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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9/EIDF 2019 상영작

[EIDF2019] <생의 마지막 한 걸음> 관객과의 대화 현장

8월 20일(화)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에선 영화 <생의 마지막 한 걸음>(A Step Forward)의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가 있었습니다. 작품의 카세자와 아츠시 감독님이 함께해주셨는데요,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여러 관객분들께서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이 작품은 이번 영화제 '페스티벌 초이스(경쟁)' 부문 초청작입니다. '자살 명소'로 유명한 산단베키를 배경으로 그곳에서 '생명의 전화'를 운영하며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 900여 명을 구해낸 후지야부 목사와 그가 이끄는 '자립 커뮤니티'의 얘기를 다룹니다. 그럼 이날 GV에선 작품과 관련해 어떤 질문들이 오갔는지 만나 보실까요?

 


Q. 왜 이곳 산단베키를 작품의 배경 장소로서 설정했나. 후지야부 목사와는 어떤 계기를 통해 알게 되었나


-이 영화의 무대가 된 곳과의 만남은 우연으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의 유명 영화인 사토 마코토 감독으로부터 사사했다. 그런데 스승이던 이분이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 부고를 받았을 때, 나는 평소 알고 지내던 신문기자와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이때 신문기자로부터 후지야부 목사를 취재한 경험이 있다는 얘기를 우연찮게 듣게 됐다. 평소 자살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이끌리게 된 것 같다. 후지야부 목사와 산단베키를 가지고서 자살에 대해 작품을 만들게 된 것은 우연이다.

 


Q. 작품 속 커뮤니티에는 남성이 대다수인가. 작품 속에 여성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시설에는 여성분들도 많이 오신다. 그렇지만 왔다가 금방 돌아가시는 분들이 대다수다. 갈 곳이 없어서 시설에 남는 80퍼센트는 남성분들이다. 결과적으로 남성분들이 인간관계에 있어 더 어려움을 많이 겪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여성분들이 이런 부분에 관해서 문제가 적다는 뜻은 아니다. 작품 속에서도 정신적으로 취약한 여성 분이 등장한다.

 

Q. 국내 매스컴에서도 한동안 자살과 관련한 문제가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보통은 자살과 우울증을 엮어서 많이들 얘기한다. 작품 속에서는 우울증에 관한 조망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우울증도 하나의 문제다. 우울증을 겪는 분들도 실제로 많이 있었다. 시설 안에서도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들이 자살을 시도하는 원인은 단순히 우울증만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굉장히 복합적이다. 영화 안에서는 우울증의 요소보단 인간관계 등 사회적으로 조망하고 싶었다.

 

Q. 후지야부 목사에 대해 궁금하다.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이 다시금 자립할 수 있게끔 그가 돕는 방식에 대해서 조금은 특이하다고 느꼈을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대하는 방식이 엄한 부모의 양육 방식과 같다고 느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후지야부 목사는 전직 배구선수다. 늘상 츄리닝을 입고 다니는데, 사실 목사답지 않다는 첫인상을 받았다. (웃음) 일본 내에서 후지야부 목사의 방식을 안 좋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 사람들에게 왜 그리 엄하게 이야기하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내가 이에 대해 평가할 입장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하나의 가족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그의 방식이 일본 사회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목사님의 방식이 많은 생명을 살렸다고 생각한다.

 

Q. 작품 속 인물들은 어떤 기준으로 등장시키게 된 것인지


-시설에 들어온지 2년 이상 된 분들을 위주로 등장시켰다. 정서적으로 어느정도 안정이 된 분들이다. 이들은 시설에서 NPO로 운영되는 식당의 일을 돕는데, 그곳을 배경으로 해서 많은 장면들을 찍었다. 그리고 작품에서 중점적으로 등장하는 모리라는 인물은 나를 편하게 대했던 친구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그냥 친구에게 말하듯 나와 관계를 맺게 돼 더 자주 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후속작 계획은 없는지


-도쿄에 현재 고독사란 문제가 크게 떠오르고 있다. 사회 변두리서 사회와의 관계를 끊고 사는 사람들의 얘기에 관심이 있다. 히키코모리도 하나의 소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계속 생각해 나가고자 한다.

 

끝으로 카세자와 아츠시 감독님은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습니다. “살다보면 누군가 '도와주세요!'라고 외치는 때를 맞닥뜨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내민 그 손을 꼭 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의 손을 잡아주는 데엔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수 있겠지만 도와줘야겠다는 마음가짐은 늘 가지고 계시길 바랍니다.”

 

 

원고 : 자원활동가 기록팀 이현수

사진 : 자원활동가 기록팀 구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