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에선 <비러브드>, <나의 아버지는 스파이>, <군대>. 세 작품에 관한 관객과의 대화(GV)가 있었습니다. 이번 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마지막 GV였는데요, 정말 무더운 날이었음에도 많은 분들께서 자리를 함께 해주셨습니다. <비러브드> GV에는 감독님을 대신해 해당 작품의 프로듀서 ElAheh Nobakht님이 참석해주셨습니다.
<비러브드> GV
Q. 해당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감독이 영화를 구상한 첫 단계에서부터 함께했다. 약 3년 전, 산속에서 혼자 사는 여든 살의 한 할머니 얘기를 다루고자 한다는 전화를 감독이 걸어왔을 때 사실 의문을 가졌었다. 이게 가능할까 싶었다. 확신이 들진 않았으나 그럼에도 흔쾌히 승낙해 참여하게 됐다. 보통의 다큐멘터리 제작에는 15명에서 20명에 이르는 스태프들이 크루를 이뤄 촬영장에 함께한다. 하지만 우리가 촬영을 진행한 곳은 굉장히 산골이었기에 감독과 나를 비롯한 스태프 몇 명이서만 촬영 현장에서 함께할 수 있었고 그래서 각각이 여러 역할들을 병행해야 했다. 현지 음향전문가 섭외를 비롯한 일들을 맡았으며 지금은 이렇게 해외를 돌며 배급에 관한 문제도 맡고 있다.
Q.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의 구분이 이 작품에선 애매한 것 같다
-극영화를 잘 만들 수 있는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도 잘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동일한 역량이 필요한 것 같다. 얼마만큼 현실에 대한 이해를 잘 해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현실을 이해하는 것에 있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의견이 반영되고 인물을 묘사하는 것에 있어서도 만드는 이의 의견이 많이 투영되는 것 같다. 할머니의 삶을 가지고 드라마를 만들어 풀어내는 것을 감독이 잘 한 것 같다.
Q. 촬영을 위해 할머니와 함께하며 흥미로웠던 경험이 있다면
-처음 할머니께 촬영을 요청드렸을 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 팔십 인생을 한 시간짜리 영화로 만들어낸다고? 그게 말이 되는건가?’ 우리가 카메라 없이 6번을 방문해 설득했다. 결국엔 요청을 받아들이셨는데, 출연료를 받는다거나 하진 않으셨다. 출연료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라로 도움을 드리고 싶어 베를린 영화제에 이 영화가 초청됐을 때는 여행 경비를 모두 보조해드릴테니 독일까지 동행하자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그때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면 내 소들은 누가 보라고! 장난해?’라고 말이다. (웃음)
<나의 아버지는 스파이> GV
Q. 이 작품을 어떻게 해서 시작하게 됐는지
-작품의 주인공은 사실 우리 가족과 오래전부터 굉장히 친한 사이다. (이날 GV에는 두 명의 공동감독 가운데 Gints Grube 감독님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번역가로 활동중인 그녀는 굉장히 글쓰기를 잘한다. 처음엔 그녀에게 그녀의 경험들을 책으로 펴보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럼 이걸 영화로 만들어볼까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했다.
Q. 영화 촬영 중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영화를 만들면서 자료를 구하거나 인터뷰를 따올 때 과거 CIA나 KGB에 몸담았던 인물들을 만나야 할 때가 많았다. 물론 그런 기관 사람들은 쉽게 답변에 응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 번은 전직 KGB 요원을 무척이나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그의 이름이 실명으로 전화번호부에 등재돼 있던 것이다. 전화를 해서 쉽게 촬영할 수가 있었다.
Q. 굉장히 다국적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인 것 같다. 어려움은 없었는지
-국제 공동협력 제작이란 것이 요즘에 들어선 특별할 것이 없다. 애정과 갈등이 함께하고 또 우정을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여러 나라와의 협력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스웨덴의 자료실을 통해 많은 자료들을 찾은 적도 있다. 지금은 7개국의 공동제작을 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4개국(독일, 라트비아, 체코, 에스토니아) 공동제작은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Q. 냉전의 아픔이 라트비아에 아직 남아 있는지
-다른 구소련 국가들에 비해 잘 벗어난 것 같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는 1940년대까지 독립을 유지했었다. 조부모 세대는 독립해 있던 경험을 가지고 있던 셈이다. 1991년도에 완전한 독립을 겪었는데 이전의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성공적으로 냉전의 후유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세대들은 우리 본인들이 정치적 동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 우리 자식 세대들도 과거의 것들에 관심을 비교적 많이 갖고 있다. 이런 요인들로 성공적인 케이스로서 냉전의 후유증에서 벗어난 것 같다.
