 분들을 섭외하셨을 때 어떻게 하셨는지, 촬영 당시에 제작진들의 참여가 어느 정도 있었는지 궁금해요.


진양 작가님(이하 진): “섭외에 있어서는 초반에는 아는 사람이나 소개를 받곤 했고요. 나중에는 청소년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개 모집을 통해 섭외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분들을 인터뷰 날 처음 뵌 분이 더 많았어요. 이 다큐멘터리에서 나오신 세 분 중에 제가 이전에 알고 계시던 분은 한 분이셨고 나머지 두 분은 처음 뵈었죠. 가혹한 인터뷰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는 쉽지 않았을 테니까요. 

하지만 제가 인터뷰에서 받은 느낌은 ‘10대들은 얘기를 잘 안한다. 물어봐도 대답을 잘 하지 않는다.’라는 대부분의 어른들이 하는 말과 달랐어요. 이 참가자들은 전혀 방어하지 않고 ‘자신 있으면 고개 돌리지 말고 들어봐라’라는 자세여서, 오히려 제작자의 입장에서 그 내용들을 소화하고 삼키는 것이 어려웠지 참가자분들은 대부분 다 잘 얘기해 주었어요.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어요.“



Q. 러닝타임이 생각보다 짧은데요, 처음 기획하실 때 어떻게 이 이야기를 선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원해수 감독님: “처음 학교폭력에 대한 영상물을 기획하기 시작했던 건 2012년 정도였고요, 당시 학교 폭력에 의해 자살했던 학생들도 많았고 언론에서도 많이 이슈가 되었었어요. 그 부분에 있어서 제가 할 얘기가 조금 많았던 거 같아요. 예를 들면, 학교폭력에 대한 원인이 폭력적인 게임, 영화나 음악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이에 나오는 대안들이 조금...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런 가정들에 있어서 조금 반박하고 스케치한다는 느낌으로 만들고자 했었죠. 그렇게 진양 작가님을 만나게 됐어요.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나서는 학교 폭력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만드는 게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저희가 다루지 못한 내용들이 워낙 많아서, 이를테면 가해자들의 인터뷰나 학생들의 더 내밀한 이야기 같은 내용들. 그런 이야기들은 단편에 더 살을 붙여서 장편으로 만들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Q. (진행자:) 제가 질문 하나 더 드려도 될까요? 학교폭력의 원인을 몇몇 시민단체에서는 일제고사나 경쟁에서 찾기도 하잖아요.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진: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서 저는 주로 이렇게 설명하는데요. 주유소에서 금연이잖아요. 휘발용 기체가 많은 주유소에서는 라이터를 당기면 불이 날 위험이 있기 때문인데요. 저는 학교가 주유소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입시경쟁이나 게임이나 (사실상 게임은 빼고 싶은데) 폭력적인 학교 문화나 학교뿐만이 아닌 사회적인 경쟁문화 같은 것들이 학교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가스 같은 거라고 보고요. 사실 거기서 누군가 라이터를 딱 켜야만 불이 나는 거잖아요. 원인과 배경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입시경쟁이 없어진다고 학교 폭력이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보거든요.

배경 중 하나가 없어진다 하더라도, 라이터에 누군가 계속 불을 붙이면 불 날 수 있는 거죠. 원인을 없애는 것과 배경을 없애는 것 모두 해야 되는데 저희 영화에서는 그 중에서 배경이 아닌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학생들 사이에서의 감정적인 갈등, 학생들 사이에서의 위치, 관계에 따른 반응들에 조금 더 집중을 했어요. 그런데 이건 저희 영화가 그런 거고 사실 학교 폭력은 훨씬 더 많은 원인과 배경이 있고요 어느 하나 단언하는 건 섣부르고 감독님 말씀대로 어처구니없는 거죠.“



<어메이징 데이>에 대한 질문


Q. 대학생분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다큐멘터리인 만큼 각자의 대학생활에 따른 시간적 제약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혹시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어느 부분인지와 반대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어느 부분인지 궁금해요.

(정성욱 감독님은 이 질문에 대해 20대가 대답해야 할 거 같다고 대학생 제작팀원에게 마이크를 넘기셨습니다.)


제작팀: 열 팀이 나눠서 제작을 맡았기 때문에 부담은 있었지만 그렇게 큰 시간적 제약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많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해서 기술적인 부분이나 제 능력에 대해 좌절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하면서 많이 배웠고 제가 몰랐던 대학생의 모습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다보니까 다르게 느껴지고 그 속에서 저 자신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돼서야 ‘아 이런 부분을 못 찍었구나’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했어요.



Q. 대학마다 촬영을 했기 때문에 촬영 분량도 많았을 거 같아요. 그런데 러닝타임에 맞추다보니 나오지 못한 장면도 꽤 있을 텐데, 편집단계에서 잘려나간 얘기 중에 가장 아쉬웠던 청춘들의 얘기가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제작팀: “물론 모든 장면들이 아쉽지만, 여기 담기지 않은 장면 중에 한 대학의 자취하던 학생이 학교 화장실에 몰래 가서 휴지들을 가져오고 물을 떠오는 장면이 있었어요. 논란이 많이 있기도 했고 그 친구의 미래를 위해 편집을 했죠.(^^) 그런 일이 가장 생생한 현실인데도 말이에요. 또,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많이 지루해하거나 비협조적인 모습들이 굉장히 적나라한데 그것 또한 적당히 절충할 수밖에 없었죠. 그 외에도 여기 담기지 못한 영상들이 굉장히 많아요. 대학생들의 연애나 홍대 거리와 같은 밤 문화 등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주제적 측면에서 약하다는 판단과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나오지 못해서 저도 참 많이 아쉬워요.”




이 외에도 <아무도 모른다>와 <어메이징 데이>가 타의에 의한, 자의에 의한 ‘소외’라는 쟁점에 의해 비슷하다는 색다른 의견과 그에 대한 좋은 답변들도 이어졌습니다. 또한 원해수 감독님은 <학교, 부서지는 사람들>이라는 장편을 준비하고 계시다는 차기작에 대한 소식도 있었고요, <어메이징 데이>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생생한 소감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글: EIDF 자원활동가 김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