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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9/EIDF 2019 상영작

[EIDF2019] 구름아래소극장 <그루밍> ST : '내 강아지의 취향' 현장 스케치

제16회EBS국제다큐영화제 <그루밍> ST: '내 강아지의 취향' 현장 스케치

 

게스트: 저스틴 레비(<그루밍> 제작자), 김도형(수의사)

진행: 정민아(영화평론가)

 

8월 23일 저녁 6시 30분, 홍대 구름아래소극장에서는 EDIF2019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행사인 스페셜토크의마지막 행사가 있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그루밍' 작업을 하는 여성 아티스트 4인의 이야기를 담은 <그루밍(Well Groomed)> 상영 후 '내 강아지의 취향'이 라는 제목 아래 ST(Special Talk, 스페셜토크) 행사가 이루어졌는데요.

 

여기서 잠깐! EIDF2019의 스페셜토크는 시의성이 있고 이야기될 여지가 많은 작품을 선정, 제작진과 해당 분야 전문가 패널을 초청하여 영화 안팎으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올해는 결혼, 북한, 동물을 주제로 하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8월 20일, 22일, 23일 총 3차례에 걸쳐 진행되는데요. 이번 스페셜토크가 그 중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위에 언급한 크리에이티브 그루밍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이름인데요. 반려견의 전신 털에 염색을 포함한 미용으로 일종의 창작 작업을 하는 일입니다. 다큐멘터리의 배경이 되는 미국에서는 이 영역에서 강연, 교육, 그리고 대회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현지에서도 동물권 문제로 많은 논란이 되곤 하는 작업이지만, 영화는 그런 논란보다는 그 산업에 종사하는 3명의 여성의 삶, 그리고 성장에 보다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내 강아지의 취향' 스페셜토크에는 정민아 영화평론가님의 진행과 함께, <그루밍>의 제작자 저스틴 레비, 그리고 김도형 수의사님이 패널로 나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요. 많은 관객분들도 현장을 찾아와 주셨습니다! 그 중에서는 애견미용학을 경영하거나, 애견미용학 교수와 학생들 등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분들도 있어 무대와 관객석 사이에 활발한 대화가 오고갔습니다. 스페셜토크 현장으로 들어가 볼까요?:D

 


 

 

정민아 영화평론가 (이하 정민아) 재미있으면서도 신기하고, 어떤 면에서는 그로테스크하다는 느낌도 드는 작품이었다. 그러면서도 나름의 기승전결이 있어 결말부에 등장인물이 대회에서 원하던 결과를 거뒀을 때는 희열도 느껴지고. 일단 레비 프로듀서님께 질문을 하고 싶다. 여성 주인공 3인 각각을 어떻게 캐스팅했는지.

저스틴 레비 제작자 (이하 저스틴 레비) 그 영역에서 톱으로 인정받는 사람들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앤젤라는 크리에이티브 그루밍에 있어 선구자와 같은 전설적인 존재이고, 에이드리언과 캣 역시 오랜 기간 동안 이 일을 해온 여성이다.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있었지만, 중 이 작업에 가장 관심을 갖는 사람들을 선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 유명하지 않은, 관련 커리어를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이 필요했고 그것이 니콜이었다.

 

정민아 김도형 수의사님께서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도 궁금하다.

김도형 수의사 (이하 김도형) 미국에서 이렇게 새로운 애견미용이 등장하여 많은 사람들이 관련 업계에서 일하고 있구나, 하고 놀라는 마음도 있었고. 우리나라와 다른 점도 있지만 비슷한 점도 있었다.

 

정민아 여성 4명 중에서도 에이드리언이 가장 주인공같이 나오는데, 계속 대회에서 좌절하다가 가장 큰 규모의, 본인이 그토록 우승하고 싶다고 염원했던 대회에서 결국 우승을 한다. 각본만 없다 뿐이지 정말 한 편의 드라마인데.

저스틴 레비 우리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아마 당시 감독 역시 에이드리언이 놀란 만큼 놀랐을 거다. 이렇게 이야기가 풀린 것은 행운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동화같은 이야기지.

 

 

정민아 한국에도 크리에이티브 그루밍 시장이 있는가.

김도형 염색 자체는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전신에 걸쳐 이런 일종의 예술로서 하는 것은 아직 잘 보지 못했다.

관객 관련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전신에 걸쳐 미용하는 것은 많이 생소한 일이지만, 그래도 하려는 분들은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들 역시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알 만한, 그 업계에서 정말 유명한 사람들이고.

 

정민아 그렇다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크리에이티브 그루밍 대회 등이 있었으면 하는 수요도 있겠다.

관객 하지만 부정적인 인식을 무시할 수가 없다. 강아지 미용할 때 쓰는 염색약은 무해하다고 보통 입증이 되지만, 아직 인식상 전체 미용은 힘들다. 그래도 귀, 꼬리 등 작은 부분에 염색은 많이 이루어진다. 작년 4월에 모형을 이용해 우리나라에서 열린 관련 대회도 있다. 대학에서 애견미용학을 가르치는데, 실습할 때도 늘 강아지 모형을 사용한다. 

