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EBS국제다큐영화제 <미워할 수 없는 녀석들> GV 현장 스케치
왜인지 다시 조금씩 더워지는 듯한 8월 말, 다들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제16회EBS국제다큐영화제가 한창인 홍대 구름아래소극장에서는 어제 훈훈한 관객과의 대화 행사가 있었는데요. 8월 20일 16시, <미워할 수 없는 녀석들(Don't Be a Dick about It)> 상영 후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 행사가 이루어졌습니다. <미워할 수 없는 녀석들>은 한 평범하지만 특별한 형제 피터와 매튜를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다큐멘터리인데요, 이미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관객상(Audience Award)을 받으며 호평을 받은 바 있는 작품입니다.
게스트로는 영화를 감독한 벤 멀린코슨 감독님께서 참석, 영화평론가 정민아 님께서 진행 모더레이터를 맡아 주셨습니다. 행사 내내 원활히 통역을 도와주신 조용경 통역가님도 함께였는데요. 약 30분간 진행된 GV는 정민아 영화평론가님의 간략한 질문 이후 관객분들의 질문 또는 영화에 대한 반응을 듣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줄곧 영화에 대해 긍정적이고 따뜻한 피드백이 오고갔는데요. 감독님 역시 충실하고 재치있는 답변을 해주셔서 현장에 참석해주신 분들의 웃음꽃이 끊이지 않는 자리였습니다. 그럼 <미워할 수 없는 녀석들> GV 현장 스케치 시작합니다!
GV 스케치
정민아 영화평론가 (이하 정민아)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난데없고 분주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중반을 거쳐 후반으로 갈수록 빛을 발하는 굉장한 작품이었다. 어떻게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나.
벤 멀린코슨 감독 (이하 벤 멀린코슨) 사촌 관계에 있으면서, 그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늘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영화에서 자신들도 얘기하듯 그들은 서로에게 짜증나게 구는 형제관계다. 그런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피터가 자폐증을 가지고 있기에 특별취급을 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동생 매튜는 그렇지 않다. 영화를 촬영했던 지난 여름은 매튜의 마지막 사춘기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개 2마리를 기르게 되면서 공포증도 완전히 극복했고, 떨어져 있는 학교도 다니게 되었다.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직전의 모습이 담겨 있다.
정민아 영화에서 피터는 계속 자신만의 '서바이버(미국의 인기 TV시리즈)' 게임을 진행해 주변인들을 탈락시키거나 부활시킨다. 이 쇼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지?
벤 멀린코슨 쇼는 계속 진행이 되고 있고, 영화잡지 '할리우드 리포터'에서 영화에 대한 기사를 다룬 후 이 프로그램의 프로듀서가 직접 연락을 와서 영화를 보여주게 됐고, 매우 마음에 들어해서 실제 쇼에서 사용된 공식 횃불 소품을 피터에게 보내주는 일도 있었다. 물론 피터는 매우 기뻐했다.
정민아 피터는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였나?
벤 멀린코슨 피터는 사실 영화를 시작한 순간부터 스스로 '배우'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 영화를 피터와 매튜 모두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피터 생각에는 이게 형제가 아니라 자신만을 위한 영화였던 거다(웃음). 그래서 마치 스타가 된 것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나도 놀랄 정도로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매튜는 어색한 모습을 없애는 데 3주 정도가 걸렸는데.
Q&A 스케치
Q: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마치 연출이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드는 부분이 있었는데, 작품에 연출이 전혀 가미되지 않은 것인가?
A: 연출이 가미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다큐멘터리가 흥미로운 것은 대상과 찍는 사람들의 상호작용에 있다. 이미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원하는 장면과 아이디어들을 목록화해서 갖고 있었고, 그것을 그때그때 적용해 나가며 촬영에 임했다. 반 정도의 장면은 기획된 일정에 따라 나온 것이다. 두 형제의 생일파티, 박물관 놀러가기, 강아지 산책 공원에 놀러가기 등이 그렇다. 근데 피터의 서바이버 게임 중 매튜가 피터의 이름을 적어서 피터가 화가 난다든가 하는 일은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다. 그런 다양한 장면을 섞어나가면서 만들었다. 어디까지가 순도 100%의 진짜고 어디까지가 기획이 들어간 부분인지를 생각해볼 수도 있을 듯하다. 분명한 것은 나는 사촌으로서 형제의 삶을 진실되게 전달하고자 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은 어떻게 보면 연기를 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들의 자연스러운 삶을 보여주고 있다.
