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IDF 2019/EIDF 2019 상영작

[EIDF2019] 구름아래소극장 <마이 리틀 댄싱 슈즈> GV 현장 스케치

제16회EBS국제다큐영화제 <마이 리틀 댄싱 슈즈> GV 현장 스케치

 

EIDF2019 <마이 리틀 댄싱 슈즈> GV (구름아래소극장)

게스트: 브라이언 크리스토퍼 브라질(감독), 아키코 타바코타니(프로듀서)

진행: 정민아(영화평론가)

 

조금은 선선해진 8월 23일, 일산 호수공원에서 열리는 EIDF2019 야외상영 작품으로도 선정된 <마이 리틀 댄싱 슈즈(My Little Dancing Shoes)> 관객과의 대화 행사가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열렸습니다! <마이 리틀 댄싱 슈즈>는 필리핀 세부에서 댄스스포츠 선수의 꿈을 키워가는 앤젤, 트릭시, 니뇨 세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인데요. 어두운 사회 현실을 배경으로 깔고 있으면서도 시종 반짝거리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과, 그리고 긍정과 희망을 잃지 않는 카메라가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오후 4시 30분부터 약 50분간 진행된 GV 행사에는 본 영화를 감독한 브라이언 크리스토퍼 브라질 감독님과 제작자이신 아키코 타바코타니 프로듀서님이 게스트로 참석해주셨습니다. 정민아 영화평론가님의 진행과 함께 훈훈했던, 그러면서도 여러 생각을 하게 했던 <마이 리틀 댄싱 슈즈> GV 현장으로 가보실까요?

 

 


 

GV스케치

 

 

정민아 영화평론가 (이하 정민아) 사랑스럽고 재미있고 뭉클한 작품이었다. 이 어린 선수들을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브라이언 크리스토퍼 브라질 감독 (이하 브라이언 크리스토퍼 브라질)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는 마닐라에서 살았지만, 내가 세부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이 종목(댄스스포츠)와 그 대회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얘기를 들었다. 세부에서는 댄스스포츠가 굉장히 유명하고 적극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세부는 필리핀의 중간쯤에 위치하여 마닐라로부터 떨어져 있는데 수도에서 벗어난 이 세부라는 공간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자는 생각도 있었다. Tokyo Docs에서 감사하게도 펀딩을 받을 수 있었고, NHK 방영도 약속받았다. 그렇게 이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

 

정민아 영화를 보면 니뇨하고 트릭시는 이미 재능을 인정받은, 그리고 성과를 많이 낸 선수들로 나온다. 한편 앤젤은 막 댄스스포츠에 입문한 아이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재능이 있다고 나오기는 하지만, 가능성을 미리 보고 캐스팅한 건가. 앤젤이 뛰어난 선수가 안 되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은 없었나.

브라이언 크리스토퍼 브라질 앤젤을 촬영하게 된 이유는 댄스스포츠라는 이 어려운 종목에 막 입문하려는 아이를 찍으려고 한 것이 맞다. 하지만 앤젤이 정말로 어떻게 되었든 간에 좋은 장면이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앤젤에게 꼭 대회에서 이기라든가 하는 말을 한 적은 전혀 없다. 나는 카메라를 켜고, 어떤 일들이 펼쳐지는지 보았을 뿐이다.

 

 

정민아 아키코 프로듀서님에게 질문이다. 일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아키코 타바코타니 프로듀서 (이하 아키코 타바코타니) 작년 Tokyo Docs에서 무료 상영을 했을 때 많은 관객이 찾아와 주셨사다. 실제로 대부분의 관객들이 이 아이들에게 쉽게 이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첫인상부터 아주 귀여운 아이들이니까. 한편 댄스스포츠를 하는 것을 보면 아주 전문적으로 잘 추는데, 그런 (어떤 면에서는 어른같아 보이는) 격차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세부라는 공간의 양면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곳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민아 니뇨가 특히 굉장히 잘하는 선수 같았다. 옆에서 보면서 어땠는지, 사춘기에 접어든 것 같던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브라이언 크리스토퍼 브라질 니뇨를 찍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았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이 니뇨의 그대로다.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조용하다. 그냥 그것이 니뇨의 캐릭터일 뿐, 어떤 지시를 하거나 수정을 가한 적은 없다. 트릭시는 그와 반대 성격이지만(웃음).

 

정민아 작년까지의 모습으로 영화는 완결인 것인가. 혹시 아이들에게 바뀐 근황이 있는지, 속편 생각도 있는지 궁금하다.

브라이언 크리스토퍼 브라질 이 아이들이 더 자랄 때까지 찍고 싶다. 트릭시와 니뇨는 지금 계속 세계대회를 준비 중이고 실력이 더 늘었다. 앤젤은 가족과 관련하여 많은 문제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댄스스포츠를 계속하길 희망하고 있다. 나는 세부 출신 감독으로서 내 고향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계속 찍는 것이 꿈인데, 이 작품과 주제가 세부를 위한 완벽한 테마라고 생각한다. 댄스스포츠가 올림픽 공식 종목으로 선정되는 과정의 다큐멘터리도 찍어보고 싶다.

 

 

정민아 이 작품이 단순히 '춤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만은 아니다. 필리핀의 많은 가정들이 겪는 빈곤 문제, 그걸 둘러싼 사회적인 문제도 건드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갓 십대인 아이들이, 물론 춤이 좋아서이기도 하겠지만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가지고 댄스스포츠에 임하는 것을 마냥 마음 편하게 볼 수만은 없더라. 세부에서 이것이 얼마나 흔한 풍경인지 그리고 아이들이 스스로도 정말로 춤을 사랑하는지 묻고 싶다.

