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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4/EIDF 2014 현장 스케치

[EIDF 현장 스케치] <패션 토크 콘서트> 칼 라거펠트, 인생을 그리다(Karl Lagerfeld Sketches His Life)


칼 라거펠트, 인생을 그리다(Karl Lagerfeld Sketches His Life)


루익 프리정

Loïc Prigent

France 2012 50min German, English, French

샤넬을 화려하게 부활시킨 패션계의 황제, 칼 라거펠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중 하나이다. 

그의 사생활은 오랫동안 비밀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속 그는 직접 자신의 인생을 종이 위에 스케치한다. 

어린 시절의 집, 가족, 학교, 그리고 그가 커리어를 처음 시작한 패션의 도시 파리까지 

칼 라거펠트가 경험해 온 패션계의 역사와 천재적인 창조성을 함께 엿볼 수 있는 기회. 




28일 목요일 인디스페이스에서 마지막 패션 토크 콘서트가 진행되었습니다.

모더레이터 정혜윤PD님의 진행으로 이번 패널분들은 LIE 디렉터로서 패션 관련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이청청 디자이너와 [패션코리아 세계를 움직이다]의 저자 이동섭 예술인문학자가 자리해 주셨습니다. 




정혜윤PD :영화는 어떻게 보셨는가?


이동섭: 일단 너무나 놀랍다. 가장 놀란 점은 올해 칼이 80세인데 샤넬이라는 전설적인 브랜드를 30년 가까이 하고 있는 점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칼 라거펠트 뒤에 배치된 책이다. 20만부의 책이 그의 이미지와 텍스트에 이렇게 드러났겠구나 생각했다.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우연히 탄생하지 않았다.



정혜윤PD: 칼이 그렸던 그때의 시대그림이 어제의 일처럼 너무나 생생했다.


이동섭: 이 그림의 공통된 특징이 뭔지 아는가? 칼 라거펠트가 그렸던 모든 그림에서 얼굴이 없는 점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얼굴에 집중을 하는데 얼굴에 대한 정보가 없이 오로지 룩에 대한 정보만 있다. 정혜윤 PD님같이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은 문장을 통째로 외워버린다. 칼 라거팰트도 자기가 직접 그렸으니까 생생하게 그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러한 점도 굉장히 놀랍다. 디자이너로서도 놀랍지않은가?


이청청: 사실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 사실 본인도 얼굴을 그리지 않는다 눈코입을 그리다보면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서다. 다만 칼 라거펠트가 디자이너로서 컬렉션을 60년 가까이 한 점은 본인 입장에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다음컬렉션 준비할 때면 머리가 깨질 것 같고 스트레스 받고 도망가고 싶고 했는데 60년 동안 1년에 2번의 컬렉션과 브랜드는 3개뿐 아닌 수많은 콜라보레이션을 함께 소화한 점이 대단하다. 죽기 전까지 컬렉션을 하고 싶은 게 꿈인 본인 입장에서 칼 라거펠트는 존경할 만한 분이다.

다큐에 등장한 라거펠트의 소재, 색깔 등도 머릿속에 들어왔다. 마치 궁전에 초대된 느낌이었다. 보는 내내 흥분되었다. 9월6일에 링컨센터에서 이상봉 뉴욕컬렉션 하는데 빨리 돌아가서 열심히 했구나 생각했다.



정혜윤PD: 사실 개인적으로 패션에 대해 잘 몰라 걱정을 했지만 3일동안 패션다큐를 보면서 든 공통적인 느낌은 행복감이였다.

왜 행복해했을까 생각했는데 주인공들이 모두 나이가 들어 죽는 날까지 한 가지 일을 계속해서 하여 생명력이 넘친 다큐여서 보는 내내 행복했다.


정혜윤PD: (이청청 디자이너에게)이상봉 아들로 사는 것은 어떠한가?


이청청: 사실 본인은 평범한 삶을 살고싶었다. 디자이너는 정말 일을 많이 한다. 원단 찾으어 뛰고, 돌아 다니고, 치수 재고, 가봉하고. 가족끼리 만나기도 힘들다. 역사교육학과에 가서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내가 뭘 하고 싶은지 깨달아가고 인생의 목표를 디자인으로 하게 되었다.

또한 쇼에서의 모델들의 워킹, 조명, 음악, 갈채를 보고 그 희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 좇아가고 있다.

이전에는 주로 가봉을 하고 옷의 라인을 잡고 원단을 선택하는 일을 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스케치가 너무 하고 싶어졌다. 다음 컬렉션에는 도전해 보고 싶다.


정혜윤PD:’희열’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동섭: 파리에 살때 한 할아버지가 옷을 너무 잘 입고 겐조 매장의 쇼윈도를 보고 있었다. 처음 본 거 같지만 익숙한 느낌이여서 계속 쳐다보았는데 그 사람이 입생 로랑이였다.

그렇게 멋있게 늙을수 있을까 생각했다.

파리에서 쇼콜라쇼 까페에서 어떤 검정색을 입은 백발의 신사분이 계셨는데 그가 칼 라거펠트였다. 슬림한 옷과 화려한 액세서리가 인상적이였다. 칼 라거펠트는 말이 정말 빠르고 에너지가 넘쳤다. 생각해보니 어떤 분야에 유명한 사람은 정말 뜨겁거나 차가운 사람으로 나뉘는데, 칼은 뜨거운 사람인 것 같다.



