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EBS국제다큐영화제 <공사의 희로애락> GV 현장 스케치
제16회EBS국제다큐영화제 폐막을 하루 앞둔 8월 24일 오후 1시 30분, 구름아래소극장에서 <공사의 희로애락(Under Construction)>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행사가 열렸습니다. 본 작품은 [한국 다큐멘터리 파노라마] 섹션에 포함된 다큐멘터리로, 가족 구성원을 인터뷰한다는 누구보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폭넓은 주제를 건드리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게스트로 <공사의 희로애락> 장윤미 감독님이 참석해주셨고, EIDF프로그래머 김혜민님이 진행을 맡아 주셨습니다. 그럼 그 현장으로 들어가 볼까요?
GV
김혜민 프로그래머(이하 김혜민) 장윤미 감독님의 장편으로는 <공사의 희로애락>이 두 번째 작품이다. 먼저 제목에 관해서 물어보고 싶다.
'공사'는 정말 말 그대로 공사(工事)이기도 하고, 아버지의 공과 사이기도 하고, 영화를 보다 보면 감독의 시선이 공사를 넘나드는 것을 느끼는데 그걸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쪽으로 생각했는지.
장윤미 감독(이하 장윤미) 얘기해주신 걸 모두 담고 싶었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일하던 공사현장을 생각하면서 제목을 지었는데, 인터뷰하면서 달라졌다. 아버지 입장에서 '공적 영역'인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짬짬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여백, 잉여의 부분도 쓰고 싶어졌다. 그런 것은 아버지의 개인적인 성격을 드러내주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아버지가 가진 그런 명확한 공사구분에 완벽하게 동의한 적은 없다. 그러나 그걸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자 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두 가지를 섞어 보고 싶었다.
"아버지가 저와 카메라를 마주할 때는 그래도 불편하잖아요. 저도 많은 딸들이 그러했듯 아버지와 관계를 잘 맺지 못했고요. 카메라를 마주하면서 점점 친해지긴 했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해소되지 않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어요. 나중에 (다큐멘터리에도 삽입되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속마음도 더 말씀하시게 되고 또 저는 그걸 듣고자 노력했고, 그건 또 결이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카메라를 마주하고 (아버지를) 본 장면들은 좀 더 '공적인' 느낌이 난다면, 삽입되는 통화 내용은 '사적인' 느낌이지 않을까 해요. 그런 생각도 있었습니다."
김혜민 아버지가 일하는 현장에 가본 적이 있었나.
장윤미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도 정말 큰 사건이었다. 그런데 주변에 다들 그랬다. 아버지가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말을 안 했다고. 내 아버지 역시 건설노동에 종사하는 일에 대해서, 본인이 기술자로서 자랑스러운 한편 어쨌든 3D직업이라 생각해서 떳떳하게 얘기를 안 하셨다. 그런데 나는 또 자식으로서 아버지 노동에 빚진 입장이고. 막연히 건설현장에 있는 것만 알고 있었다면, 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그 모든 것들을 만드시는지 이런 걸 처음 보여주셨다.
김혜민 아버지의 작업을 계속 따라가는데, 이동하는 고속버스나 찍히는 표지판 같은 걸로 봤을 때 아버지의 행로를 따라가는 걸 어렴풋이 알 수는 있지만 그걸 구체적으로, 뚜렷하게 '아카이빙'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이는 것도 흥미로웠다.
장윤미 내가 건물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모든 건물을 정확히 아카이빙하는 일은 작품 전체의 결과 맞지 않는다고 봤다. '아버지의 말을 생각하며 가는 나'도 중요했기 때문에.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건물 안을 찍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서, '그럼 아예 거리를 두자' 이렇게 생각한 것도 있다. 건물 자체도 중요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도 중요했기에 두 가지를 비슷하게 놓으려 했다.
김혜민 자신의 아버지를 찍는 작업은 어땠는가. 어려웠다면, 또는 쉬웠다면 어떤 점이 그러했나. 가족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장윤미 일단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는 욕심이 앞섰고(웃음) 당시의 관심사도 이쪽이었기에 선정은 쉬웠다. 그런데 과정은 생각했던 만큼 쉽지 않았다. 서로 더 알기 때문에 더 방황하기도 했다. 아버지와 언젠가 작업해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찍게 될 줄은 몰랐던 거다. 카메라를 두고 관계를 맺는 게 고통스럽기도 했다. 뜻밖의 시점에, 뜻밖의 사람과 관계를 다시 맺게 되면서 진통을 느꼈다. 아버지는 이미 극장으로도, 모니터로도 작품을 몇 번 보셨다. 이번에도 TV방송에도 나오다 보니 허락을 받으려고 또 연락을 드렸는데, 다른 가족은 오히려 저어하고 아버지가 괜찮다고 하더라. 나는 안 부끄다고. 전에는 작업하는 딸을 둬서 아버지에게 피해가 간 건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좋은 추억이 되었다고 말해주셨다.
