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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4/EIDF 2014 현장 스케치

[EIDF 현장 스케치] <건축 토크 콘서트> 자연의 건축가, 유진 추이(TELOS: The Fantastic World of Eugene Tssui)


<자연의 건축가, 유진 추이(TELOS: The Fantastic World of Eugene Tssui)>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참석자: 이경 감독, 정재은 영화감독, 문훈 건축가, 함성호 시인

-시놉시스: 천재, 혁명가 혹은 미치광이... 캘리포니아의 건축가 유진 추이의 독특한 삶과 혁명적인 작업을 주목한 다큐멘터리. 상자 형태의 건축을 지양하는 그는 더욱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건축 양식을 추구하며 달팽이, 식물 등 자연물의 구조를 본 딴 새로운 건물 디자인을 선보인다. 기이한 그의 건축 디자인을 둘러싼 주류 건축계의 배척, 실질적인 수요 부족 등의 이유로 실제로 건물을 지은 일은 많지 않았지만, 그는 수십년 동안 그의 개성 가득한 건축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 자신을 다잡는다.


8월 28일 EIDF 2014 마지막 건축 다큐 토크 콘서트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저녁 7시 반부터 두 시간 반 동안 열렸습니다.





이날 토크 콘서트의 주제가 되는 다큐멘터리는 이경 감독이 제작한 <자연의 건축가, 유진 추이>이었습니다. 먼저 영화 상영이 있은 후 정재은 영화감독의 재치 있는 진행을 토대로 토크 콘서트가 진행되었는데요, 오늘은 특별히 <자연의 건축가, 유진 추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경 감독님과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로 이름을 떨치신 문훈 건축가님, 함성호 시인님도 함께 하셨습니다. 참가자와 관객들은 유진 추이의 건축 성향과 현재 사회에 보편화된 건축 형태에 대한 의견을 주로 나누었습니다.


정재은: 유진 추이는 사랑스러운 몽상가이면서 한편으로는 우주로부터 받은 임무를 지구에서 건축을 하며 표현하는 건축가 같습니다. 영화를 본 소감이 어떻습니까?

함성호: 유진 추이가 자신의 신념 하나로 아등바등 살아가는 모습에 보는 내내 가슴이 찡하였습니다. 건축에 대한 인간 혹은 사회와의 갈등을 깊게 다루지 않고 살짝살짝 비추며 유쾌하게 담아낸 면이 보기 좋았습니다.

문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유진 추이는 고집스럽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싸울 수 있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건축가들도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가지만 건축 과정에서 계속 바뀌게 되거든요. 하지만, 타협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로 더 발전된 나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꺼낼 수 있어 건축에서는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타협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저는 건축하는 방식에 있어 유진 추이와는 반대의 입장에 있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유진의 삶에 있어서는 동의하는바 입니다.


<건축가 문훈>


정재은: 유진 추이의 디자인을 어떻게 보십니까?

문훈: 시간에 멈추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유진 추이가 어렸을 때부터 변하지 않고 지녀오던 순수함을 건축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연을 건축으로 승화하는 데 있어서 남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약간은 어정쩡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습니다. 자연을 본뜬 건축을 한 가우디는 유진 추이와는 달리 사람들의 공감을 받았었습니다. 규모를 줄이고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조금 더 부드럽게 건축을 하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함성호: 모더니즘 건축 같은 경우 역사적으로 계보적 맥락이 연결되어 있어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의 형상을 모방하여 짓는 유진 추이의 건축은 계열이라고 할만큼의 계보적 맥락을 가지고 있지 못해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다가와 당황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시인 함성호>


유진 추이의 건축에 많은 관심을 보인 관객들도 여러 질문을 해 주셨습니다. ^^


Q) 유진 추이는 상자 모양의 건축물에 단점이 있다고 보고 상자 형태의 집을 배제해 왔는데요, 그의 말대로 상자 형태는 구조적으로 약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큰 장점이 있기에 오늘날에도 많이 쓰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진 추이도 정형화된 건축에 대한 장점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나요?