Q: 피터가 주인공이면서 매튜도 주인공으로 설정했는데, 케리(*영화에 등장하는 피터와 매튜의 여자 형제)도 있었고 다른 남자 형제도 있었고 부모님도 있는데 이렇게 둘의 이야기로만 설정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다.
A: 피터가 이 영화의 시작점이다. 가장 다이나믹한 인물이고. 한편, 처음부터 끝까지 성장 또는 변화를 겪는 것은 매튜라고 할 수 있다.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데 점점 강아지를 만지게 된다든지 피터를 대하는 모습에서의 변화라든지 말이다. 영화를 보면 그가 어떻게 변화를 겪는지를 미묘하게 느낄 수 있다. 다른 남자 형제인 브랜든과, 여자 형제 케리는 이미 상대적으로 나이 면에서 성숙한 사람들이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고. 하지만 매튜는 어리고 변화할 가능성이 많은 캐릭터였다. 그래서 그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Q: 피터와 매튜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게 인상깊었다. 촬영하면서 감독님도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나. 그렇게 스스럼없이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 이유가 그들과 사촌 관계이기 때문이기도 할 텐데.
A: 영화를 촬영하는 기간 내내 같이 영화를 만드는 친구와 피터가 사는 집의 지하실에서 머물고 있었다. 하루는 우리가 지원금 확보를 위한 과정으로 작품 트리트먼트를 쓰고 있었는데, 피터가 내려와서 궁금해하더니 우리가 본인에 대한 얘기를 쓰고 있는 것을 봤다. 무려 14페이지에 달하는 걸 피터는 그 자리에서 쭉 다 읽어봤다. 그리고 '내용이 되게 좋은데, 매튜가 이렇게저렇게 하는 것으로 수정해 줘' 등 코멘트도 해 주었다(웃음). 본래는 이것도 영화의 한 장면으로 넣으려고 했지만, 편집 과정 후반에서 빠지게 되었다.
Q: 영화에서 피터를 ‘특별취급’이 필요 없는 한 명의 친구이자 사람으로 그린 것이 인상깊었다. 특수교육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특수교육당사자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했다. 감독님은 훨씬 예전부터 피터를 알았고 보아 왔을 텐데, 감독님이 가진 피터에 관한 첫번째 기억은 무엇인가.
A: 피터는 나보다 4살 어리다. 그를 처음 본 것은 아마 유치원 시절이었을 것이다. 한 7~8살 때? 근데 피터가 나보다 분명 어린데 철자 발음을 나보다 훨씬 능숙하게 하는 거다. 나보다 어린데 훨씬 똑똑하잖아!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실 그 후로 피터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는데, 영화를 찍으면서 함께 상호작용을 많이 하면서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우리가 누군가 장애 당사자인 사람에게 딱지를 붙이거나 편견을 가질 수 있는데, 나 스스로도 이 영화를 만들면서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과 어떻게 어울려야 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영화는 자폐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형제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형제 중 하나가 자폐증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관객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는가"라는 정민아 모더레이터의 질문에 감독은 "오히려 관객에게 그 얘기를 듣고 싶다"며 마이크를 넘겼는데요. 장애당사자에 대해 자칫 가졌을 수 있는 편견을 깨게 했다는, 스스로 피터와의 거리감이 좁혀지는 기분이었다는 긍정적인 답변들이 관객석에서 들려왔습니다. <미워할 수 없는 녀석들>은 현재 미국에서도 배급 단계에 있으며, 현재 벤 멀린코슨 감독은 중국에 머무르면서 그곳의 소위 '불량' 또는 '노는' 아이들에 대한 작품을 찍고 있다는 근황 토크와 함께 GV가 막을 내렸습니다.
피터와 매튜의 지극히 평범한, 그래서 더욱 특별한 여름날을 담아낸 영화인 <미워할 수 없는 녀석들>. 시종일관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연출과 아름다운 색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실하게 다가오는 형제의 교감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었는데요. 다행히 영화제에서의 상영(8월 24일 10:30,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뿐 아니라 TV방영 스케줄(8월 21일 26:25, EBS 1TV)도 남아 있답니다! 또는 EIDF2019 홈페이지에서 다큐멘터리 전용 VOD서비스 D-BOX(www.eidf.co.kr/dbox)로 접속하여 즐기실 수도 있으니, 체크해보시면 좋겠죠?
그럼, 25일까지 계속되는 제16회EBS국제다큐영화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D
원고: 자원활동가 기록팀 조진영
사진: 자원활동가 기록팀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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