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EBS국제다큐영화제 <나폴리 셀프카메라> GV 현장 스케치
안녕하세요 여러분! 8월이 끝나가는 지금, 제16회EBS국제다큐영화제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데요. 물론 아직 좋은 작품들의 상영은 많이 남아 있지만요. 22일 어제 홍대 구름아래소극장에서는 화면의 대부분이 등장인물의 셀프캠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는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나폴리 셀프카메라(Selfie)> 상영 후 GV 행사가 있었답니다. 진행에 김혜민 EIDF 프로그래머님, 통역에 김고은 통역가님이 함께하셨어요.
영화는 우리가 좀처럼 들여다보기 힘든 나폴리 청년들의 불안하고 또 평범한 삶, 그리고 그 사회의 어두운 부분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요. 누군가의 민낯을 마주하는 듯한 이 작품처럼, 일정상 함께하시지 못한 감독님 대신 게스트로서 참석해주신 지안필리포 페도테 프로듀서님도 진지하면서도 솔직한 답변들로 자리를 채워주셨습니다. 주로 (영화의 원제 ‘Selfie’에서도 알 수 있듯) 셀프카메라 화면이 주를 이루는 촬영 방식과 그 효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영화가 다루고 있는 경찰 과잉진압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는데요. 그럼 GV 현장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실까요?
GV스케치
김혜민 프로그래머(이하 김혜민) 프로듀서님의 소감과 인사말씀 듣고 시작하겠다.
지안필리포 페도테 프로듀서(이하 지안필리포 페도테) 이렇게 올 수 있게 돼서 정말 기쁘다. 이 영화 외에도, 이번에 EIDF 상영작으로 선정된 많은 작품들이 관심이 간다. 티비에서도 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좋은 상영작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김혜민 독특한 촬영방식이 돋보이는 영화다. 경찰의 오인으로 인한 총격으로 소년이 죽는 사고가 있은 후 뉴스를 보고 찾아가서 영화의 주인공 소년들을 만나게 됐다고 하는데, 주인공들을 만난 후에 이런 촬영방식을 정한 것인지, 촬영방식을 정한 후에 소년들을 만난 것인지도 궁금했다. 촬영 과정을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
지안필리포 페도테 감독과 이야기 나눈 것을 기반으로 답변하겠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이 지역(나폴리)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머릿속으로 어떻게 찍어야지 하는 구상은 대략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휴대폰과 같은 포터블 디바이스로 찍어야겠다, 하고. 한편 이 영화는 프랑스 아르테(Arte)티비와 공동제작한 작품인데, 그쪽에서는 작품이 나폴리가 갖고 있는 여러 사회문제에 집중하길 바랐다.
지안필리포 페도테 (나폴리에 대한 배경지식을 덧붙이며) 한국에서는 어떤 이미지인지 모르겠지만, 유럽 사회에서 나폴리는 고대의 수도였던 곳이자, 여러 특색과 모순적인 양상을 보이는 도시다. 옛날에는 피자, 대중음악, 해변이 있는 낭만적인 도시라는 클리셰적인 인상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로컬 마피아가 해당 지역의 사업을 점령하고 불법 마약 판매 등을 하면서 나폴리의 이미지가 달라졌다. 그 이미지를 가지고 이탈리아에서 <고모라> TV시리즈도 만들면서 더 그렇게 되었고. 국가 권력이 사실상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 도시에서,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고 다른 곳에 비해서 좋은 삶의 기회를 쉽게 박탈당하기도 한다. 긴 설명일지도 모르지만, 나폴리의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맥락을 설명하고 싶었다. 감독은 경찰이 한 소년을 오인해 죽인 그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한 현실적 사실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무슨 환경에서 일어나는 것인지, 그리고 죽은 소년과 같은 나이의 어린 청소년들이 그 환경 속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김혜민 나폴리를 배경으로 한 범죄 소재 영화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촬영을 보면 셀프캠이라는 형식으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모바일 기기로 누구나 그럴 법한 일상적인 소년의 모습을 그대로 담는다. 아르바이트하고 친구 만나고 가족과 대화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총격 사건을 이미 알고 있기에 소년의 눈망울을 볼 때 사뭇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소년들이 촬영한 영상을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디렉션을 주는 일도 있었나.