이경: 그렇습니다. 그는 자신만의 신념이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상자 모양의 집이 건축 형태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이후 한 번도 의견을 바꾼 적이 없습니다. 한번은 유진이 건축 수주를 받았을 때 건축주가 색깔이나 모양을 조금만 바꿀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바꿔야 할 경우에는 건축을 시행하지 않겠다고 말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유진 추이의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인 거죠. 이러한 유진의 성향 때문에 그가 원한 만큼 건축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니었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런 면 때문에 유진 추이가 더 흥미로운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이경 감독>


Q) 유진 추이가 상자 형태의 건물을 배제해왔듯이 네모난 건물은 최근의 건축 트렌드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에 완공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예를 들어 보면 알 수 있듯이 직선을 벗어나 곡선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건물이 대세인 것 같습니다. 문훈 건축가님과 함성호 시인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문훈: 상자 형태의 건축이 트렌드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상자 형태의 건축이 가지는 명확성 때문에 시대가 지나더라도 상자 형태의 건축이 존재할 것은 확실합니다. 또한 공사비와도 관련이 많습니다. 가우디의 건축물과 같이 비정형의 건물은 공사비가 많이 들지만 상자형 건물 같은 경우 공사비에 비교하여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많이 짓게 되는 것입니다. 유진처럼 상자형 건물을 짓지 않는 사람들은 미래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 때문에 비정형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사람의 취향 때문에 그런 현상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함성호: 인간이 최초로 지은 집은 박스가 아니라 원형 모양의 움집과 같은 곡선입니다. 최소한으로 흙을 파내 집을 만들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박스를 선호하게 된 건 과학이 발달하면서 인간이 앞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계산 과학의 발달로 정확한 사각 비율을 구할 수 있게 되었고 현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처럼 비선형 건물 형태의 계산마저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점점 더 어려운 수치적 계산을 현실에서 그대로 표현할 수 있어 좀 더 복잡한 구조의 건물이 예전보다 더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에 비해 유진 추이는 즉흥적인 선을 그리며 손으로 도면을 그리는데요, 그런 계산과학적인 추세가 유진 추이에게는 따라붙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개인의 원초성과 같은 것들이 발현이 되어서 자연이 가지고 있는 유기적인 형태를 그대로 표현하려고 하지요.


Q) 한국에서도 유진 추이의 건물처럼 독특한 건물을 짓는 데 한계가 있나요?

문훈: 오히려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은 지역별로 합의를 거쳐야 하는 게 많아 건축법이 더 까다롭지만, 한국은 기본적인 법규만 지켜지면 건물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더 큰 자유로움의 표현이 가능합니다. 저는 유진 추이와 달리 추상적인 구조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 기본적인 건축 구조에서 시작하여 어떤 형상을 닮았을 때 그것만의 독특한 방향으로 발전해나가는 방법을 쓰긴 하였지만, 건물에 뿔을 달 때나 핫핑크색을 썼을 때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Q) 현재 유진 추이의 근황을 알려주세요.

이경: 올해 초에 제 가족들이 부탁하여 유진이 건축 설계와 시공을 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베이징 대학의 선전 캠퍼스에서 환경부서가 개설 예정인데요, 그곳에서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칠 예정입니다.


Q) 유진 추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이경: 유진은 정말 흥미롭게 사는 사람입니다. 자신만의 꿈을 갖고 꿈대로 사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유진을 보면서 느낀 건 꿈대로 살면 그 꿈이 현실로 가능해질 수 있고, 비록 성공과는 거리가 멀 수 있지만 행복하게는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전달하고 메시지는 여러분이 꿈을 가지고 살다 보면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꿋꿋한 신념으로 바탕으로 독창적인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유진 추이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최신 건축 다큐멘터리를 감상하고 참가자와 함께 유익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2014 EIDF 건축 다큐 토크 콘서트는 3일 동안 600여 명이 넘는 관객들이 참석하여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글: EIDF 자원활동가 서영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