<군대> GV
Q. 감독의 군생활을 어땠는지
-25사단 경기도 양주에서 근무했다.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체류하며 어린 시절을 보내다 군대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래도 한국을 오갔기 때문에 그렇게 낯설진 않았다. 모든 것이 현실로 와닿지 않았다. 군대를 들어가기 직전에 캘리포니아에서 몇 년 살았다. 그곳과는 완전 반대의 분위기였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안 갔다. 얼얼한 느낌이 컸다.
Q. 작품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제대를 2008년도에 했다. 그 이후로 군대에 관한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해왔다. 방법이 쉽지 않아 구상만 했는데, 그러다 몇 년 전에 촬영을 시작하게 됐다. 그 이전에는 인물을 중심으로 촬영하지 않았다. 사실 사람을 찍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카메라는 있는 그대로를 담지 않고 왜곡하는 것이 있다. 풍경에 비해 인물은 컨트롤하기도 힘들고 찍는 이의 태도에 따라 인물들의 반응도 고려해야 한다.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의도적으로 인물 밀착의 촬영을 한 것도 있다.
Q. 촬영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좋아하는 명언 중에 하나가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한 ‘49퍼센트는 디자인이고 51퍼센트는 의뢰자를 설득하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머릿속으로 관념적으로 구성하는 것보다도 촬영을 하고 설득을 해야하는 입장에서 많은 노력을 기했다. 1년 정도 계속 시도를 했었는데 계속 안 됐다. 그러다 국회의 국방위원회에 어떻게 연이 닿아 거기서 10분가량 발표를 하면서 설득을 했다. ‘기존 국방부에서 만드는 영상은 재미가 없다. 좋은 것만 보여주려 해서 관객들에게 감동이 약하다. 음과 양의 조화를 통해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는 솔직한 얘기로 설득했다.
Q. 군관계자 분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신경을 많이 쓰지는 않은 것 같다. 대략 기사를 보고 잘 봤다는 연락이 왔다. 군 안에서의 담당자가 계속 바뀌어 답변을 받기가 어려운 감이 있다. 많이 대중적인 영화도 아니고 워낙 바쁜 분들이라 이런 것들에 신경을 쓰지는 못하는 것 같다.
Q. 우철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반복적인 신호음 같은 것들이 들렸다. 그 소리가 들어간 장면의 의미가 궁금하다. 나는 그게 군중에 섞이지 못한 우철이 '내가 왜 여기 있지' 라며 본인 스스로 혼란스러워 하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그렇게 느꼈다면 그게 정답일거다. 내가 작품을 만들때 '이런 의미를 담고 싶어' 라고 생각하고 표현하면 역효과가 나더라. 보는 사람들에게 의도 전달도 잘 되지 않고. 그래서 그런 해석은 관객들이 해주면 그게 답인 것 같다.
Q.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면
-‘젊은 날의 2년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의미가 없는 것일까.’ 이런 고민들을 했다. 젊은 날에 느낀 감정과 돌아가서 촬영 중에 느낀 감정이 다르다. 군대에 연애인들이 공연을 와서 할 저 당시엔 무척이나 즐거웠다. 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돌아가보니 저 장면은 북한에서 볼 수 있는 집단 광기의 이미지가 느껴졌다. 또 굉장히 힘들다고 느꼈던 장면들은 다시 돌아보니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가 않았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긍정적인 요소들로 눈에 들어왔다. 내가 겪었지만 몰랐구나 싶은 것이 많았다. 내가 느꼈던 감정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관객들에게도 그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원고 : 자원활동가 기록팀 이현수
사진 : 자원활동가 기록팀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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