다음에 이어진 관객과의 Q&A 세션이 이어졌습니다. 질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 사람들이 제가 사학전공과 의류 정공을 한다고 하면 사학이랑 의류랑 무슨 관련이 있냐고 주변에서도 물어보고 저 또한 의문을 느꼈어요. 그런데 이청청 디자이너님이 역사교육과를 전공하셨다고 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요?


이청청: 저는 처음에 역사가 너무 좋아서 들어가게 되었어요 패션이라는 흐름이 계속 돌고 역사 또한 돌고 도는데 그런 점에서 뒤돌아본 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런 점이 영향을 미치는 거 같아요.




* LIE 브랜드 컨샙과 이청청 디자이너님의 첫 컬렉션의 기억을 알고싶어요


이청청: LIE 브랜드 컨셉은 모던하기도 하지만 장식적인 부분이 들어가 있어요. 모호한 것들을 섞어서,가령 페미닌(Feminine)과 매스큘린(Masculine)의 퓨전을 표현한 게 재미있어요. 첫 컬렉션은 런던에서 했는데 정말 떨었어요 마지막에 인사를 하는 데 멋있게 손을 흔들었어야 하는데 90도로 인사를 해서 많이 창피했어요.

한국에서 했을 때는 더 연습을해서 여유 있게 인사를 했어요. 뿌듯함, 자랑스러움, 희열을 느꼈던 소중한 기억이었습니다.



* 현재 뮤즈가 있는지요? 그리고 영화 속 칼 라거펠트는 술, 담배, 마약을 안 했다고 하는데 패션계에서는 술,담배는 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이청청: 남성복 뮤즈는 영화배우 주드 로였어요. 핏(fit)감, 의상, 액센트까지 너무나 완벽했다고 생각해요. 여자뮤즈는 찾고 있어요. 뮤즈를 찾는 이유는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라인들이 많은 영감을 주기 때문이에요. 어떡하면 여성의 허리라인, 목라인이 더 부각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요.


이동섭: 런던의 한 포토그래퍼가 어떤 마약을 하면 안 보이는게 보인다고 해요. 비주얼 아트하는 사람은  마약을 탐닉하는 경우가 있어요. 패션에 국한되는 일은 아니에요.


이청청: 칼 라거펠트 같은 사람은 술, 담배, 마약을 전혀 안하는데 안 그래도 머릿속이 넘치고 할게 많아서 굳이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 학생이라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패널분들은 책을 선별하는 기준이 있는지 궁금해요


이동섭: 책을 고르려면 일단 어떤 책이든 책을 읽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에 관련된 모든 책을 읽는 편이에요.


이청청: 어떤 것에든 흥미를 느껴요. 유아책, 만화책, 16세기책 등 각각 요소가 달라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섭취하려고 합니다. 콜라보레이션 일을 할 때에는 잡다한 지식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동섭: 통찰력이 있는 사람은 책을 읽지 않아도 생각해요. 20대 때는 직접적인 경험을 많이 하면 좋겠어요. 칼 라커펠트가 직접 알고 그리고 경험했기 때문에 더 좋은 디자인이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청청: 저 또한 젊었을 때 더 많은 전시를 가고 영화를 볼 걸 하는 생각에 아쉬웠어요. 뭐든 가리지 말고 몸이 부셔저라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정혜윤PD: 현대인의 가장 큰 상실은 경험이라 생각해요



* 블랙, 화이트 계열 색상만 좋아하는 성향인데, 앞으로 패션을 공부하는데 걸림돌이 생기지 않을까요?


이동섭: 흰색도 0부터 100까지 있어요. 흰색 안에 보라도 노랑도 있어요. 그걸 깨우치면 될거에요.


이청청: 패션이 아트랑 다른 점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게 되고 상업적인 것까지 이어지는 거에요. 디자이너로서 블랙만 썼던 컬랙션을 열었던 적이 있어요. 1차원적으로 색을 골라 쓴 게 후회스러웠어요. 다양한 생각이 중요한 것 같아요. 블랙&화이트만 공부해도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길잡이가 되리라 생각해요




* 예술이 아름다움말고 존재이유가 있는지 효용이있는가요?


이동섭: 그리스어에서 아름다움의 반대말은 마비라고 한다고 해요. 아름다움은 무언가를 느낀다는 거죠. 모네의 그림은 쓸모가 없기 때문에 쓸모가 생기는 거에요. 쉽게 말해 우리사회는 돈으로 이루어졌지만 예술은 돈을 벗었죠. 느끼고 봤을 때 아름답게 살 수 있어요.



마지막 토크콘서트여서 그런지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시간이었습니다. 패널분들의 솔직하고 다양한 시선과 열렬한 관객분들과의 질문이 어우러진 시간이었어요. 저도 밤이 늦어버린 게 야속할 정도로 떠나보내기 싫었습니다.

EIDF 패션 토크콘서트에서 귀한시간을 내주시고 값진 이야기를 해주신 패널 여러분, 먼 길까지 발걸음 해주신 관객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 EIDF 자원활동가 전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