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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9/EIDF 2019 상영작

[EIDF2019] 구름아래소극장 <디어 마이 지니어스> GV 현장

제16회EBS국제다큐영화제 <디어 마이 지니어스> GV 현장 스케치

 

 

 

제16회EBS국제다큐영화제 폐막을 하루 앞둔 8월 24일 오후 4시, 구름아래소극장에서 <디어 마이 지니어스(Dear My Genius)>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행사가 열렸습니다. 쏜살같이 지나간 EIDF2019이다 보니, 구름아래소극장 상영관에서 열린 마지막 관객과의 대화 행사였는데요. 게스트로 구윤주 감독님이 참석해주셨고, EIDF프로그래머 김혜민님이 진행을 맡아 주셨습니다. 로비가 붐빌 때부터 심상치 않다 싶더니, 극장의 많은 자리를 메워주신 관객분들께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GV자리를 빛내주셨는데요!

 

 

 

열 살 넘은 나이 차이를 자랑하는(?) 자매 관계인 구윤주 감독님과 동생 구윤영님의 끈끈한 우애가 지탱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언니 입장에서 소위 '똘똘한' 하지만 그렇기에 스스로도, 주위로부터도 공부 스트레스를 받는 동생의 모습을 초등학교 1학년 즈음부터 4학년까지 찍은 작품인데요.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지적하는 작품들은 다큐멘터리 외 모든 장르를 통틀어서 많고 많지만, 이 작품이 가진 특유의 친밀감과 유머를 잃지 않는 '맑은' 느낌은 결코 흔치 않은 것이었습니다. 무겁지 않은 연출로 담백하게 현실을 담아내는, 특히 현재 20대가 깊이 공감할 작품이었고요.

 

이날 상영 및 GV는 뜨거운 호응과 함께, 그리고 다큐멘터리에도 등장하는 윤영님의 (그리고 감독님의) 어머님과 감독님의 동생(윤영에게는 작은언니)께서도 참석하신(!) 만큼 더없이 즐겁고 훈훈하게 진행되었는데요. 웃음꽃이 계속 피어나는, 딱 영화가 가진 온도와 비슷한 GV 현장이었습니다. 그럼 서둘러 관객과의 대화 현장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

 

 

 

 

 

GV

 

김혜민 프로그래머(이하 김혜민) 촬영기간은 언제였나. 영화의 마지막에 나올 때보다 윤영은 또 자랐겠다.

구윤주 감독(이하 구윤주) 윤영이 초등학교 1학년일 때부터 3학년 때까지 약 3년을 촬영하고, 4학년 때는 주로 편집을 했다. 가끔씩 촬영하고. 지금 윤영이는 5학년이다. 완전히 사춘기가 시작이 돼서 가족 구성원이 대할 때 모두 긴장한다.

김혜민 그래서 엄마랑 언니를 따라서 여기에 오지 않은 것인가(웃음).

구윤주 그렇다. 그리고 내가 윤영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영화 초반에 나오듯 윤영은 내가 촬영을 시작할 즈음 '재미있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는데. 나중에 보더니 아니었나 보더라(웃음). 이미 봤는데 또 오냐고, 안 온다고 했다고 한다. 집에서 혼자 좋은 시간 보내고 있나 보다(웃음).

 

 

김혜민 그 나이대는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해서 다른 가족이 다 나간 게 기뻤을지 모른다(웃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한 이후에 작품 수정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구윤주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부산영화제 이후로 치면 약 1년간 재편집을 해서 보완하려고 노력했다. 당시 처음 스크린으로 내 작품을 보니 고칠 점이 산더미 같더라. 그래서 너무 산더미같다 보니까 후반 작업 기간에 맞추지 못하고 말았다. 그래서 이번에 상영한 버전은 아직 그대로다(웃음).

김혜민 (웃음) 그러면 어떤 부분이 더 보완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가.

구윤주 여러 점이 그랬다. 일단, 나의 이야기가 설명이 덜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들은 내 나레이션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나에 대해서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었다. 내 또래들은 빈 부분을 쉽게 이해할 수도 있지만 연령대가 달라지면 그렇지 않을 수 있지 않나. 또한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시퀀스도 있었으면 했다.

 

 

김혜민 영화에서 보면, 동생 윤영도 윤영이지만 어머니 역시 또 다른 주인공 같다. 가족을 카메라로 본다는 건 연출하면서도 새로운 시각을 얻었을 것 같고 여러모로 생소한 경험이었을 테다. 집 풍경조차도 막상 찍어보면 낯선 풍경이지 않나. 촬영한 후에 본인이 몰랐던 모습을 깨달았다든가 하는 일도 있었나.

구윤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온 가족이 함께 봤는데, 일단 엄마께서는 그 후 집에 오자마자 점을 빼러 가시더라(웃음) 정작 나는 편집할 때 전혀 몰랐는데. 그리고 찍으면서 (어머니도) 매우 많은 감정이 들었다고 나에게 얘기하더라. 스스로의 모습이 이런지 몰랐다고. 엄마와 윤영도 친밀하지만, 내가 언니의 시선에서 윤영을 바라보는 모습을 엄마가 보면 또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엄마께서는 지금도 정말 많은 고민을 안고 생활하고 계시다.