 

정민아 영화에서 보면 크리에이티브 그루밍에 특정 종의 강아지가 많이 쓰이는 것 같은데.

저스틴 레비 스탠다드푸들이 가장 많다. 털이 아주 많고, 잘 자라서 크리에이티브 그루밍하기에 최적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얀 털이 마치 딱 맞는 캔버스처럼 역할을 하고. 보는 입장에서 개들은 어떻게 얌전히 계속 앉아있을 수 있는지부터 시작해 많은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크리에이티브 그루밍 대회에 나오는 반려견들은 대회가 열리는 동안 아주 잘 기다리고, 관심을 좋아한다.

 

정민아 그런 건 푸들이 보통 가지는 특성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수의사 일반적으로 푸들이 지능도 높고, 특히 사람과 교감을 하는 부분에서 탁월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도 그 점을 느꼈던 게, 영화 말미에 에이드리언이 대회에서 우승을 할 때 강아지도 함께 좋아하더라.

관객 영화에서도 잠깐 언급되듯이, 반려견 염색에 대해 인식이 매우 좋지 않다. 반려견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학대라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특히 푸들은 감정을 좀 더 잘 느끼고 또 잘 표현하고, 주인의 감정과 가장 투명하게 소통하는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은 미용을 받으면 주인의 사랑을 확인받는다고, 자신이 멋진 존재라고 느낀다. 시선을 받으면 행복해하고.

정민아 나 역시 반려견과 여성인물들이 교감하는 모습이 보여 인상깊었다. 그들은 함께 미용을 하면서 교감하는 것 같았다.

저스틴 레비 받을 때 그들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체력적인 부담이 과중해지지 않도록 그루밍 전체에 20시간이 걸린다고 하면 며칠에 나누어서 작업을 하고. 푸들이 관심을 좋아하는데, 그루밍할 때는 모든 관심이 그들에게 쏠린다(웃음).

 

 

 

정민아 촬영시간은 얼마나 걸렸나.

저스틴 레비 반 년 정도 걸렸다.

 

정민아 이 영화 관련해서 좋은 소식이 있다고 들었는데.

저스틴 레비 북미 HBO에서 방영이 결정되었다. 아마 추후에 이곳(한국)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민아 미국에서 이게 방영되면 꽤 논란이 일 것 같은데.

저스틴 레비 아마 그럴 거다. 논쟁을 예상하고 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 전체에서도 항상 논쟁이 있었다. 보편적인 인식이 나쁜 것이 사실이고, 강아지들에게 해가 된다는 말도 있으니 아무래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면 논쟁은 더 커질 것이다.

 

김도형 영화가 내용을 떠나서도 그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크리에이티브 그루밍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성비가 눈에 띄었다. 한국에서도 애견미용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여성이 많은데, 미국에서도 그런 것인가. 그리고 일하다 보면 얌전하지 않은 강아지들도 정말 많이 만나는데, 연출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강아지들이 이렇게 조용하고 얌전한지 놀라웠다(웃음).

저스틴 레비 수의사님께 이런 칭찬을 들으니 특히 기분이 좋다(웃음). 그리고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수의사님께서) 생각한 게 맞다. 미국에서도 그루머의 대부분이 여성이고, 특히 크리에이티브 그루머 쪽은 더 그렇다. 나와 감독도 이 상황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지만 도무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부분이 감독이 영화를 찍기로 결정한 큰 이유가 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커리어를 충실히 쌓아가는 강인한 여성이라는 것이 감독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편집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그런 아이들이 남겨진 것 같다(웃음). TV시리즈 버전이 나온다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더 많이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정민아 이 영화를 본, 출연한 크리에이티브 그루머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저스틴 레비 다들 매우 긍정적이었다. 우리의 목표가 그들의 삶을 정직하고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이었기에 매우 뿌듯하게 다가오더라. 이 영화에 나오지 않는 미용사들 역시 자신들의 세계를 이렇게 잘 표현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자신이 속한 세상이 영화화되는 일은 흔치 않다고.

관객 나 역시 종사자로서 여태까지 본 미디어에 나온 애견미용 중 가장 실제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주변의 다른 미용사에게도 꼭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였다.

 

 

Q&A

 

 

Q.솔직히 조금 충격적이고 불편했다. 특히 대부분의 크리에이티브 그루밍이 굉장히 원색적인 색감이나 파격적인 구성을 보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A.크리에이티브 그루밍에서는 기존에 나오지 않은 것, 참신한 것을 만드는 것이 주 목표가 된다. 우아함보다는 새롭고 다른 것, 관습적이거나 전통적이지 않은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크리에이티브 그루밍에도 아주 미세한 기술이 요구된다. 평가할 때 역시 획기성 뿐 아니라 기술 점수도 중요한 요소다.