지안필리포 페도테 흥미로운 질문이다. 영화에서는 한 번도 드러나지 않지만, 사실 영상들을 찍을 때 감독이 대부분 함께 있었다. 이 두 주인공과 함께 아이디어나 미장센에 대해 얘기하기도 하고. 이를테면 이들이 가장 익숙한 휴대폰을 가지고 찍는데 우리가 셀프카메라를 찍으면 보통 세로로 길게 찍지 않나. 그러지 말고 가로로 길게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단지 자기만 나오는 게 아니라 전체 안에서 한 캐릭터로서 소년이 보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현실'을 보여줄 수 있도록. 어쨌든 이런 셀프카메라 형식 덕분에 아이들은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이 현장에 있으면서 생기는 좋은 점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소년들이 셀프카메라를 갖고 임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Q&A
Q. 영화를 보면 대부분이 셀프캠이지만 일부 장면이 CCTV화면같다고 해야 할지 셀프캠과는 달랐는데 무슨 의도였는지 궁금하다.
A. 셀프캠과는 다른 각도에서 더 '현실'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셀프카메라는 아무리 현실적인 걸 보여준다 해도 나르시시즘적인 무엇이 되기가 쉽다. 그 와중에 CCTV같은, 관찰자 시점에서의 카메라를 끼워넣으면 주관적 이미지가 아닌, 더 넓은 스크린 안에서 이미지 자체를 보여줄 수 있다. 소년들도 우리도 그 현실을 다 통제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기에도 필요했다. 그런 관찰자형 카메라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Q. 'selfie'라는 단어가 영어권에서 사람들에게 진지하다기보다는 사소하거나 우스꽝스러운 뉘앙스로 받아들여지지 않나. 내용의 진지함과 동떨어진 것 같아서 원제를 정할 때 고민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또한 두 소년 사이에 다소 마찰이 있지 않나. 한 친구는 휴가를 간다고 하고 다른 한 명은 이 프로젝트를 생각한다면 그러지 말라고 하고, 근데 영화는 친구가 떠나서 돌아오기 전에 끝난다. 그런 마찰을 해결하지 않고. 그게 영화를 만든 이의 의도였는지 궁금하다.
A. 사실 이 제목에 대해 계속 토의가 오갔다. 나는 제목에 찬성하는 편이었는데, 공동제작을 맡은 프랑스 프로듀서는 말한 것과 비슷한 이유로 반대하더라. 말한 것처럼 이 제목은 사실 영화 안에 있는 내용이나 메시지와 그 이미지 상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중영화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 독립영화를 영화제를 찾아서 보러 오는 관객들에게 주로 보여진다. 그들에게 단순히 제목으로 영화가 평가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게 의도한 것이 맞다. 소년들이 영화에 대한 관점, 우정, 그리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지만 어느 순간 나눠지는 게 인간 삶에서도 아주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안필리포 페도테 프로듀서님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로 "이 시간을 함께해주신 관객들에게 감사하고, 역시 감독으로부터 감사의 말을 대신 전한다. 다큐멘터리라는 저항적인 매체를 선보이는 이런 영화제를 용기 있게 이끌어나가주는 EIDF 사람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진심이 담긴 코멘트를 남겨주셨는데요. 진지한 목소리로 영화 안팎의 많은 내용을 분명하게 전달해주신 프로듀서님, 그리고 자리를 함께해주신 관객분들 모두에게 좋은 시간이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영화의 형식 면에서도 주제 면에서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인상적인 작품, <나폴리 셀프카메라> GV 현장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이제 EIDF 상영관에서 관람할 수는 없지만, <나폴리 셀프카메라>가 마침 23일 오늘 24:40 EBS1TV에서 방영된다는 반가운 소식!:D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전용 VOD서비스 D-BOX(www.eidf.co.kr/dbox)에서도 보실 수 있으니, 온라인이나 모바일 환경에서도 얼마든지 관람 가능하답니다.
그럼, 25일까지 계속되는 제16회EBS국제다큐영화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원고 : 자원활동가 기록팀 조진영
사진 : 자원활동가 기록팀 한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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