 

 

김혜민 보는 분들 많이 웃고 공감했을 거다. 되게 친숙한 모습이지 않나. 아이를 그렇다고 놀게 내버려둘 수 없는 어머니의 마음이나, 때로 칭찬받고 싶고 스스로도 더 하고 싶기는 한데 힘든 건 또 힘든 거니까 우는 척도 해보고 언니에게 하소연도 해보는 동생의 모습. 그럼에도 가족이 기본적으로 다들 애정이 많고, 서로 표현도 많이 하고, 기본적으로 밝은 면이 있다. 그래서 편안하고 쉬우면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작품으로 관객에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A

 

 

Q.혹시 아이를 낳는다면 어떤 교육관으로 임하고 싶나.

 

A.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사실 찍기 시작할 때는 내가 겪었던 것도 있고, 동생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분노가 많았는데, 영화를 찍을수록 엄마의 입장이 이해가 가기도 하더라. 이렇게 많은 관객 앞에서 약속을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아직 최대한 자유롭게 자라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Q.많이 공감하면서 봤다. 흔히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면 할아버지의 재산, 어머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이 필요하다고 한다(전원 웃음). 여기서도 아버지는 그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데, 그게 너무 이 사회의 평범한 가정 같아 씁쓸하면서도 공감됐다.

 

A.말씀하신 것 중에 할아버지의 재력 빼고는 들어맞는다(웃음). 아빠께서 완전히 무관심하진 않지만, 줄곧 양육, 교육은 전적으로 어머니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모든 것을 엄마에게 맡기는 면도 분명 있다. 영화를 찍을 때도 집에서 촬영하는 걸 실제로 별로 좋아하시지는 않았다. 그래서 주로 뒷모습으로 나오는 게 아닐까(웃음).

 

 

Q.다큐멘터리에서 윤영이 언니가 잘하는 것은 뭐냐고 물었을 때, 감독님은 하고 싶은 걸 잘 한다고 답하셨다. 이제 감독님은 또 뭘 하고 싶으신지 궁금하다.

 

A.이 영화를 찍으면서 바로 그걸 나도 뭐라도 좋으니 결론을 내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더라.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그런 일을 좋아하지만, 이것으로 계속 살 것인가, 산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계속 고민한다. 이 영화를 시작할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Q.영화 소개에도 나오는 '한때 과학영재였지만 지금은 백수' 이게 딱 내 얘기이기도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감독님은 일반고로 갔지만 저는 결국 과고도 갔고 전공도 이공계로 갔다는 것인데, 회사를 갔다가 그만두고 결국 지금 백수로 살면서 다른 쪽 일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빨리 다른 쪽으로 가볼걸 하는 후회도 드는데, 감독님은 어떠셨나. 그리고 윤영이 다큐멘터리에서 글쓰기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혹시 윤영의 꿈은 작가인가.

 

A.영화과를 가려는 생각도 있었지만 결국 4년제 대학 영문과를 가게 되었고, 가서는 전공공부를... 정말 소홀히 했다(웃음). 계속 카메라 갖고 다니면서 뭐 찍으러 다니고. 하지만 지금 생각은, 또 만약 진작 영화과를 갔다면 오히려 싫증을 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성적에 맞춰서 전공을 택하다 보니 오히려 더 정신차리게 된 것도 있던 것 같고.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윤영이 작가가 꿈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웃음). 하지만 최근에는 뉴스에서 보고 통역사가 되고 싶다고 영어 공부를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김혜민 어느 때나 타이밍이라는 게 있지 않나. 어떤 길로 바로 가서 좋은 것도 있지만 돌아가는 경우도 있는 거고. 윤영도 다양한 삶의 방식들을 보면서 많은 미래를 생각했으면 한다. 오늘 관객 분들도 다들 적극적이시고 굉장히 열띤 분위기였는데, 또 차기작이 기대가 된다. 어떤 작품을 생각하고 있나.

 

구윤주 아직 분명하게 진행 중인 것은 없다. 뭘 시작하려 해도 이걸 하면 또 딴 거 하고 싶고 그렇지 않나(웃음). 그래서 고민하던 중에, 윤영이 사춘기에 접어드는 걸 보면서 이제는 소위 중2병을 앓는 중학생 아이들의 자기표현을 담아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더라.

 

김혜민 잘하면 윤영의 성장 이야기가 시리즈로 나올 것 같은데(웃음). 관객 분들의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가벼워 보이는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 묵직한 문제를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디어 마이 지니어스>. 파고들어가면 끝도 없이 우울해질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시종 밝음을 잃지 않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는데요. GV도중에 "몇 시간 안 봤는데 윤영이 친밀하게 느껴진다"는 관객의 말씀처럼, 훅 마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진 작품이었습니다.

 

감독님의 차분하면서도 은근히 통통 튀는 답변과 관객들의 소소하면서도 열띤 질문이 어우러진, 화기애애한 <디어 마이 지니어스> 관객과의 대화 현장이었습니다.

 

해당 행사로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열리는 EIDF2019의 GV/ST/포럼 행사는 모두 막을 내렸는데요. 그동안 구름아래소극장을, 그리고 제16회EBS국제다큐영화제를 찾아주신 관객분들 모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눈 깜짝할 사이 막을 내린 듯해 아쉽지만, 다음 EIDF에서 꼭 또 만나요! :D

 

 

 

원고 : 자원활동가 기록팀 조진영

사진 : 자원활동가 기록팀 한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