브라이언 크리스토퍼 브라질 이 다큐멘터리를 위해 고른 세 명의 아이들은, 각 캐릭터가 필리핀의 모든 아이들을 반영하고 있다. 어머니가 자신의 의사와는 반대로 딸과 떨어져 사는 앤젤의 경우도, 트릭시처럼 아버지만 외국에 나가 일하는 경우도 흔하다(내가 어렸을 때 우리 가족 역시 그랬다). 니뇨처럼 가족 전원이 필리핀에 있지만 재정적으로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 모두가 내가 속한 공동체의 모습들이다. 아이들은 댄스스포츠에 매우 적극적이다. 내가 지쳐 나가떨어질 정도로. 한번 대회를 하면 아침부터 밤까지 스케줄이 계속되는데, 그 아이들은 열정을 잃지 않는다. 되게 뻔하고 번지르르한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제가 그렇다.

 

 

정민아 이 아이들이 작품을 봤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나. 그리고 작품을 보면 니뇨와 트릭시 간에 약간의 갈등이 있는데 지금 둘의 관계는 괜찮은지 궁금하다(웃음).

브라이언 크리스토퍼 브라질 아키코에게 Tokyo Docs에서 상영한 영화 파일을 CD로 받아 아이들에게 보내줬는데, 아이들은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서 계속 깔깔대며 웃더라. 아마 자기 스스로를 찍은 영상을 보는 것부터 익숙하지 않았을 거다. 필리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웃음이 많기도 하고. 부모님들은 영상을 보며 모두 울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한 니뇨와 트릭시는 줄곧 좋은 친구 사이다. 누구나 그렇듯 서로 가끔 오해나 다툼이 있을 뿐이다.

 

 

Q.영화 안의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반짝거린다. 저절로 그들을 계속 응원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나 어린 나이임에도 가족의 생계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고 짊어져야 하는 현실이 얼마나 문제적인지 느꼈다. 나보다 훨씬 당사자의 위치에 가까운 감독님 역시 그 사실을 잘 아실 것이고, 영화 역시 그렇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연출 톤은 계속 따뜻함, 유머, 긍정을 잃지 않는다. '우울하다'는 느낌은 찾기 힘들다. 이런 연출은 의도된 것인가.

 

브라이언 크리스토퍼 브라질 그런 '긍정적인' 느낌이 드는 연출은 의도된 것이다. 아이들이 매일 피부로 직면하는 어려움들에 대해서 물론 나 역시 나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그게 그들이 사는 삶이고, 이 영화는 그것을 그대로 찍은 이야기다필리핀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빈곤한 아이들 중 하나일 것이다. 필리핀에서는 인구 문제 역시 심각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매일매일 무엇을 먹고 살지를 걱정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이런 현실 때문에 아이들은 아무래도 일찌감치 내가 어떻게 하면 가족을 도울 수 있는지, 가족의 부담을 덜 수 있는지 궁리하게 된다. 가족들부터도 '네가 무언가를 하고 싶으면 내가 최대한 돕겠지만 보장해줄 수는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곳에서는 공부 관련한 것이 가장 미래를 위한 자극이 되는데, 공부를 하려면 장학금을 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능력을 입증받아야 한다. 그게 우리 사회에서의 보통의 메커니즘이다. 현실적으로 부모가 나의 대학 진학을 약속해줄 수 없다면, 내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 나 역시 나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 해야 했다. 니뇨의 경우도 댄스스포츠를 계속해 장학금을 받지 않는 이상 대학을 갈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아키코 타바코타니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앤젤의 어머니와 인터뷰한 결과 그녀가 앤젤과 따로 사는 건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었다. 원래는 그 이야기를 더 넣으면서 앤젤의 상황에 대해 더 설명하고 싶었는데 길이의 제한이 있었다. 고민하여 결정하기를, 아이들에게 더욱 집중해서 그들이 자신의 목표를 어떻게 이루어내는지를 메인으로 그려내기로 한 것이다.

 

 

아키코 타바코타니  2017년에 브라이언과 안토니오(영화의 제작자)가 Tokyo Docs에서 아시아의 젊은 감독을 지원하는 'Colors of Asia' 부문에 피칭을 하러 왔을 때가 기억난다. 해당 피칭의 선정작은 공중파 방송도 진행되는데, 마침 NHK월드 채널에서 이 영화의 30분짜리 버전이 오는 26일에 방영될 예정이다. 이전까지는 더 짧은 분량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다가 처음으로 조금 더 긴 장편급의 피칭을 시행했기에 우리에게도 도전이었는데, 성공적인 것 같아 기쁘다. 나 역시 트릭시, 니뇨, 그리고 앤젤과 사랑에 빠졌기에 지금 그리고 미래에 그들이 어떻게 해 나갈지도 계속 보고 싶다. 

 

 

 

자리에 있는 여러분 역시 영화 속의 아이들처럼 계속 꿈을 향해 힘내길 바란다는 감독님의 작별인사를 마지막으로 관객과의 대화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마이 리틀 댄싱 슈즈>, 반짝거리면서도 뭉클한 아이들의 모습에 절로 빠져들게 되는 영화였는데요. 상영 및 TV방영을 놓치셨다고 해도 실망하지 마세요. 다큐멘터리 전용 VOD서비스 D-BOX(www.eidf.co.kr/dbox)에서도 보실 수 있으니, 온라인이나 모바일 환경에서도 관람 가능하답니다. :)

 

'다큐멘터리, 세상을 비추다' EIDF2019는 8월 25일까지 계속됩니다. 마지막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D

 

 

 

원고 : 자원활동가 기록팀 조진영

사진 : 자원활동가 기록팀 한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