 

 

Q.영화에서 여성 주인공들은 크리에이티브 그루밍 대회에 나가기 위해 굉장히 큰돈을 지출하는데, 그들의 커리어나 수입에 대회 출전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인가.

A.그들이 하는 이유는 순전히 열정에 있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일은 아니다. 물론, 대회에서 수상하여 인정을 받으면 자신이 하는 사업이 더 잘 알려져서 번창할 수 있는 그런 건 있다. 등장인물 중 앤젤라도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 그동안 받은 트로피와 메달을 다 전시해놓지 않나. 그런 사업 성장과 대회 출전을 통한 스스로의 성장이 함께 가는 것 같다. 그 세계에서 톱으로 인정받는 미용사들은 미용도구 회사로부터 스폰서를 받기도 하고.

 

 

Q.동물, 그 중에서도 강아지에 관련한 많은 이슈가 있는데 특별히 크리에이티브 그루밍의 세계를 택한 이유가 있다면.

A.감독이 동물을 좋아한다(웃음). 그런데 뉴욕시로 이사한 후 여러 까다로운 규정으로 반려견을 키울 수 없게 되자, 어떻게 하면 개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하다가 다큐멘터리를 찍게 됐다. 그래서 뉴욕에 있는 개 관련 문화부터 발상이 시작했는데, 뉴욕에는 개를 위한 패션쇼, 홍보대행사 등 특유의 문화가 존재한다. 그런 조사를 이어가다가 크리에이티브 그루밍에 대해 알게 되었고, 시각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소재라 영화를 만들기 딱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Q.영화의 내용이 궁극적으로는 크리에이티브 그루밍 아티스트인여성들이 자기 꿈을 찾아 도전하는 것 같았다. 다큐멘터리의 전개에서, 에이드리언과 니콜은 원하던 성취를 이루는데 캣 옵슨은 개인적인 일정이 겹쳐 원하던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다. 여성 캐릭터들의 현재 근황이 궁금한데.

A.그러지 않아도, 캣이 그런 결정을 하자 제작진 역시 놀랐다. 생각했던 이야기 흐름에 부드럽게 들어맞지 않는 점도 있었고. 그래서 편집에 있어서도 좀 고전을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에이드리언의 예상치 못한 우승과 캣의 대회 불참 결정이 일종의 균형을 이룬 것 같다. 캣은 여전히 대회에 나가고, 사업도 잘 운영하고 있다. 니콜 역시 그렇다. 앤젤라와 에이드리언은 이제 대회의 경쟁에서 떠나 교육과 심사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게 달라진 점일까. 둘의 커리어에 있어 절정기를 마침 이 영화가 포착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정민아 Q&A 마지막에 나온 결국 여성들의 서사라는 점, 정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패널분들께서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도형 동물병원에서 수의사로 일하다 보면 듣는 말이 있다. "나는 우리 아이를 자연 상태로 키우고  싶다"고. 그런 경우 중성화수술, 미용 등을 극도로 꺼려한다. 그럴 때마다 "일단 키우는 것 자체가 자연이 아니다" 라고 답변을 한다. 야생이 아닌 인간의 집에 데리고 들어와서, 자연 상태로 인간과 함께 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실, 나 역시 '반려동물의 행복'이라는 것이 그들에게 정말로, 진정한 행복인지는 알 수 없다. 인간의 이기심이 결국에는 어느 정도 들어가 있을 거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이 각박한 삶 속 인간들에게 위안과 행복이 된다면, 동물은 그만큼 안정된 보금자리와 주인의 사랑을 보장받아야 할 것이다. 인간에 비해서 훨씬 짧은 삶이지만 나름대로의 행복한 삶을 누리고 갈 수 있도록. 중요한 것은 동물과 인간이 '서로' 교감하는 데 있다. 야생에서 따로 살 수 없다면, 서로 신뢰관계를 쌓아가는 게 최선이다.

저스틴 레비 이 영화를 EIDF에서 선보이고, 좋은 패널들과 함께 이 저녁 시간을 함께하게 되어 기쁘다. 제16회EBS국제다큐영화제와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이번 <그루밍> 스페셜토크 '내 강아지의 취향'은 EIDF2019 구름아래소극장 상영관에서 이루어졌던 토크 행사 중 가장 많은 관객분들의 목소리를 들었던 자리였는데요. 저스틴 레비 제작자님 역시 그 부분을 말씀하시면서 행사가 끝날 무렵 관객들과의 단체사진 촬영을 요청하셨습니다. :D 관객들 역시 마지막 코멘트로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든 면도 있었지만, 갈수록 크리에이티브 그루밍의 세계가 놀랍고 신비롭게 다가왔다", "윤리적인 고민을 하게 하면서도, 새로운 세계를 소개받는 기분이었다" 등 많은 긍정적인 평들을 남겨 주셨습니다. 실로 훈훈했던 <그루밍> 스페셜토크 현장이었습니다!

 

 

 

 

원고 : 자원활동가 기록팀 조진영

사진 : 자원활동가 기록팀 한다경