김혜민 영화에 대면 인터뷰, 감독이 아버지의 궤적을 따라가는 것, 그리고 아버지와의 전화통화가 교차되어 나온다. 그런데 그 통화에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영상들이 삽입된다. 그런 컷들은 어느 정도 연출이 가미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버님의 얘기를 듣고 어떤 류의 이미지를 원해서 찍은 것인지, 원래 찍어놓았던 것들 중에 고른 것인지.
장윤미 우연적으로 촬영한, 내 주변의 풍경들이다. 집 근처 공사현장이나 지금은 사라진 공터의 모습. 그런 게 딱 맞아떨어지진 않아도 어떤 정서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Q&A
Q.부모님에게 드리고 싶은 선물상자같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나도 부모님을 알고 싶어 많이 접근하고 시도했는데, 항상 무성의하거나 짧은 답변, 알아서 뭐할 거냐는 말만 돌아오더라. 영화를 찍으면서 아버님도 굉장히 훌륭한 친구를 얻으셨다는 생각이 들고, 감독님에게도 좋은 친구가 생긴 게 아닐까 하는 예상을 했다. 그래서 보면서는 처음부터 아버지 개인에 관심을 가지고 영화를 찍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사실 처음 그 현장에 가보셨다고 하고 관계맺기에 고통도 있으셨다고 하길래 뒷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A.솔직히 처음에는 아버지라는 개인 자체를 파고들려고 하지 않았다. 노동자에 관심이 많았고, 건설노동자와 건물을 결합시키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취재원 중 한 분으로 아버지를 생각했다. 이 남성에게아버지라는 정체성도 있고 노동자로서의 정체성도 있는데, 사실 나는 가부장적 면모를 느끼는 개인 대 개인의 관계에서보다 노동자로서의 아버지를 더 좋아했다. 그래서 처음에 사전 취재 겸 건설노동현장에 대해 물어보러 갔는데, 그렇게 자신의 일에 대한 기억을 명확하게 갖고 있고 또 문학적인 표현을 하는 사람인지 몰랐다. 그때 그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이야기하면서 이해까지라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조금 더 가까워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통화내용이 쌓이면서 더 친해졌고.
Q.할머니, 그러니까 영화 속 아버지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영화를 찍었더라. '희로애락'이라지만 시기상 안 좋은 생각을 특히 많이 하실 때 찍은 것 같은데.
A.지금은 영화 속에 나오는 것만큼 우울해하시거나 하지는 않는다. 어머니가 죽은 후 우울해하고 삶을 뒤돌아보던 그때를, 연출하는 입장에서는 노린 게 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지금도 관계가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한편 당연히 한계점도 있다. 너무 슬픔이나 분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긴 하다. 애초에 내 머릿속에서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분노의 정서를 더 강조하고 싶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꽤 가라앉은 것 같기는 하다. 그래서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 다음에는 아버지의 조금 더 밝고 기쁜 모습을 담는 것을 나중에 단편으로라도 꼭 작업해보고 싶다.
김혜민 감독님의 차기 프로젝트도 궁금하다. 이 작품도 1년이 지났으니까.
장윤미 아버지 일터가 구미인데, 계속 구미에 인연이 생긴다. 구미 노동현장 중 KEC의 노동조합에 있는 여성노동자들에 관하여 작품을 찍었고, 현재 거의 작업 후반 단계다. 산업화시대에 열심히 살아온 남성 가장에 대한 고마움도 물론 있지만, 한편 그때 일했던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에 대해서도 (<공사의 희로애락>을 찍으면서) 신경이 계속 쓰였다.
조곤조곤한 말투로 차분히 답변하시는 감독님의 태도가 인상적인 GV였는데요. 노동자에 대한 관심을 담은 작품을 꾸준히 찍어나가는 감독님의 행보를 계속 응원하고 싶어지는 자리였습니다. <공사의 희로애락>은 다큐멘터리 전용 VOD서비스 D-BOX(www.eidf.co.kr/dbox)에서 관람하실 수 있으니, 꼭 체크해보세요:D
이상 <공사의 희로애락> 관객과의 대화 현장이었습니다!
원고 : 자원활동가 기록팀 조진영
사진 : 자원활동가 기록팀 한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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